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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지갑 얇아졌어도 가치엔 베팅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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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원 기자] 프리미엄 제품이 특수特需를 누리고 있다. 장기불황에 소비자의 얇은 지갑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하지만 프리미엄 특수 속에 짚어볼 것도 많다. 무엇보다 가치소비를 즐기는 이들이 늘었다. 가성비가 '싼 가격'을 의미하는 건 아니라는 점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비싼 프리미엄 제품에 소비자만 냉가슴이라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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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한 대형마트에서 때이른 '선풍기' 열풍이 불었다. 평년보다 낮은 기온에도 선풍기를 구입한 사람이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날개 돋친 듯 팔린 건 영국 프리미엄 브랜드 '다이슨'의 제품이었다. 일반 선풍기보다 10배 이상 비싸지만 전체 판매량의 78%를 이 제품이 차지했다. 날개가 없어 안전하고, 공기청정기능을 갖춰 미세먼지 걱정을 덜어준다는 점이 소비자의 얇은 지갑이 열리는 데 한몫했다.

홈쇼핑에서도 프리미엄 가전의 인기가 도드라진다. 롯데홈쇼핑이 2015년 12월부터 판매한 스웨덴 프리미엄 공기청정기 '블루에어'는 100만원이 넘는 고가임에도 방송마다 완판됐다. 현재 누적 판매액 1000억원에 이르는 인기 상품으로 자리잡았다.

프리미엄 가전제품에 지갑을 여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구매 연령대도 30~60대까지 다양해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잠시 접었던 프리미엄 브랜드를 다시 론칭하는 업체가 적지 않은 이유다.

한술 더 떠 '초프리미엄' 제품에 공을 들이는 업체도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3월 초 론칭한 프리미엄 브랜드 'LG시그니처'를 시장에 안착시키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2014년 초프리미엄 브랜드 '셰프컬렉션'를 공개한 삼성전자는 냉장고ㆍ인덕션ㆍ전기오븐ㆍ식기세척기 등 라인업을 다양화했다.

경기침체 장기화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을 따지는 게 트렌드인데, 값비싼 프리미엄 가전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가치 소비' 경향과 무관하지 않다. 조금 비싸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기능과 디자인을 갖춘 제품이라면 기꺼이 투자하는 이들이 많다는 거다. 또 가전제품의 교체주기가 7년 내외로 긴 것도 소비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요인이다. 이승신 건국대(소비자정보학) 교수는 "단순히 저렴한 제품의 가성비가 높은 것이 아니라, 가격이 높더라도 월등한 성능을 갖췄다면 가성비가 높다고 생각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입소문만으로도 인기 끄는 제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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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선풍기 특수를 불러온 다이슨은 '날개 없는 선풍기' '먼지 봉투 없는 청소기' 등 기술 혁신 제품을 선보여왔다. 이 때문에 일반적인 가전제품보다 훨씬 비싼데도 특별한 마케팅 없이도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하지만 고가 프리미엄 전략이 애먼 소비자만 잡는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융복합 제품의 경우, 기술혁신보단 아이디어 상품에 가깝다고 본다"면서 "기존에 있던 두 가지 모델을 합친 것뿐인데 가격이 몇배가량 비싼 제품이 수없이 많다"고 꼬집었다. 악화일로를 걷던 가전업계의 숨통을 터준 프리미엄 전략. 오래 가려면 기술 혁신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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