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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카메라 뒤에 사람이 있다!’ 고 이한빛 피디 추모 물결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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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8일 저녁 상암동 씨제이 이앤엠 사옥 앞에서

드라마 ‘혼술남녀’ 피디 첫 시민추모문화제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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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서울 상암동 ‘씨제이 이앤엠’(CJ E&M) 사옥 맞은편에서 열린 시민추모문화제에 모인 시민들이 촛불을 들어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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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한빛 피디가 출퇴근하며 지났을 길에 500여명의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티브이엔>(tvN) 드라마 <혼술남녀> 촬영 현장에서 격무에 시달리다 지난해 10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이한빛 피디를 추모하는 첫 시민추모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은 영상 10도 안팎으로 떨어진 싸늘한 날씨에도 자리를 지키며 고 이한빛 피디의 짧은 생을 애도하고, 씨제이이앤엠(CJ E&M)의 공식 사과와 재발방지대책을 촉구했다.

28일 저녁 서울 상암동 ‘씨제이 이앤엠’(CJ E&M) 사옥 맞은편에서 ‘tvN 혼술남녀 신입조연출 사망사건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가 주최한 시민추모문화제가 열렸다. 지난 18일 처음으로 고인의 죽음을 알린 기자회견 이후 유가족 간담회 등의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어머니 김혜영(59)씨는 무대에 올라 처음 상암동을 찾았던 때를 떠올렸다. 지난 10월 아들이 실종된 뒤 처음으로 씨제이이앤엠 본사를 찾았다는 김씨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한빛의 죽음을 사회에 알렸지만, 스스로 아들의 죽음을 인정하는 것이기에 두려운 일이기도 했다”고 했다. 울먹이는 목소리로 발언을 이어가던 김씨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살아가는 청년들이, 저에게는 모두 아들 한빛이었다”며 “성실하게 사는 젊은이들이 좌절하고, 죽음을 선택해야하는 회사와 사회의 구조는 바뀌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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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서울 상암동 ‘씨제이 이앤엠’(CJ E&M) 사옥 맞은편에서 열린 시민추모문화제에서 고 이한빛 피디의 어머니인 김혜영(59)씨가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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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한빛 피디는 조연출로 일했던 드라마 <혼술남녀>가 종영한 다음날인 지난해 10월26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유가족을 비롯한 대책위는 고인의 촬영 스케줄과 휴대폰 발신기록 등을 근거로 고인이 살인적인 노동 강도와 직장내 언어폭력, 촬영·조명 외주업체 해고 등으로 인해 괴로워하다 목숨을 끊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씨제이이앤엠은 열흘이 지난 지금까지 “경찰을 비롯한 기관이 조사에 나선다면, 지적된 문제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등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 외에 공식적인 사과를 하지 않고 않다.

현재 건강이 악화돼 병상에 있는 고 이한빛 피디의 아버지 이용관(59)씨 역시 편지를 통해 추모제를 찾은 시민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보냈다. 이씨는 편지에서 “가족이 힘들어하고, 무너지고 있는데 추모해주시는 분들이 힘을 주신다. 또 다른 한빛이가 다시는 나오지 않도록 지키는 일에 여생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교사인 이씨의 고등학생 제자 10여명도 추모제를 찾았다. 진선여고 1학년 박주현(17)양은 “이한빛 피디님의 진실이 밝혀지고, 이한빛 피디님의 희생과, 담임선생님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응원을 보탰다.

추모제에서는 고인과 함께 <혼술남녀> 현장에서 일했던 촬영 스태프의 편지도 대독됐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이 동료는 고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으면 더 잘하고 싶어서 조금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한빛군에게 꿈꾸지 않는 미래만 말했던 것 같아 미안하다”며 “글을 쓰면서 느끼는 고통과 미안함, 그리고 ‘나 또한 방관자였음’을 기억하며 살아갈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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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서울 상암동 ‘씨제이 이앤엠’(CJ E&M) 사옥 맞은편에서 열린 시민추모문화제에서 고 이한빛 피디를 추모하는 문구가 쓰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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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을 기리는 의미에서 함께 촛불을 켠 시민들은 ‘씨제이 이앤엠은 공식 사과하라’, ‘카메라 뒤에 사람이 있다’등의 구호를 외쳤다. 추모제가 끝난 뒤엔 약 200여명의 시민들이 씨제이이앤엠 사옥 앞으로 다가가 구호를 외치며 재발방지대책을 촉구하기도 했다.

청년유니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32개 시민단체로 꾸려진 대책위는 씨제이이앤엠의 사과와 재발방지대책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방송노동자 노동실태 조사, 국회 토론회 등의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글·사진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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