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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S스페셜 - '우주' 이야기] (10) 한국형 액체 로켓엔진 개발, 인내가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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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발사체를 개발하기 위한 75t 엔진의 성능 시험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7월 첫 모델인 1호기가 처음 임무시간을 넘어서는 145초 연속 연소에 성공한 데 이어 현재 3호기가 시험 중이다. 오는 6월부터는 5호기가 시험에 들어간다. 75t 엔진은 한국형 발사체에 적용되어 비행에 나서기까지 모두 17기가 개발될 예정이다. 17기의 엔진으로 200회가 넘는 시험을 수행하며 신뢰성을 확보하게 된다.



▲75t급 엔진의 성능 시험과 관련한 영상

액체 로켓엔진은 내부에서 일어나는 맹렬하고 극한의 화학반응을 견뎌야 한다. 동시에 무게 대비 최고의 성능을 내야 하기 때문에 가능한 가볍게 제작되어야 한다. 이런 두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사실 로켓엔진은 수많은 사고와 위험 요소를 내재하고 있다. 그래서 반복된 시험을 통해 성능이 안정적이고 사고 확률이 낮다는 것을 입증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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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체 로켓엔진.


이런 이유 때문에 오랜 기간의 엔진 개발 노하우와 전문인력,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선진국도 여전히 새로운 엔진을 뚝딱 만들어 내지 못한다. 상당 기간의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한 탓이다. 실제로 세계 주요 액체 로켓엔진의 평균 개발 기간을 살펴봤더니 평균 9.17년이 걸렸다. 액체산소와 케로신(항공유)을 추진제로 사용하는 로켓엔진의 개발 기간은 평균 8.50년, 액체산소와 액체수소 조합의 엔진은 평균 9.83년의 시간이 각각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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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대표적인 액체 로켓엔진은 액체수소와 액체산소를 추진제로 사용하는 110t급 ‘LE-7’이다. 이 엔진은 1983년 개발에 착수해 ‘H-2’ 로켓에 장착될 때까지 12년이 걸렸다. LE-7 이전에 개발된 LE-5 엔진 역시 12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일본은 새 발사체 H-3에 적용할 추력 150t급의 엔진을 개발하고 있는데, 발사 목표는 2020년이다. 일본은 세계에서 4번째로 우주에 자력으로 인공위성을 보냈으며, 미국으로부터 발사체 기술을 이전받아 라이선스 프로덕션을 진행한 뒤 자국 발사체를 차근차근 개발해 온 국가다. 상당한 기술적 노하우가 있다는 얘기다.

중국의 로켓엔진은 러시아의 구형 엔진 ‘RD-120’을 기반으로 한다. 중국은 이 엔진을 기반으로 15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해 새 엔진 ‘YF-100’를 개발했다. 액체산소와 특수 정제유(RP-1)를 추진제로 사용하는 중국의 YF-100 엔진의 추력은 120t 안팎으로, 러시아제 ‘나로호’의 1단 엔진보다 성능이 낮다. YF-100 엔진은 중국의 신규 발사체 ‘장정 5·6호’ 등에 적용되고 있다.

우주 발사체의 혁신을 주도하고 것으로 평가받는 ‘스페이스X’가 현재 운용 중인 ‘팔콘-9’ 로켓에는 액체산소와 특수 정제유(RP-1)를 추진제로 쓰는 ‘멀린(Merlin)-1D’ 엔진이 사용되고 있다. 이 엔진은 2012년 개발되어 팔콘-9에 적용됐다. 멀린-1D는 스페이스X가 과거 개발한 멀린-1C 모델을 개량한 것인데, 멀린-1C 엔진은 사실상 미국항공우주국(나사)가 1997년 개발에 착수했다가 비행까지 가지 못하고 2001년 중단했던 모델이다. 그런데 멀린-1C는 터보펌프 방식의 액체 로켓엔진 ‘패스트랙’(Fastrac, MC-1)을 모태로 한다. 스페이스X는 사실상 패스트랙 엔진의 시제와 설계, 기술을 가져와 멀린-1A·1B·1C 엔진으로 개량 개발을 진행해 온 것이다. 스페이스X는 멀린-1C까지 엔진의 핵심 구성품인 터보펌프를 바버-니콜(Barber-Nicole)사에서 설계부터 제작까지 수행하여 공급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회사는 패스트랙 엔진의 터보펌프를 개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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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발사체 모형도.


이들 다른 나라들의 사례는 액체 로켓엔진 개발에는 사실상 지름길이 없다는 것을 보여 준다. 상당한 시간과 노력, 인내가 전제되어야 한다. 늦게 출발했다고 해서 빨리만 가려다가는 오히려 개발이 지연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한국형 발사체의 엔진 시험이 진행되고 있는 전남 고흥의 나로우주센터에서는 거의 매주 액체 로켓엔진 시험으로 섭씨 3000도의 연소 가스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차근차근 신뢰도를 높여 가며 엔진이 완성되어 가고 있다. 우주를 향해 힘차게 솟아오를 그 순간을 차분히 기다려 본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홍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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