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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특파원 24시] 중국 AI로봇여신 “영어는 잘 못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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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간 개발한 ‘지아지아’

20분 영어 인터뷰 SNS 생중계

알파벳 개수 대답 못하고

만리장성 위치? 한참 지나 “중국”
한국일보

지아지아가 케빈 켈리와 인터넷 화상전화로 인터뷰를 하는 모습. 신화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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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는 ‘로봇 여신’이 있다.

지금까지 만들어진 로봇 중 인간 실물에 가장 가까운 모습에 출중한 미모를 갖춘 인공지능(AI)로봇 지아지아(佳佳)가 그 주인공이다. 전통의상을 곱게 차려 입은 모습은 중국 대표미인으로 손색이 없다는 평을 듣는다. 중국과학기술대학이 3년 동안 개발한 지아지아는 지난해 4월 처음 공개됐다.

지아지아가 최근 인터뷰에 도전했다. 중국어가 아닌 영어로 진행된 인터뷰였고, 게다가 인터뷰 상대방은 세계 최고 권위의 과학기술잡지 ‘와이어드’를 창간한 케빈 켈리였다. 이번 인터뷰는 지아지아의 ‘고향’인 중국과학기술대학에서 인터넷 화상전화를 통해 약 20여분간 진행됐고 이 모습은 웨이보(微博)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생중계됐다.

네티즌들의 평가는 그리 썩 좋지는 않았다. 켈리가 던진 대부분의 질문에 대한 지아지아의 답변이 시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영어 알파벳 개수를 묻는 질문에 대답을 못했고 “중국에 있는 만리장성이 어디 있는 거냐”는 질문에는 한참이 지나서 ‘중국’이라고 대답하는 식이었다. 인터넷 화상전화인 스카이프 연결 상태도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그러나 지아지아를 개발한 천샤오핑(陳小平)은 “지아지아가 도전적인 질문에 나름대로 잘 답변했다”면서 “전체적으로 보면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했다. SNS에는 “인공지능 로봇이라지만 외국어 인터뷰를 시도한 것만으로도 의미 있다”(아이디 88ai**), “지아지아처럼 아름다운 로봇이 중국에 있다는 것 자체가 자랑스럽다”(아이디 qu4y**) 등 격려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이번 인터뷰에 앞서 지아지아는 몇 차례 공개행사에서 실력을 뽐냈다. 지난해 6월 톈진(天津)에서 열린 하계 다보스포럼 때는 행사장 입구에서 손님맞이에 나섰는데 사진을 함께 찍자는 제안에 “사진 찍는 건 좋은데 얼굴이 커 보일 수 있으니 너무 가까이 오지는 말라”고 농담을 던져 화제가 됐다. 지난 1월 초엔 상하이(上海)의 한 컨퍼런스 공개행사장에서 참석자들과 몇 가지 단문 대화를 주고받기도 했다.

지아지아의 두뇌는 거대한 온라인 데이터베이스다. 새 데이터가 업로드되면 말을 하고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클라우드 컴퓨터 플랫폼에 연결돼 있다. 실제 지아지아는 입술과 몸을 움직이는 보디랭귀지를 통한 섬세한 표현도 가능하다. 지난해 전 세계 판매액의 30% 가까이를 차지할 만큼 로봇산업에 집중 투자하고 있는 중국은 지금 AI를 장착한 휴머노이드 개발에서도 세계 최고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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