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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여행] 괜찮다 청춘아… 여린 파도의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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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봄바다 남원 큰엉&화순 곶자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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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는 이렇다’고 정의 내리긴 매우 어렵다. 맘 가는 대로 둘러봐도 각자 취향을 만족시킬 만한 곳이 참 많다. 멋진 바다 풍광을 보며 카페에서 차 한 잔을 즐겨도 좋고, 한라산을 올라 독특한 식생을 봐도 좋다. 사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어도 좋다. 결국 한 번만 찾아서는 제주를 즐기기 어렵다. 나만의 여러 방식으로 즐길 수 있는 여행 방법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여러 방식의 제주 여행 중 이번엔 손꼽히는 풍광을 보기 위해 서귀포로 발걸음을 향했다. 중국 여행객은 줄었지만, 제주는 어느 여행지를 가더라도 붐빈다. 내국인들이 그만큼 찾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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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기암절벽이 이어진다. 검은 현무암으로 이뤄져 있다. 절벽에 파도가 부딪힌다. 하얀 물거품이 퍼져나간다. 검은 현무암을 뒤덮는다. 물거품이 다시 사그라진다. 반복적이다. 수만, 수십만년간 절벽은 그대로 서 있었을 것이고, 파도는 계속 절벽에 부딪혔을 것이다. 파도의 부딪힘은 인간은 알 수 없을 정도로 미세한 균열을 절벽에 만들었고, 이는 세월이 흘러 동굴이 됐다. 절벽 위를 걸으며 보는 세월이 만든 자연의 흔적에 저절로 탄성이 입 밖으로 터져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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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남원 큰엉은 큰 바윗덩어리가 아름다운 해안을 집어삼킬 듯이 입을 크게 벌리고 있는 언덕이라고 해 ‘큰엉’으로 불린다. 남원 큰엉은 높이 30m, 길이 200m의 기암절벽이 쉬지 않고 밀려오는 파도와 부딪치며 만들어진 풍광이다. 해안을 따라 약 2㎞에 이르는 산책로가 이어져 있어 자연이 만든 기이한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제주엔 ‘엉’이란 말이 있다. 바닷가나 절벽 등에 뚫린 바위 그늘이나 굴을 의미하는 제주어다.

서귀포 남원의 ‘남원 큰엉’은 큰 바윗덩어리가 아름다운 해안을 집어삼킬 듯이 입을 크게 벌리고 있는 언덕이라고 해 ‘큰엉’으로 불린다. 서귀포 남원포구에서 시작해 동백나무 군락지, 위미항을 지나 쇠소깍에 이르는 약 15㎞의 올레길 5코스의 일부 구간이다. 쇠소깍뿐 아니라 남원 큰엉 등이 있어 제주의 올레길 중 아름답기로 유명한 길이다. 남원 큰엉은 높이 30m, 길이 200m의 기암절벽이 쉬지 않고 밀려오는 파도와 부딪치며 만들어진 풍광이다. 해안을 따라 약 2㎞에 이르는 산책로가 이어져 있어 자연이 만든 기이한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마치 오스트레일리아의 유명한 관광명소인 해안도로 그레이트오션로드를 보는 듯한 풍광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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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 큰엉에선 나무들이 만든 한반도를 만날 수 있다. 산책로 양 옆을 둘러싼 나무의 뻗은 가지들이 만든 형태가 한반도 모습을 하고 있다.


산책로 중간에는 바위틈으로 거대하게 뚫린 구멍이 있다. 일명 ‘우렁굴’이라 불리는 구멍으로, 풀이 우거져 있어 찾기가 쉽지 않다. 이 구멍은 ‘쇠 떨어지는 고망’으로도 불린다. 이 지역에서는 소들을 방목해 키웠는데, 여름에 소들이 더위를 피해 그늘을 찾아 숲속에 들어갔다가 바위틈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큰 구멍으로 떨어져 죽었다는 얘기가 전해온다. 소가 떨어지는 구멍이란 의미로 우렁굴로 불렸다고 한다.

우렁굴 외에도 사나운 호랑이가 사냥을 하듯 입을 크게 벌려 있는 모습이 호랑이의 머리를 닮았다고 해서 이름 붙은 ‘호두암’이 있다. 매의 구부러진 입모양으로도 보이기도 한다. ‘인디언 추장 얼굴바위’도 있는데, 미국 대통령 바위얼굴처럼 사람 얼굴 형태를 띠고 있다.

동백나무로 뒤덮인 산책로에서는 바다와 절벽이 이루는 풍경을 볼 수 없다. 산책로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길이 있는데, 그 길을 내려가야 해안 절경을 볼 수 있다. 해안 절경을 본 후 다시 산책로로 올라오면 나무들이 만든 한반도를 만날 수 있다. 리조트 부근에 이르면 산책로 양 옆을 둘러싼 나무의 뻗은 가지들이 만든 형태가 한반도 형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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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화순 곶자왈은 산방산 근처의 해안지역까지 이어져 있다. 도로에 인접해 있고, 정비가 잘 돼 있어 짧은 시간에 제주의 옛 생태를 둘러볼 수 있다.


바다에만 세월의 흔적이 있는 것이 아니다. 육지에서도 세월의 흔적을 만날 수 있는데 대표적인 곳이 곶자왈이다. 곶자왈은 나무와 덩굴, 암석 등이 어우러져 생태적으로 안정된 천연림을 일컫는 제주도 말이다.

과거 제주사람들에게 곶자왈은 화산이 폭발하면서 생겨나 농사를 지을 수 없는 땅이어서, 땔감을 조달하고 말과 소를 방목하던 곳이었을 뿐이다. 먹고사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았던 곶자왈의 과학적 가치가 높아지고 관광명소로 변하자 이제는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변신했다. 서귀포 화순 곶자왈도 그런 존재였는데, 다른 곶자왈과는 다르게 산방산 근처의 해안지역까지 이어진다. 도로에 인접해 있고 정비가 잘 돼 있어 짧은 시간에 둘러볼 수 있다. 이맘때 화순곶자왈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참식나무다. 말라 죽은 것처럼 보이는 잎들이 알고 보면 뽀송뽀송 솜털이 난 어린잎들이다. 벌레들이 달려들지 않게 죽은 것처럼 보이도록 위장한 것이다. 6월쯤 되면 초록잎으로 변신한다.

화순곶자왈 생태탐방 숲길은 1.6㎞의 직선코스와 2㎞의 기본순환코스로 나뉘는데, 전망대에선 주위에 시야를 가리는 높은 산이 없어 한라산과 산방산, 제주 바다를 다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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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자연사랑미술관은 폐교를 고쳐 조성한 미술관으로 한라산을 비롯한 제주의 자연과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담은 사진 작품을 볼 수 있다.


제주의 멋진 풍광을 다 돌아보긴 쉽지 않다. 대신 폐교에 조성한 자연사랑미술관에선 한라산을 비롯한 제주의 자연과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담은 사진 작품을 볼 수 있다. ‘바람이 머무는 곳’이라는 뜻의 ‘바람자리’ 전시장에서는 한라산에서 바다까지 제주의 비경과 사계절을 느낄 수 있다. 전시관 뒤편엔 이색적인 형태를 띠고 있는 제주의 화산탄들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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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사랑미술관 뒤편엔 이색적인 형태를 띠고 있는 제주의 화산탄들을 볼 수 있다.


제주=글·사진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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