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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뚱아저씨의 동행] 450마리의 생명을 살린 '팅커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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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구조 당시 팅커벨의 모습.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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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라이프팀 = 2013년 1월 초, 뚱아저씨는 경기 양주시에 위치한 동물구조관리협회(동구협)를 찾았습니다. 동구협은 수도권에서 버려진 유기견들을 보호하고 있는 곳입니다. 수백 마리의 유기견들이 함께 머물고 있지요.

당시 뚱아저씨는 그곳에서 작은 몰티즈 한 마리를 만났습니다. 너무나 작은 몸집의 그 강아지는 위쪽 입술이 갈라져 있는 구순구개열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작디작은 가녀린 강아지를 보며 ‘혹시 주인이 강아지를 버린 게 아니라 잃어버린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몰티즈는 공고기간이 다 지나도록 주인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버려진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몰티즈가 안락사당하기 하루 전날,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몰티즈를 살리겠다는 사람이 나타난 것입니다.

몰티즈는 동구협을 나와 경기 고양시의 한 가정집에 갔습니다. 구멍이 숭숭 나 있어 서 있는 것조차 쉽지 않은 좁은 철창 안에서 바짝 긴장하고 있던 그 강아지에게 따뜻한 담요가 있는 방은 천국과도 같았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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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보호처에 잘 적응하던 팅커벨(오른쪽).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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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그 가녀린 그 강아지에게 이름을 선물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다 피터팬에 나오는 예쁜 요정 ‘팅커벨’이 생각났습니다. 우린 예쁜 요정과도 같은 몰티즈에게 팅커벨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행복하게 살 날만 남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집에 간 지 몇 시간 후, 팅커벨은 설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팅커벨은 그런 와중에도 자기를 살려준 분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화장실을 찾아 배변을 하더군요.

안타깝게도 팅커벨의 상태는 좋아지지 않는 듯했습니다. 몇 번씩 설사를 했습니다. 곧바로 병원을 찾아 검사를 해보니 믿고 싶지 않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팅커벨은 강아지들에겐 아주 치명적인 파보바이러스에 감염돼 있었습니다.

죽음의 문턱에서 구조한 팅커벨을 그냥 보낼 수는 없었습니다.

‘어떻게든 팅커벨을 살려주세요. 너무도 불쌍하고 안타까운 강아지예요.’

저를 비롯해 팅커벨의 사연을 알게 된 사람들은 팅커벨을 치료하고 구순구개열 수술도 해주기 위해 십시일반으로 마음을 모았습니다. 하룻밤 사이에 112만원이라는 후원금이 모아졌지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팅커벨은 본격적인 치료를 하기도 전에 별이 되었습니다. 팅커벨을 구하기 위해 마음을 모았던 후원자들은 망연자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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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줌도 안 되는 재가 되어 버린 팅커벨.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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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자들은 가엾게 죽은 팅커벨의 마지막을 함께하기 위해 경기 김포시의 한 애견화장장에 모였습니다. 치료를 위해 모았던 후원금 112만원 중 20만원은 슬프게도 화장비용에 쓰게 되었지요.

92만원의 후원금을 어떻게 써야 할까. 후원자들은 머리를 맞댔습니다. 그러다 팅커벨처럼 보호소에서 안락사로 죽어갈 수밖에 없는 가엾은 유기견들을 구조해서 입양을 보내는 데 사용하자는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팅커벨을 추모하는 뜻을 담아 ‘팅커벨 프로젝트’라는 이름도 만들게 되었습니다. ‘팅커벨 프로젝트’는 바로 이렇게 시작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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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간 코돌이와 함께 안치된 팅커벨의 유골.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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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팅커벨 프로젝트’가 동구협에서 처음 구조해 온 유기견은 세 마리였습니다. 그리고 아파트 단지에 버려진 강아지 네 마리를 구조하기도 했습니다. 뚱아저씨는 강아지들을 구조하는 과정을 사진과 영상에 담아 후원자들에게 보고했지요.

딱한 처지의 강아지들을 구조하는 과정을 사진과 영상으로 지켜 본 후원자들은 자신이 후원한 1만원, 2만원이 가엾은 생명들을 살리는 데 쓰이는 것을 보곤 너무도 기뻐했습니다. ‘92만원을 다 쓴 후에도 팅커벨 프로젝트를 이어가는 게 어떻겠느냐’는 의견들이 모이기 시작했지요. 뚱아저씨는 이 일에 앞장서게 된 것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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팅커벨 프로젝트가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에서 구조한 시추 뚱이의 구조 직후 모습.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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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 후 털을 깎고 예쁘게 변신한 뚱이의 모습.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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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로부터 4년이 조금 넘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팅커벨 프로젝트’는 420마리의 유기견과 30여 마리의 고양이들의 생명을 구했습니다. 그중 400마리는 좋은 주인을 만나 ‘집밥’을 먹으며 행복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 아직 입양을 못간 50마리도 곧 좋은 가족을 만나겠지요.

팅커벨이라는 몰티즈를 구조한 일이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습니다. 이제 팅커벨 프로젝트는 불쌍한 동물들을 위해 일하는 단체가 되어 유기견 살리기 운동, 더 나아가 동물보호운동으로까지 확장됐습니다. 또 지방의 어려운 보호소와 캣맘들을 돕기 위해 매년 후원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해엔 그 양만 5톤이 넘어섰습니다.

뚱아저씨는 지금도 가끔씩 수많은 유기견, 유기묘, 길고양이들의 생명을 살려준 팅커벨을 추모하기 위해 애견납골당에 갑니다. 그곳에는 팅커벨과 코돌이, 행복이가 함께하고 있지요. 제 마음 속의 별과 같은 강아지들,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늘 제 마음을 잡아주는 강아지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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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눈에 선한 팅커벨의 모습.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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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팅커벨아, 너의 죽음은 결코 헛되지 않았어. 네가 이 세상에 태어난 덕분에 수많은 친구들이 생명을 구할 수 있었어.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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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동열 팅커벨프로젝트 대표와 순심이.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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