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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핫 코너] "로열석 잡아라" 삼성·롯데맨 '재판 뒷바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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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청권 선착순… 아침부터 줄 서

속기사처럼 내용 받아적고 주위 관전평도 보고 위해 메모

조선일보

지난 27일 오전 7시 30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8번째 공판이 열린 서울중앙지법 417호 법정 출입구로 양복 차림의 중년 남자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이들은 출입구 앞 벤치에 자리 잡은 뒤 준비해 온 김밥과 샌드위치, 주스로 아침을 해결했다.

삼성 직원들이 부회장의 재판 상황을 속속들이 파악할 수 있는 방청석 앞쪽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아침부터 모여든 것이다. 재판 방청권이 오전 9시 30분부터 선착순으로 배부되면서 생긴 현상이다. 방청권 없이는 법정에 들어갈 수 없어 수십억원 연봉을 받고 부하 직원 수백 명을 거느리는 고위 임원도 예외 없이 줄을 서야 한다.

이 부회장은 매주 수·목·금요일 세 차례 재판을 받고 있다. 증거가 많고 특검 측과 이 부회장 변호인단 간 공방도 치열해 오후 9시까지 재판이 진행될 때도 있다.

취재기자들을 제외한 일반 방청객은 법정에서 노트북 컴퓨터를 쓸 수 없다. 이 때문에 삼성 직원들은 재판부는 물론 특검, 변호인단, 이 부회장의 표정 변화까지 잡아낼 수 있는 방청석 앞쪽 줄에서 속기사처럼 쉴 새 없이 수첩에 재판 내용을 받아 적는다. 공방이 치열해지면 직원들의 손놀림도 덩달아 바빠진다. 법정 경위(警衛)의 눈을 피해 기자석에 슬쩍 앉았다가 들켜 다른 자리로 쫓겨난 직원도 있었다.

재판이 잠시 휴정해도 쉴 틈이 없다. 어떤 직원은 취재기자들에게 재판 관전평을 묻고, 일부는 휴대전화로 회사에 보고하느라 여념이 없다. 직원 가운데는 최순실씨나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의 재판에 거의 '개근'하다시피 하며 모니터링하는 이도 있다. 이 부회장 재판과 무관치 않기 때문이다.

신동빈 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一家)가 재판에 넘겨진 롯데 직원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3월 20일 열린 재판 때는 방청석 100여 석이 롯데 직원들로 꽉 들어찼다. '삼성 재판'은 방청석이 200석 넘는 대법정에서 열리지만 롯데 재판은 중법정이나 소법정(방청석 30여 석)에서 열리고 있다. 이 때문에 장시간 선 채로 재판 내용을 받아 적어야 하는 직원들이 진땀을 흘린다.

[신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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