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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이슈탐색] 조선업 불황에… 경남 체불임금 100억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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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임 노동자 ‘우울한 근로자의 날’

세계일보

돈이 있는데도 직원들에게 임금을 주지 않은 ‘나쁜 사장님’들이 구속됐다. 경남 조선소 밀집지역에서는 올해 1∼2월 체불임금 규모가 100억원을 넘어섰다. 노동자의 열악한 근로조건을 개선하고자 제정된 ‘근로자의 날’이 돌아왔지만 많은 노동자가 ‘우울한 메이데이’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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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검 공안부는 2015년 11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직원 74명의 임금과 휴업수당, 퇴직금 등 13억2000만원을 체불한 혐의(근로기준법 위반 등)로 반도체장비 제조업체 대표 유모(46)씨를 구속했다고 30일 밝혔다.

유씨는 거래처인 한 대기업으로부터 납품대금으로 22억원을 받았으나 10억원은 따로 운영 중인 자신의 회사 등을 통해 빼돌린 뒤 고액수표를 이용해 수차례 세탁하고, 일부는 개인용도로 쓰면서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유씨가 단기간에 악의적으로 고액을 체불해 죄질이 나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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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디젤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김모(56)씨도 2014년 7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퇴직한 직원 13명의 퇴직금과 임금 6600만원, 직원 4명의 휴업수당 1800만원 등 8400만원을 체불한 혐의로 올해 초 불구속 기소됐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사용자 잘못으로 휴업하면 근로자에게 평균임금의 70% 이상을 지급해야 하지만, 김씨는 경영사정 악화 등을 이유로 주지 않았다. 수원지법 여주지원 형사2단독 이수웅 판사는 최근 김씨에게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지난해 수원지검에 접수된 임금과 퇴직금을 체불한 피의자는 5513명으로 전년(4550명)보다 35.9% 늘었다. 2012년(2739명)과 비교하면 4년 사이 2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수원지검 관계자는 “경제여건이 나아지지 않는 상황에서 사용자들이 임금 등 마땅히 근로자들에게 줘야 할 돈을 안 주고 경영사정을 개선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선소가 밀집한 경남 거제와 통영, 고성에서는 올해 들어 두달 만에 체불임금 규모가 100억원을 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조선업계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어 체불임금 액수와 피해 근로자 수는 계속 늘 것으로 전망이다.

고용노동부 통영지청에 따르면 올해 2월 말 현재 이들 3개 지역에서 일을 하고도 임금을 받지 못했다고 신고한 근로자는 2352명, 체불임금은 109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피해 근로자 수는 72.8%, 체불임금은 53.5% 증가한 규모다. 신고 근로자 중 일부는 식당 등 서비스업 종사 근로자이지만 대부분 조선소 근로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조선업계는 ‘빅3’인 거제의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그리고 중형조선소인 통영의 성동조선해양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설 경우 조선소 사내외 협력사를 중심으로 체불임금 신고 사례가 급증할 것으로 봤다. 조선소들은 올해 들어 이렇다할 수주를 하지 못하고 있다. 추가 수주에 실패하면 일감 감소에 따른 조선소 근로자 실직도 줄을 이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선박 수주가 급속도로 회복되지 않는 한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수원·통영=김영석·전상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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