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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옥시 보고서 조작` 서울대 교수 2심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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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성 물질이 들어간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한 옥시레킷벤키저(옥시·현 RB코리아)에 유리한 보고서를 써준 혐의로 구속기소된 서울대 교수가 항소심에서 보고서 조작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고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28일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김창보)는 조 모 서울대 수의대 교수(58)의 수뢰 후 부정처사 및 증거위조 혐의를 유죄로 판단한 1심을 깨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조 교수가 서울대 산학협력단의 연구용역비 약 5600만원을 편취한 사기 혐의만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조 교수가 최종 결과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일부 데이터를 반영하지 않은 것이 연구자의 과학적 판단 재량을 벗어난 행위라고 보이지 않고, 결론을 부당하게 도출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조 교수는 옥시 측이 당면했던 여러 현안에 의견을 제시하는 등 전문가로서 자문 용역을 수행해준 것으로 보인다"며 "옥시에서 받은 1200만원은 실제 자문료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연구용역을 제안받은 교수는 의뢰 업체의 요구·부탁을 최대한 반영해 시험을 진행할 책임이 있고 수시로 협의가 가능하다"고 봤다.

흡입독성 시험과 관련해 간질성 폐렴 항목을 최종 보고서에서 제외한 점에 대해서도 "조 교수가 옥시에 유리하게 하기 위해 결론에 별다른 영향이 없는 항목을 제외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2011년 10월께 옥시 측으로부터 '피해자들의 폐 질환 원인이 옥시의 가습기살균제와 무관하다는 점을 밝혀 달라'는 부탁을 받고 보고서 데이터 등을 조작한 혐의로 지난해 5월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그해 10~12월 세 차례에 걸쳐 옥시로부터 자문료 명목의 돈 1200만원을 개인 계좌로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최종 보고서에는 간질성 폐렴 등의 내용이 제외됐다.

1심 재판부는 "조씨가 국내 독성학 분야 최고 권위자로서 사회적·도덕적 책임을 저버리고 연구 윤리를 위반했고 잘못된 보고서 때문에 진상 규명이 지연됐다"며 징역 2년에 벌금 2500만원, 추징금 1200만원을 선고했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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