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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공룡은 단 1분 차이로 멸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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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BBC 다큐 연구진 6600만년 전 소행성 충돌 조사

“1분만 시차 있었어도 대양에 충돌했을 것”

대서양·태평양 충돌시 ‘지구 겨울’ 안 왔을것

충돌 지점도 수심 얕고 지반 약한 ‘최악’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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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00만년 전 유카탄반도의 소행성 충돌 장면 상상도. 출처: 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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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00만년 전 멕시코 유카탄반도에 충돌한 소행성이 1분만 늦게 떨어졌어도 우리는 공룡이 아직 활보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지구를 지배하던 공룡을 한순간에 절멸시킨 소행성 충돌이 조금만 늦게 혹은 일찍 발생했다면 공룡은 멸종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과학자들의 분석이 나왔다.

<비비시>(BBC) 방송은 15일 공룡 절멸을 다룬 ‘공룡이 죽은 날’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다. 이 다큐에서 국제 연구진은 유카탄반도 주변 해역 등의 지질학적 흔적을 조사해 당시 공룡 절멸을 이끈 조건들을 분석했다.

연구진은 소행성이 떨어진 유카탄반도 근처에서 해저 1300m까지 파고들어가 충격의 흔적을 확인했다. 15㎞ 길이의 소행성이 시속 6만4천㎞의 엄청난 속도로 충돌해 지구에 길이 193㎞, 깊이 32㎞의 구멍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충돌 즉시 이산화탄소, 황, 석고 등의 성분이 대기중으로 분출해 지구를 뒤덮어 햇볕을 차단했고, 기온이 50도나 내려가는 겨울이 찾아왔다. 이에 따라 먹을 것이 사라진 공룡 등 덩치 큰 동물들은 멸종의 길을 갈 수밖에 없었다. 소행성 충돌의 에너지는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100억배에 달한다. 소행성과 지구의 크기를 따지자면 마치 커다란 그릇에 낱알 한 개만도 못한 물체가 부딪힌 격이지만 엄청난 속도가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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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엄청난 충격의 흔적이 남아있는 땅속 암석. 출처: 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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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사는 공룡이 얼마나 운이 없었던가를 밝혀낸 점에서 의미가 있다. 조사에 참여한 지질학자와 생물학자 등은 소행성이 몇분 늦게, 혹은 몇분 일찍 충돌했더라면 공룡이 멸종까지는 가지 않았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유카탄반도를 비롯해 멕시코는 좌우에 태평양과 대서양을 끼고 있다. 혹시 1분이라도 빠르거나 늦게 충돌했다면 소행성은 이런 대양의 깊은 물속으로 처박혀, 공룡 멸종을 초래할 정도의 대폭발을 일으키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지구의 자전운동이 충돌 시점에 따른 충돌 지점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연구진 관계자는 “소행성이 (실제 충돌 지점이 아니라) 근처의 대서양이나 태평양에 떨어졌다면 치명적인 석고를 비롯해 암석의 증발량이 훨씬 적었을 것”이라며 “그렇다면 (충돌로 생긴) 구름의 밀도가 훨씬 낮았을 것이고, 햇볕이 계속 지표면에 도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충돌 시간뿐만 아니라 지점도 최악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석회암 기반의 얕은 바다이기 때문에 폭발의 충격으로 막대한 유독물질이 대기중으로 비산했다.

만약 소행성이 깊은 바닷속으로 처박혔다면 우리는 지금 박물관의 화석이 아니라 쿵쾅거리며 뛰는 공룡을 볼 수 있을까? 그렇지는 못할 것 같다. 거대 파충류의 시대가 끝났기 때문에 포유류의 시대가 열렸다. 몸집이 작고 숨기가 쉬워 생명을 보전한 현생 포유류의 조상들은 공룡이 사라진 지구에서 번성할 수 있었다. 공룡이 여전히 지구를 배회한다면 지금의 인류는 존재하지 못할 개연성이 크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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