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38028942 0022017051938028942 07 0701001 5.16.8-RELEASE 2 중앙일보 0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놓쳐선 안될 12편

글자크기
[매거진M] 제19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이하 여성영화제)가 다음 달 1일부터 7일간 서울 메가박스 신촌에서 열린다. ‘여성영화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라는 주제로 37개국 106편을 상영한다. magazineM이 콕 찝은 12편의 ‘필견’ 영화를 소개한다.

김효은ㆍ이지영ㆍ김나현 기자 hyoeun@joongang.co.kr

사진=서울국제여성영화제

중견 여성 감독들의 눈부신 신작



중앙일보

'어떤 여인들'의 미셸 윌리엄스 [사진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올랜도’(1992) ‘탱고 레슨’(1997)으로 친숙한 영국 감독 샐리 포터(68)의 팬이라면 이른바 '계 탔다’. 그의 초기작과 신작 ‘더 파티’를 동시에 만날 수 있으니 말이다. “포터 감독의 가장 재미있는 작품”(버라이어티)이라는 상찬이 어울리는 이 영화는 유쾌하게 시작한 홈파티가 폭로전으로 변했다가 유혈이 낭자한 채 끝나는 독특한 부조리극이다. 비극을 코미디로 포장하는 거장의 솜씨가 남다르다.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 티모시 스폴 등 중견 배우들의 노련한 연기를 보는 맛도 있다. 감독의 초기작을 보고 싶다면 80년대 페미니즘 영화를 대표하는 ‘골드 디거’(1983)를 예매하자.

중앙일보

개막작 '스푸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개막작 ‘스푸어’는 ‘유로파, 유로파’(1990) ‘토탈 이클립스’(1995)의 아그네츠카 홀란드(69) 감독의 신작이다. 올해 베를린영화제 은곰상을 받았다. 무자비한 남성 사냥꾼들이 하나둘씩 살해되는 내용이다. 동물 살해와 환경 파괴, 나아가 가부장제와 여성 혐오에 대한 한 편의 ‘리벤지 동화’다. 크리스틴 스튜어트, 미셸 윌리엄스, 로라 던까지 캐스팅만으로도 황홀한 ‘어떤 여인들’(켈리 레이차트 감독)도 예매리스트에 올려놓자. 미국 몬타나주를 배경으로 고단한 삶을 사는 세 여성의 분투를 들여다본 작품으로 그 깊이 있는 접근이 마음을 뒤흔든다.

중앙일보

'아름다운 날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언애듀케이션’(2009) ‘원데이’(2011) ‘라이엇 클럽’(2014) 까지 드라마를 만드는 데 재능있는 론 쉐르픽(58) 감독의 신작 ‘아름다운 날들’도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선전 영화를 만들게 된 작가 카트린(젬마 아터튼)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다. 10대 소녀의 성장 영화를 보고 싶다면 ‘아메리칸 허니’(안드레아 아놀드 감독)를 추천한다. ‘폭풍의 언덕’(2011)을 통해 무시무시한 연출력을 선보였던 영국 출신 아놀드(56) 감독의 할리우드 진출작이다. 샤샤 레인이라는 걸출한 신인의 탄생을 확인할 수 있다

페미니즘 영화의 고전을 찾아서





중앙일보

'불꽃속에 태어나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 독립영화 ‘불꽃 속에 태어나서’(1983, 리지 보덴 감독)를 주목하자. 혁명의 물결이 지나간 뉴욕, 오히려 늘어나는 성폭행 사건 때문에 여성 단체는 ‘여성의 군대’라는 자경단을 조직한다. 군을 이끌던 흑인 레즈비언 애들레이드(진 새터필드)가 체포된 후 미심쩍게 죽자, 수많은 여성이 들고 일어선다. 조혜영 프로그래머는 “필요하면 폭력도 동원할 수 있다는 급진적 페미니즘 정신이 담긴 SF 영화”라며 “여성이 국가와 사회의 억압에 어떻게 대항할 수 있는지 페이크 다큐멘터리처럼 거칠고 박진감 넘치게 그린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보덴 감독은 올해 영화제를 직접 찾는다.







