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Why] "몇천원짜리와 뭐가 다르냐"… 계속되는 명품 가방의 '굴욕'

댓글 8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이케아에 비교되는 발렌시아가

천연 가죽과 재생 비닐

재료만 차이 있을 뿐… 푸른 형광색 디자인까지

같은 제품처럼 쏙 빼닮아 가격은 250만원 對 1100원

디오르·베트멍 티셔츠도 비슷한 논란에 휘말려

조선일보

2017년 봄·여름 발렌시아가 컬렉션에 등장한 토트백(윗쪽)과 이케아의 비닐 장바구니(아랫쪽). /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다른 건 가격뿐이다."

지난 19일(현지 시각) 미국 CNN방송이 프랑스 고가(高價) 브랜드 발렌시아가의 2017년 봄·여름 컬렉션에 나온 2145달러(약250만원)짜리 가방과 이케아의 99센트(약 1100원)짜리 장바구니를 비교해 내놓은 평이다.

이 두 가방이 '너무 비슷하다'는 이유로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미국 뉴욕 바니스백화점 온라인 쇼핑몰에 이 가방 사진이 큼지막하게 올라오면서부터. '발렌시아가 아레나 초대형 쇼핑용 토트백'이라는 설명과 함께 푸른 형광색 가방 사진이 올라오자 수많은 네티즌은 이를 캡처해 페이스북·인스타그램으로 전파했다. "이케아 가방과 정말 똑같다"는 것이다. 두 가방은 사실 소재가 다르다. 발렌시아가 가방은 천연 가죽으로 만들어졌고, 이케아 장바구니는 재생 비닐 제품이다. 논란이 계속되자 이케아 대변인은 "우쭐한 기분이 든다"는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발렌시아가가 이런 '굴욕'을 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6년 가을·겨울 컬렉션에 등장한 '바자백'은 태국 야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줄무늬 비닐백과 다를 바 없었다. 비평가들은 "길거리 감성을 입은 하이엔드 패션"이라고 평했으나 SNS에서 네티즌들은 "몇십원짜리 가방과 뭐가 다르냐"고 조롱하기도 했다.

발렌시아가의 디자이너인 뎀나 바잘리아가 2014년 다른 파리 출신 디자이너들과 의기투합해 만든 브랜드 '베트멍'의 옷과 가방도 사실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브랜드의 후드티와 맨투맨 티셔츠는 100만원이 넘는데 한 번 빨면 쭉쭉 늘어난다. 한편에선 "노숙자들이 입는 옷과 뭐가 다르냐"는 말도 나왔다.

디오르가 2017년 봄·여름 컬렉션으로 내놓은 '페미니즘 티셔츠'도 한동안 논란의 중심에 섰던 작품. 디자이너 그라치아 치우리가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돼야 한다(We should all be feminists)'라는 도발적인 슬로건을 새겨넣어 화제를 낳았지만 한편에선 "이 티셔츠 한장이 80만원이 넘는 것에 과연 동의할 수 있느냐"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이런 제품이 자꾸 쏟아지는 이유를 두고 패션 전문가들은 "럭셔리를 더 거칠고 평범하게 풀어내는 소위 안티 패션 운동의 영향"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인트렌드 정윤기 이사는 "럭셔리와 길거리 패션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비싼 것과 싼 것의 경계가 무너지는 것이 요즘 추세"라면서 "결국 무엇이 더 고급스럽고 럭셔리한가는 그것을 직접 입어보고 걸쳐본 사람만이 은밀하게 알 뿐이다. SNS에서 쏟아지는 갑론을박이 이들 소비자에게는 크게 의미 없을 것"이라고 했다.

[송혜진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