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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중국은 사드보복, 미국은 청구서…차기정부 외교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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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철수 압력·美 비용 요구·국내여론 사이 고차 방정식

전문가 "즉자적 대응 말고 트럼프 진의 신중 탐색해야"

연합뉴스

트럼프 사드비용 10억불 발언 (PG)
[제작 조혜인, 이태호]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관련 한국의 비용 부담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등을 언론 인터뷰에서 공개적으로 언급함에 따라 내달 9일 대선을 거쳐 출범할 한국 차기 정부는 외교면에서 어려운 숙제를 떠안게 됐다.

사드 설비가 이미 경북 성주 부지에 반입된 상황에서 차기 한국 정부는 돌출한 사드 비용 문제를 적절히 해결하며 한미동맹을 견고히 유지하는 동시에 갈수록 거세어질 중국의 사드 보복에도 맞서야 한다. '두 개의 전선'에서 외교전을 펴야 할 상황이다.

우선 대미 외교의 경우 한국 새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정상회담 등 계기에 '미국이 한국을 지켜주니 비용은 한국이 다 부담해야 한다'는 트럼프식 동맹관에 맞서 재정 면에서의 국익을 지키고 동맹의 약화도 막아야 할 상황이다.

트럼프 인터뷰의 사드 관련 발언은 동맹도 철저히 주판 위에서 운용하려는 '트럼프 외교'의 한 단면을 확인시켰다. 트럼프는 "사드 시스템에 대해 말하자면 약 10억 달러(1조 1천억여원)나 된다. 난 '왜 우리가 내나'라고 말한다. 우리는 (한국을) 지켜주고 있는데 왜 10억 달러를 내나?"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후보 시절인 작년 9월 TV토론때 "우리는 한·일을 방어하는 데 그들은 우리한테 (공정한 몫의) 돈을 안 낸다"면서 "그들은 돈을 내야 한다. 우리가 재정적으로 엄청난 손실을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고 같은 달 국방정책 발표 등 계기에 누차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

연합뉴스

중국 외교부, 한국 사드 장비 배치 반발 (PG)
[제작 최자윤]



지난 1월 20일 집권 후에는 한동안 후보시절과 같은 거친 발언은 하지 않았지만 북핵 위기가 고조되면서 외교·국방 분야에서 대북 압박을 강화하고 사드 배치를 실제로 진행하는 등의 상황 변화가 생기자 마치 청구서를 내밀듯 '속내'를 여과없이 드러낸 것이다.

사드의 본격 가동을 앞두고 중국의 보복은 더욱 거세질 수 있다는 점은 차기 정부의 두통을 가중시킬 전망이다. 중국의 보복을 받는 와중에 동맹국인 미국까지 계산서를 들이미는 상황에서 국내 대미 여론이 호의적일 리 없기에 차기 정부는 미국, 중국, 국내 여론 사이에서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야한다.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지낸 위성락 전 주 러시아 대사는 28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트럼프의 발언과 관련, 차기 정부에 차분하고 신중한 대응을 주문했다.

위 전 대사는 사드 비용 부담 요구에 대해 "돈을 내라고 했다고 해서 발끈할 필요는 없다"며 "미국이 자기 예산으로 이미 배치한 사드에 대해 한국이 돈을 내고 인수하라는 뜻인지, 아니면 다른 것을 얻기 위한 협상 카드인지 알 수 없으니 즉자적 대응을 하지 말고 진의를 탐지하는 신중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위 전 대사는 한미 FTA 개정 요구에 대해서도 "중국과의 관계에서 무역, 환율 등 문제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몇차례 바뀌었다"며 "이번에 밝힌 한미 FTA 관련 발언도 추후 바뀔 수 있는 만큼 상황에 대해 열린 자세로 차분히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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