‘시녀 이야기’(1990, 폴커 슐뢴도르프 감독)도 놓칠 수 없는 걸작. 마가렛 애트우드의 고전 『시녀 이야기』가 원작이고, 최근 미국 동영상 서비스 훌루에서 드라마가 제작돼 다시 관심을 끈 작품이다. 배경은 가까운 미래, 전쟁과 대기오염으로 1%의 여성만이 임신할 수 있는 시대다. 남편과 딸을 잃고 정부의 ‘씨받이’가 된 케이트(나타샤 리차드슨)는 불임인 사령관 부부의 아이를 낳으라는 지시를 받는다. 성경과 가부장제를 뒤튼 설정을 강렬한 색채로 풀어낸 시도가 흥미롭다. 여성의 신체와 삶에 대한 불편하고 충격적인 질문은 여전히 유효할 듯 싶다.

네덜란드 감독 마를렌 고리스의 ‘침묵에 대한 의문’(1982)도 추천한다. 서로 모르는 세 여성이 가게에서 한 남성을 살해한다. 세 여성의 정신 질환 여부를 진단하던 여성 정신과 의사는 “완전히 정상”이라고 발표한다. 일상적 차별을 받아온 여성의 분노를 법정 드라마에 녹여, 끝내는 강렬한 정서적 충격을 선사하는 작품이다.

이 영화도 놓치지 마세요!

영화 제목|감독

도나 해러웨이:지구 생존 가이드|파브리지오 테라노바

중앙일보

'도나 해러웨이:지구생존 가이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과학 기술 분야의 저명한 학자이자 페미니스트, SF 매니어인 도나 해러웨이. 영화는 그가 이야기하는 과학과 기술, 여성주의, 인생 등을 마치 친구에게 들려주 듯 유쾌하고 생생하게 전달한다. 친근한 말투와 솔직한 표현, 호탕한 웃음은 영화적 재미를 한 층 더 강화한다. 다소 어려울 수 있는 내용이지만 영화 중간 중간 삽입된 과거 영상과 애니메이션 효과, 동물들의 초상화 등은 영화를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다. 파브리지오 테라노바 감독은 해러웨이가 편안하게 얘기할 수 있게 그의 집에서 몇 주간 함께 생활하며 다큐멘터리를 촬영했다.

살렘의 남서쪽:샌 안토니오 4인방 이야기| 데보라 에스케나지

1994년 4명의 라틴계 레즈비언 여성인 엘리자베스 라미레즈, 카산드라 리베라, 크리스티 메이 휴, 안나 바스케즈는 두 소녀를 성폭행했다는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는다. 영화는 저소득 노동계급, 유색인, 레즈비언 여성이라는 점 때문에 어떠한 물리적 증거도 없이, 과도하게 마녀사냥을 당하며 겪은 고통과 상실, 그리고 무죄 처분을 받기 위한 법정 싸움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감옥에서 진행한 생생한 인터뷰와 과거 홈비디오를 활용한 영상은 그들에 대한 편견을 깨뜨리며, 반드시 밝혀야 할 진실과 정의를 확인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피의 연대기 | 김보람

여성의 몸은 의지와 상관없이 피를 흘린다. 영화 ‘피의 연대기’는 인류의 시작과 함께 피 흘려온 역사, ‘더 잘 피 흘리기’ 위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지난 해 저소득층 여성들의 ‘깔창 생리대’가 문제가 됐고, 생리에 대한 인식을 바꾸려는 노력이 계속 되고 있다. 영화는 모션그래픽, 애니메이션, 인터뷰 등을 통해 생리와 생리용품에 대한 역사를 생동감있게 소개하고, 자유롭게 피 흘리는 방법을 깊이 생각하게 만든다. 또 피임 시술 비용을 지원하는 네덜란드 사례를 보여주며, 여성이 꼭 생리를 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짚어준다.

김효은 기자 hyoeun@joongang.co.kr

▶SNS에서 만나는 중앙일보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포스트]

ⓒ중앙일보(http://joongang.co.kr) and JTBC Content Hub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페이스북 공유 트위터 공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