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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박충식의 인공지능으로 보는 세상] '공각기공대' 또는 '고스트 인 더 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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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

시로 마사무네의 원작 만화 제목은 <고스트 인 더 쉘>이었고, 그 원작 만화로 만든 오시이 마모루의 애니메이션 제목은 <공각기공대>가 되었고, 길버트 라일의 책, <마음의 개념>에 나오는 ‘고스트 인 더 머신(Ghost th the Machine)’이라는 말은 원작 만화 제목의 아이디어가 되었다. 그리고 루퍼트 샌더스의 <공각기공대: 고스트 인 더 쉘>은 <공각기공대: 로보캅>이 되었다.

일본 애니메이션이었던 공각기동대가 할리우드 실사 영화로 개봉되었다. 그것은 공각기공대의 설정으로 만들어진 로보캅이었다. 그래서 인공지능은 없는 셈이다. 영화가 재미없지는 않지만 인공지능적 문제의식은 없는 같다. 이유를 설명하려면 애니메이션 공각기공대가 인공지능과 관련된 영화인가가 먼저 얘기되어야 할 것이다. 로봇이 등장한다고 인공지능에 관련된 영화라고 할 수는 없다. 현실 세계에서 로봇이 등장하면 인공지능이라고 할 수 있지만 영화나 소설 같은 픽션 세계에서 로봇이 등장한다고 인공지능에 관련된 영화라고 할 수는 없다. 너무나 쉬운 설정이 아닌가.

인공지능과 관련된 영화의 족보를 모두 나열할 수는 없지만 <공각기공대>의 인형사는 당연히 포함하고 <스페이스 오딧세이>의 HAL9000, <블레이드 러너>의 데커드와 레이첼, <매트릭스>의 스미스나 데우스 엑스 마키나, 의 데이비드, <아이 로봇>의 써니나 비키, <그녀>(Her)>의 사만다는 인공지능이 스스로 의식을 가지고 자신의 존재에 대해서 고민하고 인간과 무관하게 결정하고 행동한다.

로보캅과 같은 종류의 영화는 로봇의 몸에 인간의 정신을 가지는 존재로 등장한다. 이러한 결합의 존재는 로봇의 몸과 인간의 뇌로 이루어지거나 로봇의 몸에서 두뇌와 같은 기능을 하는 장치에 인간의 정신이 올려지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어느 경우든 인간의 기억이 완전히 지워지지 않아서 과거 인간의 면모를 드러내게 되어 줄거리의 반전을 가져오는 전개로 이어진다. 이러한 설정은 유발 하라리나 닉 보스트롬에서 보여지는, 인간 정신의 보존성을 전제로 한, 인공지능적이라기보다는 생물정보적인 상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느 경우든 그 지능은 인공으로 만들어진 인공지능이 아니고 자연이 만들어낸 자연지능인 것이다.

필자가 말하는 인공지능적인 문제의식은 물질적 존재가 가지게 되는 의식의 발생 문제이고 이러한 문제가 기계는 아니라고 믿고 싶은 인간의 의식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이 가진 자연 지능이든 로봇이 가진 인공지능이든 ‘지능’이 ‘정보처리’라면 인간이든 로봇이든 생물 기계이냐 또는 반도체 기계이냐의 차이일 뿐이고 반복적인 작용을 하는 들뢰즈적 의미에서 기계인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이든 로봇이든 처리하는 그 ‘정보’는 러시아 물리학자인 롤프 란다루어의 말처럼, 물질적이던 물리학적이던 물리적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의식이 마르첼로 마시미니와 줄리오 토노니의 주장처럼, 정보통합 과정에서 생겨나는 것이라고 보기 때문에 의식도 물리적인 것이 된다.

할리우드판 공각기공대의 메이저 미라 킬리언은 애니메이션판 공각기공대의 소령 쿠사나기 모코토가 아니고 납치된 어린아이 모코토의 어른이 되기 때문에 로보캅이 되어 버린 것이다(스포일러일 수도 있다). 할리우드판 <공각기공대>가 유지할 뿐만 아니라 강조하는 애니메이션판 공각기공대의 한 가지는 정체성으로서의 ‘기억’이다. 할리우드판 공각기공대의 새로운 플롯에서도 중요한 키워드는 ‘기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해킹당한 사람들이나 미라 킬리언 모두 이러한 ‘기억’ 때문에 자신을 잃거나 고민하게 된다.

그래서 할리우드판 공각기공대에서는 할리우드식으로 변형되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스크립트가 “나의 존재는 기억이 정의하는 게 아니고 행동이 정의한다”는 것이다. 그 행동은 존재의 새로운 기억을 만들고 그 기억으로 새로운 정체성이 만들어지게 된다. 할리우드판 <공각기공대>에는 이러한 정체성의 출현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에 공각기공대 설정의 로보캅이라고 하는 것이다.

박충식 U1대학교(아산캠퍼스)스마트IT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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