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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이사잦은 군인가족 안쓰러워…자녀교육 돕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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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자녀 고교' 한민고 이사장 변신한 김태영 前국방장관

매일경제

국방부를 이끌었던 수장이 완벽한 교육 전문가로 변신했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학교법인 한민학원 이사장이었고 현재는 명예 이사장을 맡고 있는 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 이야기다.

경기도 파주시 광탄면에 있는 한민고등학교는 올해 2월 처음으로 졸업생을 배출한 신생 학교다. 전체 학생의 70%가 직업군인 자녀다.

김 명예이사장은 "직업군인들에게 가장 큰 어려움이 바로 근무지 변동에 따른 자녀들의 전학"이라며 "저를 포함해 교육 문제 때문에 고민하던 군인들에게 확실한 해결책이 됐다"고 강조했다.

김 명예이사장은 "결혼한 지 39년이 됐는데 그동안 이사를 29차례나 했다"며 "애들이 전학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9년 동안은 가족과 떨어져 지내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자녀의 중요한 성장 시기에 아버지로서 역할에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는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김 명예이사장은 "한민고를 군인에 대한 특혜로 보기보다는, 군인 가족이 받고 있던 불이익을 조금이라도 보상해주는 쪽으로 생각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직업군인의 중학교 졸업생 자녀가 한민고에 입학하는 비율은 5% 남짓이다.

"이 아이들에게 최상의 교육을 해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잦은 이사 때문에 당장 다음해를 기약할 수 없는 아이들에게 이 학교가 동기로 작용해 학습에 매진할 수 있는 자극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군 가정의 불안정한 상황을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는 학교법인 한민학원 초대 이사장으로서 한민고 설립을 주도했다. 1994년 영국에서 근무하던 시절 영국 직업군인들이 정부 보조금을 받아 자녀를 기숙형 고등학교에 보내는 게 인상 깊었다고 했다. 그는 이후 장관 재직 시절 군인 자녀를 위한 고등학교 설립을 추진했고 장관직에서 물러난 뒤에 본격적으로 한민고 설립에 뛰어들었다.

영국에서의 경험담이 이어졌다. "현지 학교에 입학한 직후 중학생 아들이 에세이를 쓰는 숙제를 받아 왔는데 역사적 사실을 연결해 본인의 생각을 쓰는 내용이었습니다. 제가 보기에도 어려웠고 내용과 방향을 잡아서 일단 가르쳐줬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이 '부모가 도와주지 말라'는 메모를 써보냈더군요. 그 후 아이가 스스로 알아서 하더라고요. 학부모로서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김 명예이사장은 "지덕체를 갖춘 전인교육을 추구한다"며 "학부모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한민고 학생들은 방과 후에 예능(음악·미술)과 체육을 매주 각각 2시간씩 배운다. 그는 "악기를 3년 동안 배우고 졸업할 때쯤은 교내 70인조 오케스트라에서 연주할 정도의 실력이 된다"며 "미술과 체육 동아리 활동 등 학생들이 흥미를 갖고 배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숙형 학교의 장점도 잊지 않고 설명했다. "학생들이 기숙사 생활을 하면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도록 교육할 수 있고 학부모들 부담도 크게 줄여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요즘 김 명예이사장의 가장 큰 일은 후원 요청이다. 김 명예이사장은 "기업에 안보 강연을 하러 가면 마지막에 학교 후원금 요청을 꼭 한다"며 "처음에는 입이 떨어지지 않더니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 운영을 위해 국방부에서 적립해둔 복지기금을 쓰고 싶어도 정부 규제에 막혀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안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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