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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범죄인인도 결정 첫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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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사기 혐의로 기소돼 법원 재판을 받다가 2011년 러시아로 도주한 피고인이 범죄인인도 절차를 거쳐 6년 만에 국내로 송환됐다.

법무부는 사기범죄 피고인 A(44)씨 신병을 러시아 당국에서 넘겨받아 28일 블라디보스토크를 출발해 오후 4시30분 인천국제공항으로 송환했다고 밝혔다.

A씨는 자신의 회사에 약 1억5000만원의 채권이 있는 것처럼 꾸며 피해자 회사 소유 선박에 대한 경매를 신청한 뒤 경매금을 편취하려 한 혐의로 춘천지검 강릉지청의 수사를 받고 2010년 9월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그는 불구속 상태인 점을 악용해 1심 재판 도중인 2011년 4월 러시아로 도주했다. 춘천지법 강릉지원은 2013년 7월 궐석 상태에서 A씨에게 징역 1년 실형을 선고했다.

법무부는 2014년 12월 A씨가 러시아에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2015년 1월 범죄인인도 청구를 했다. 이에 러시아 연방대검찰청은 3주일 안에 자진출국할 것을 조건으로 A씨를 석방했다. 문제는 A씨가 자진출국 조건을 이행하지 않은 채 도주했다는 점이다. 그는 약 1년3개월이 지난 2016년 3월28일 러시아 현지 경찰에 다시 체포됐다.

A씨가 체포된 뒤 법무부는 주러시아 한국대사관 및 주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관을 통해 그의 조속한 송환을 요청했다. 러시아 대검은 지난해 6월 A씨를 한국에 인도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A씨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이대로 한국에 가면 사형을 당할지 모르며, 사기죄 외에 다른 범죄 혐의가 추가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비선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씨 딸 정유라(21)씨가 덴마크 당국에 구금돼 있으면서 ‘박영수 특별검사의 정치적 중립성을 믿을 수 없어 한국에 갈 수 없다’고 억지를 부린 것과 똑같은 형국이었던 셈이다.

러시아 연방대법원은 A씨의 궤변을 받아들이지 않고 지난달 23일 A씨의 범죄인인도 결정을 최종 확정했다.

이번 A씨의 국내 송환 과정에서 법무부, 춘천지검 강릉지청, 외교부 등 국내외 관계기관이 서로 긴밀히 협력했다. 특히 법무부와 검찰이 범죄인인도 청구 및 러시아 대검과의 협의 등 끈질긴 노력 끝에 범죄인인도를 통한 신병 확보에 이르렀다.

한국이 러시아로부터 범죄인을 인도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러시아는 범죄인인도에 관한 유럽협약 가입국이며 범죄인인도 결정에 대해 자국 내 불복을 허용하는 국가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번 송환을 거울삼아 현재 유럽 국가에서 진행 중인 주요 범죄인 송환도 신속히 마무리해 범죄를 저지르면 결국 법의 심판을 받게 된다는 인식을 확산하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고 말했다.

최근 죄를 짓고 외국으로 달아난 범죄인의 국내 송환 실적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법무부는 앞으로도 국가별·사안별 맞춤형 송환 방식을 활용해 해외로 도피한 범죄인들을 끝까지 추적해나간다는 방침이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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