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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이슈플러스] 청년은 고용부진 '한숨'…베이비부머는 영세창업 '허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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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경기불황에 청년층의 고용 부진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50∼60대는 저임금 일자리와 ‘나홀로 영세창업’에 내몰리고 있다. 통계에 잡히는 국내 고용시장이 ‘청년 고용↓, 50∼60대 고용 ↑’의 연령대별 차별화가 나타나는 이유다. 청년층은 취업 자체가 막막하고, 노후준비가 안 된 베이비붐 세대들은 너도나도 막일이나 생계형 창업에 뛰어들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고용의 질이라는 측면에서 적신호가 켜진 셈이다.

29일 국회 예산정책처의 ‘최근 우리나라 고용구조의 특징’ 보고서에 따르면 올 1분기 증가한 취업자(36만명)를 연령대별로 분석해보면 50대와 60대 이상의 취업자가 각각 16만명, 26만명 늘면서 증가세를 주도했다. 이에 반해 30대 취업자는 3만명, 40대는 4만명 감소했고, 15~29세 청년취업자 수는 1만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연령별 취업 증가 비중으로 보면 △15~29세(2.8%) △30대(-8.3%) △40대(-10.8%) △50대(45%) △60대 이상(71.4%)를 점유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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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전 국가공무원 9급 공개경쟁채용 필기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를 나서고 있다. 이날 열린 국가공무원 9급 공채에는 역대 최다인 22만8천368명, 서울을 제외한 전국 16개 시·도 사회복지직 9급에는 2만917명이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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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단대부고에서 삼성그룹 신입사원 선발을 위한 삼성직무적성검사(GSAT)를 치른 응시자들이 고사장을 나서고 있다.


실업률 추이도 비슷한 흐름이다.

15~29세 청년실업률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올 1분기 청년실업률은 10.8%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반면 50대 실업률은 같은 기간 2.2%에 불과하다. 비경제활동인구 중 구직활동을 포기한 ‘쉬었음’에 해당하는 청년층 인구도 올 1분기 15~29세 청년층은 1만명, 30~39세 장년층은 1만7000명 증가했지만 50~59세 ‘쉬었음’ 인구는 줄었다.

숫자로만 보면 고용과 실업률 모두 50∼60대가 청년층에 비해 여건이 훨씬 나은 것 같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빛 좋은 개살구’다. 고용여건 악화로 임금근로자에서 이탈한 50대 이상 구직자의 자영업 창업 확대가 늘면서 빚어진 착시 현상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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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을 내 치킨집 등에 뛰어든 50대 이상 생계형 창업자는 언제든 고용시장의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큰 위험 신호다. 영세 자영업자 생존율은 3명 중 1명꼴에 불과하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올 1분기 취업자는 2591만5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만1000명 증가했다. 하지만 이 중 자영업자와 무급가족종사자를 포함한 비임금근로자 증가폭이 16만3000명(45%)이었고 임금근로자는 19만8000명(55%)을 기록했다. 비임금근로자가 취업자 증가폭의 절반 가량을 차지한 것은 이례적이다.

자영업자 수는 2016년 3분기 전년 동기대비 5만명, 4분기 14만명, 올 1분기 17만명 늘었다.

이에 따라 취업자 중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상승하고 있다.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중은 2016년 1분기 21.0%였으나 이후 상승세를 보이며 2017년 1분기 기준 21.4%로 상승했다.

2016년 하반기 60대 이상 자영업자는 9만6000명, 50대는 7만8000명 증가해 2016년 하반기 자영업자 증가 19만명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반면 40대 자영업자는 같은 기간 1만7000명 감소하였으며, 20대는 1만명, 30대는 8000명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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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서울 중구 황학동 주방용품거리에 중고주방용품이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 자료사진


특히 고용원이 없는 나홀로 영세 자영업자가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50대 이상 창업 중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 증가가 12만명 증가했으며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5만4000명 증가에 그쳤다.

산업별로는 숙박 및 음식업, 제조업자, 부동산업 및 임대업 등에 종사하는 자영업자가 늘었다.

우리나라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대비 높은 수준이다.

2015년 기준 우리나라의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중은 21.4%로 OECD 국가 중 4번째로 높은 수준이며, OECD 평균 14.8%를 6.6%포인트 웃돌고 있다. 독일(10.4%)과 일본(8.5%)의 배를 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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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비중이 가장 높은 제조업도 2016년 3분기 이후 3분기 연속으로 취업자가 감소하고 있다.

2016년 기준 전체취업자 중 17.2%를 차지한 제조업 취업자는 2016년 3분기 7.1만명, 4분기 11만명, 2017년 1분기 11.2만명 감소하며 감소폭이 확대하고 있다.

고용 관련 연관 지표도 줄줄이 하락세다.

산업구조가 노동절약적 산업으로 옮아가면서 경제성장률 대비 취업자증가율의 비율을 의미하는 고용탄성치는 2012년 0.79에서 2015년 0.51로 하락했다. 부가가치 10억원당 취업자수를 보여주는 취업계수도 2010년 18.8명에서 2015년 17.7명으로 떨어졌다. 전산업 평균 고용유발계수도 2010년 9명 수준에서 2014년 8.7명 수준으로 추락했다.

예정처는 “우리나라 구직자와 고용시장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대책을 마련해 고용정책의 실효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예정처는 청년층의 고용 촉진을 위해 취업에 도움이 되는 역량기반교육훈련 및 일자리 매칭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청년층 스타트업 지원 등을 통해 경제활력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예정처는 또 고령 구직자와 일용직, 임시직 등 취업 취약계층의 전직 및 재취업 지원을 위한 직업 훈련 및 구직기간 중의 생계 지원 방안 등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예정처는 특히 우리나라의 고용창출능력 저하에 대비해 고부가서비스업, 4차산업 등 미래 유망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이를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연계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이천종 기자 sk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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