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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MK포커스] 반칙이냐? 변칙이냐? 프로야구의 논란플레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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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28일 잠실에서 열리는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를 앞둔 조원우 롯데 자이언츠 감독은 전날(27일) 사직 한화전에서 상대 선발로 나온 배영수의 투구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배영수는 5⅓이닝 1실점을 기록하며 승리를 거뒀지만, 변칙투구 때문에 논란이 됐다. 영수는 롯데 타선을 상대로 다리를 든 뒤 발을 흔들어 공을 던지기도 했고, 시구하는 듯한 동작으로 공을 천천히 던져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았다. 당시 배영수의 투구 동작을 본 SBS 이순철 해설위원은 중계를 통해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기 위해 투구를 하다 멈춰서는 안 된다. 멈춤 동작을 하지 않기 위해 발을 흔들었지만 연결 동작이라고 볼 수 없다. 타자는 물론 벤치에서도 어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 감독도 심판에게 항의를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 부분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낸 것이다.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배영수의 지능적인 투구에 한화가 연패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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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9월7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LG 트윈스의 경기, 6회말 1사 1,2루 상황에서 한화 김태완의 타구를 유격수 오지환이 놓치고 있다. 오지환은 고의낙구를 자주 이용하는 내야수다. 사진=MK스포츠 DB


상황은 다르지만 지난주 2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IA타이거즈와 LG 트윈스의 경기에서는 다소 복잡한 장면이 나왔다. KIA가 2회초 나지완의 안타와 안치홍의 몸에 맞는 공으로 무사 1, 2루 득점 기회를 만들었다. 그러나 김선빈이 LG 선발투수 차우찬의 2구를 친 게 내야에 높이 떴다. LG 유격수 오지환은 김선빈의 타구를 바로 잡지 않고, 원 바운드가 된 뒤 잡았다. 일명 고의낙구였다. 이를 바로 앞에서 지켜본 2루 주자 나지완은 3루로 내달렸다. 나지완이 열심히 달렸지만 상황은 인필드 플라이였다. 이민호 주심이 왼팔을 들었기 때문. LG는 2루와 3루 사이에서 갈팡질팡한 나지완을 태그 아웃시켰다. 결과적으로 고의낙구를 한 오지환의 수비 센스가 돋보였다.

이때 이민호 주심이 인필드 플라이라고 설명하고 김선빈은 아웃, 나지완을 2루로, 안치홍을 1루로 돌려보냈다. 그러자 양상문 LG 감독이 그라운드로 나와 주심에 어필했다. 양 감독의 말을 들은 이민호 주심은 판정을 번복했다. 김선빈은 인필드 플라이 아웃 처리되고 나지완은 태그 아웃으로 2아웃 1루로 정정했다. 그러자 이번엔 김기태 KIA 감독이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김 감독은 인필드 플라이 상황에 대해 설명을 들었고 이민호 주심은 2사 1루가 아닌 2루로 다시 정정했다. 나지완이 협살을 당할 때 안치홍의 2루 진루를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흐름이 끊긴 KIA는 후속타자 김민식의 삼진으로 득점 찬스를 살리지 못한 채 공격을 마감했다. 결과적으로 오지환의 고의낙구가 효과를 발휘한 셈이다.

오지환은 고의낙구를 잘 활용하는 내야수다. 지난 2014년 9월7일 대전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 6회말 무사 1,2루에서도 내야에 뜬 공을 일부러 떨어뜨려, 1루주자와 2루주자를 아웃시켰다. 그러자 당시 한화 김응용 감독이 인필드 플라이 선언을 하지 않은 점을 항의하다가 퇴장 당했다. 오지환의 플레이는 분명 규정 위반은 아니다. 반칙은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상대 입장에서는 얄미운 플레이일 수 있다. 물론 LG입장에서는 재치 있는 플레이다.

이처럼 36년째를 맞는 프로야구에는 논란이 된 플레이가 있다. 규정을 교묘히 이용한 변칙도 있었고, 규정을 위반했지만 심판 눈을 벗어난 플레이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이런 플레이는 찜찜한 뒷얘기를 남긴다. 논란으로 불거지는 경우가 대다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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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7월9일 대구 SK-삼성전 4회 2사에서 내야에 튀어 떠오른 박석민의 타구는 SK 1루수 브라운의 글러브에 빨려 들어갔다. 사진=중계화면 캡처


▲ 빈 글러브 태그 논란 “경기의 일부, 하지만...”

