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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이슈플러스] 전동 킥보드 탄 어린이들 ‘위험한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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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선물 인기… 판매량 늘어 / 시속 10㎞로 인도 주행… 행인 ‘아찔’ / 정부 부처는 ‘뒷짐’ 안전 기준 없어 / PM 관련 교통사고 덩달아 급증

세계일보

“전동 킥보드를 탄 두 사람이 제 앞으로 빠르게 다가오더라구요. 깜짝 놀라 옆으로 피했어요.”(김현빈군·12)

“장 보러 갈 때 (PM 이용자가) 옆 사람도 보지 않고 가는 걸 보면 겁이 덜컥 나요. 나 같은 노인네들은 피하기가 어려워 더 조심스럽죠.”(김경자씨·72·여)

세그웨이나 전동 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수단’(Personal Mobility·PM) 이용자들을 보는 걱정 가득한 시선들이다. 화창해진 날씨에 공원이나 유원지, 인도 등에서 만만찮은 속도로 내달리는 PM이 부쩍 늘면서 사고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운행 장소, 보호장구 착용 등 구체적인 안전기준이 없어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PM을 이용하려면 운전면허가 있어야 하고, 운행은 도로에서만 가능하다. 그러나 PM 이용자들은 차량 통행량이 많아 위험한 도로보다는 공원이나 인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어린이 이용자들도 증가하는 추세다. 28일 서울 영등포구 선유도공원에서 만난 권모(12)군은 “아빠가 성인용 전동 킥보드를 사주셨다”며 “어린이날 선물로 전동 킥보드를 원하는 친구들이 주변에 50명은 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인터넷 쇼핑몰에는 ‘어린이용 전동 킥보드’ 광고가 등장했다. 어린이의 키에 맞춰 약 90㎝ 높이로 제작된 제품은 시속 10∼15㎞로 달릴 수 있다. 가격도 20만∼30만원대로 성인용 PM보다 저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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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량도 크게 늘었다. 현대해상 교통기후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PM 판매량은 바퀴가 1개인 ‘원휠’ 제품이 2014년 2500대에서 지난해 7월 기준 8000대로 증가했다. 바퀴가 2개인 ‘투휠’ 제품 판매량은 같은 기간 1000대에서 2만대로 20배 급증했다. 관련 사고도 매년 늘어 2012년 29건에 불과했던 것이 2015년 77건, 2016년 137건을 기록했다.

그러나 운행장소와 속도 제한, 보호장구 착용 같은 안전기준을 마련해야 할 관계 당국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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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방영된 `후아유-학교 2015`에서 보호장비 없이 `전동휠` 타고 주행하는 장면.


국토해양부, 행정자치부, 경찰청은 지난해 5월 국무총리 주재의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PM이 자전거도로를 이용하도록 법률을 개정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보행자나 차량과의 충돌사고를 막기 위한 절충점으로 자전거도로를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법 개정은 감감무소식인 채 서로 책임 떠넘기기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국토부가 PM을 이동수단인 차량으로 간주하지 않으면서 아직까지 안전기준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토부 관계자는 “PM이 도로로 다니면 경찰청, 자전거 도로로 다니게 되면 행자부가 맡도록 돼 있다”며 “국토부는 PM의 안전성을 실험한 자료를 소관 부서에 제공하기 위해 주행 및 충돌 실험을 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오래전부터 PM의 안전성 연구를 마치고, 이용자 기준까지 마련한 주요 선진국 사례들과 비교해 한심한 대목이다. 교통안전공단 하승우 교수는 “PM은 자전거보다 순간 속도가 빨라 보행자가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보행자와 사람, 자전거가 느낄 수 있는 PM 안전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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