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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트럼프 '사드비용·FTA' 폭탄발언, '미치광이 협상전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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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금 분담·FTA 재협상'서 유리한 고지 선점 위한 고도의 전략 가능성

중국 등과의 협상서도 선례…"韓에 이미 통보" 진심일 가능성도 배제 못 해

연합뉴스

트럼프 사드비용 10억불 발언 (PG)
[제작 조혜인, 이태호]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 한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10억 달러(1조1천300억원)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폭탄 발언'에 담긴 진의는 무엇일까.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10억 달러의 사드 배치 비용을 언급하면서, "끔찍한(horrible)"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을 재협상하거나 종료하길 원한다는 발언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드 비용과 관련해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미 FTA에 대해서도 재협상에서 더 나아가 '종료'까지 발언하기는 처음이다.

이는 지금껏 사드 배치에 관련한 우리 정부의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국내의 격렬한 반대는 물론 중국의 전방위 '사드 보복'까지 불러온 사드 배치를 관철하기 위해 정부는 사드 비용을 전액 미국이 부담한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부각해왔다.

SOFA(주한미군지위협정) 관련 규정에 따라 우리 정부는 부지·기반시설 등을 제공하고, 사드 체계의 전개 및 운영유지 비용은 미국이 부담한다는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이러한 국가 간 협정을 깡그리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사드 비용을 한국에 전가하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국가 간 신의를 저버리겠다는 얘기에 다름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폭탄 발언에 대해 일단 지배적인 해석은 내년 방위금 분담 협상과 FTA 재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고도의 협상 전략이라는 것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향후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미국의 입장을 관철하기 위해서 먼저 강하게 던지면서 치고 들어 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그동안 알려진 트럼프의 협상 스타일이 반영된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주목받는 것은 워싱턴포스트(WP) 등이 '미치광이 이론(the Madman Theory)'이라고 부른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협상 전략이다.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구사한 이 전략은 이는 상대에게 미치광이처럼 비침으로써 공포를 유발해 협상을 유리하게 이끄는 전략을 말한다.

WP는 "트럼프가 예측불허와 전통적 국제규범에 대한 무시라는 자신의 평판을 외교정책에서 활용함으로써 적국을 불안하게 하고 위협해 양보를 끌어내려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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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실제로 이를 외교정책에 활용해 중국과의 협상과 북핵 대응에서 성과를 끌어냈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해 미 대선 과정에서, 그리고 대선에서 승리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해 극단적인 발언과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중국은 환율조작국이다", "대중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45%의 징벌적 관세를 매기겠다" 등 중국에 대한 강경한 경제제재를 예고하는 발언을 했다.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과 전례가 없는 전화통화로 '하나의 중국'원칙마저 흔들어놓았다.

하지만 중국이 북핵 문제에 있어 미국의 강경 대응에 동참하면서 이러한 태도는 금세 누그러졌다. 중국이 원유 공급 제한 등 적극적인 대북 압박으로 '위기의 4월'에 북한이 핵 실험을 포기하도록 만들자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이 권한 내에서 할 수 있는 것을 모두 하고 있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러한 성과를 거둔 것은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미치광이 전략'으로 중국을 압박한 후 환율조작국 지정 철회, 고율 관세 미부과 등의 양보책으로 중국의 공조를 끌어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다면 사드 비용 10억 달러 지불을 얘기한 것은 실제 사드 운용 비용을 한국에 부담시키려 한 것이라기보다는, 내년 한미 방위비 분담 협상에서 최대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한 전략적 발언으로 볼 수 있다.

한미 FTA '종료' 발언도 마찬가지다.

지금껏 한미 FTA의 재협상은 수차례 거론했으나, 종료 운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한미 FTA가 종료될 경우 한국이 입게 될 막대한 무역 피해를 무기로 삼아 재협상에서 최대한 유리한 조건을 끌어내려는 것으로 보인다. 산업연구원은 한미 FTA가 종료될 경우 양국 교역액이 30억 달러(약 3조4천억원) 가까이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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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향해 배치된 사드
(성주=연합뉴스) 26일 오전 경북 성주군 성주골프장에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가 전격 배치돼 있다. 2017.4.26 [대구일보 제공=연합뉴스] psykims@yna.co.kr



다만 사드 비용 10억 달러 발언에 트럼프 대통령의 진심이 담겼을 일말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한국이 주한미군의 주둔 비용을 100%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들(한국)이 우리를 제대로 대하지 않으면, 우리를 제대로 존중하지 않으면 대답은 간단하다. 스스로 방어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방위비 협상이 불발될 경우 미군을 철수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방위비 분담을 늘리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을 시사한다. 극단적으로는 우리 정부는 부지·기반시설 등을 제공하고, 사드 전개 및 운영유지 비용은 미국이 부담하는 SOFA 규정의 기본 틀을 깨려고 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사드 비용을 내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한국 측에 통보했다"고 밝힌 것은 이러한 압력이 심상치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이와 관련해 사드 부지 공여 협상 중 운영비 부분이 어떻게 타결됐는지 공개해 미국 측의 공세를 미리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제협상·통상 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국가 간의 신의를 저버리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며 "사드 부지 공여 협상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 사드 전개 및 운영유지 비용이 미국 측에 있음을 명확하게 밝힌다면, 이러한 주장을 미리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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