지난 2015년 7월9일 대구 시민구장에서 열린 SK와이번스와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 4회 2사 2루 상황에서 박석민의 타구가 내야에 높게 떴다. 타구는 절묘하게 1루수 앤드류 브라운, 3루수 김연훈, 투수 김광현 사이로 떨어졌다. 홈 플레이트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3루 선상 지점이었다. 공교롭게도 2루 주자 최형우가 홈에 들어오기 직전. 김광현은 그대로 글러브로 태그를 했고, 최형우는 아웃됐다. 그러나 타구는 브라운의 글러브 속에 있었다. 이를 심판진은 물론, 삼성 벤치에서도 보지 못했다. 경기는 그렇게 삼성 공격이 끝나고, SK 공격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느린 그림으로 나온 영상에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논란이 됐다. 김광현을 사기꾼으로 비난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일부에서는 김광현의 양심선언과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물론 현장에서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였다. 이 또한 경기의 일부라는 시선이었다. 규정상으로는 아웃이 될 수 없지만, 이를 번복하지 못해 나온 논란이었다.

그해 10월10일 잠실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는 ‘배트사구’ 문제가 불거졌다. 9회말 1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마운드에는 조상우, 타석에는 김재호가 있었다. 볼카운트 2-1에서 조상우의 4구째가 김재호의 몸쪽을 파고 들었다. 김재호는 황급히 몸을 돌렸지만, 공은 스쳤다. 김재호는 ‘나가도 되냐’는 제스처를 한 차례 취했고, 구심은 사구를 선언했다. 하지만 화면으로 볼 때는 김재호의 몸이 아닌 배트에 맞는 것처럼 보였다. 결국 조상우는 9회 김현수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내줬다. 동점이 됐다. 10회 끝내기 안타로 두산이 1차전을 잡았다. 넥센 입장에서는 합의판정을 요청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넥센 벤치도 이를 확인하지 못해 그냥 넘어갔다.

이런 장면들은 결과적으로 누구의 잘, 잘못을 따지기 모호하다. 승부의 세계에서는 페이크 플레이가 암묵적으로 허용된다. 오히려 지능적인 페이크 플레이를 사용하지 못하는 쪽이 우둔하고, 어리석은 취급을 받는다. 경기를 하다보면 피치 못할 상황에서 상대도, 심판도 속인다. 이는 양심과는 전혀 별개의 문제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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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27일 빈볼 견제구 논란을 일으킨 KIA 임창용(왼쪽)이 다음날 경기에 앞서 두산 오재원(오른쪽)에게 사과하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 변칙을 넘은 추태 또는 꼼수...칼을 빼든 KBO

하지만 단순히 페이크플레이를 넘어서 비난을 초래하는 장면도 많았고, KBO가 직접 나선 경우도 심심치 않게 있었다. 지난해 8월 27일 광주 KIA-두산전. KIA가 5-3으로 앞선 9회 두산 공격 2사 2루에서 마운드에 있던 KIA 마무리 투수 임창용이 갑자기 2루 쪽으로 몸을 틀어 주자 오재원을 향해 공을 던졌다. KIA 유격수와 2루수 중 누구도 베이스 쪽으로 움직이지 않았는데도 던져고, 더구나 보크 상황도 아니었다. 보크상황이라면 2루쪽으로 공을 던져야 하겠지만, 굳이 2루로 공을 던져야 할 이유가 없었다. 느린그림으로 보면 임창용은 베이스가 비어있는 것을 보고 한 템포 멈칫한 뒤에도 공의 스피드를 줄이지 않고 던졌다. 그것도 오재원의 머리를 향해. 오재원은 놀라서 주저앉았고, 김태형 두산 감독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달려 나와 거세게 항의했다. 경기 후 KIA 관계자는 “임창용이 ‘유격수 최병연과 사인이 맞지 않았다’는 해명을 했다”고 밝혔다. 임창용 역시 “고의로 던진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다음 날인 28일 경기를 앞두고 두산 더그아웃을 찾아 오재원에게 사과를 하며 일단락되긴 했지만, KBO는 신속하게 상벌위원회를 열어 임창용에게 3경기 출장 정지와 사회봉사활동 120시간 징계를 내렸다. 임창용이 고의로 공을 던졌다고 본 것이다.

그런가 하면 비 때문에 나오는 추태도 비일비재하다. 역시 야구팬들에게 욕먹기 딱 좋은 장면들이다. 대표적인 경기가 2008년 6월 4일 광주 무등구장에서 열린 한화와 KIA의 경기다. 홈팀 KIA가 6-1로 앞서고 있던 3회에 비가 내리기 시작하자 서로 경기를 빨리, 혹은 늦게 진행시키기 위한 꼼수 퍼레이드를 펼쳤다. 5회가 끝나야 정식 경기로 인정된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KIA는 빨리 5회를 넘기기 위해 3회말 타자들이 일부러 볼에 헛스윙해 3구 삼진으로 물러나는 작전을 썼다. 그러자 한화는 플라이 타구를 떨어트리고, 땅볼타구를 잡지 않는 등 추태로 맞섰다. 땅볼에 1루로 뛰던 KIA타자가 갑자기 멈춰 서버리기도 했다.

이에 KBO는 두 팀에 엄중 경고를 내렸다. 경기를 고의로 단축 혹은 지연시키기 위한 행위는 KBO 야구규약상 승리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태만히 하는 행위로 볼 소지가 높기 때문이다.

[jcan1231@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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