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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대선후보 부동산 공약 평가해보니 ‘文 뉴딜’ 실효성 의문…安은 재탕·삼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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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대선 기간만 되면 부동산 정책은 유권자 마음을 쉽게 잡을 수 있는 도구로 활용됐다. 집을 보유한 사람에게는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을, 무주택자에겐 ‘이번엔 내집마련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줬다.

5당 대선 주자들은 구체적이진 않지만 대략적인 부동산 공약을 내놓은 상태다. 큰 틀에서는 뉴타운 같은 ‘대규모 개발’보다 금융, 세제 등 ‘규제’에 초점을 맞췄다. 재원 마련 등이 분명하지 않아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공약도 보인다.

매경이코노미는 전문가 10인에게 의뢰해 대선 후보의 부동산 정책을 분야별로 나눠 점수를 매겼다. 전문가들은 “규제 강화가 역설적으로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정부가 지나치게 시장에 개입하면 신규 공급이 위축된다. 차라리 취약계층 지원 등 맞춤형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매경이코노미

▶주거복지 - 재원 확보 관건

▷문재인 ‘C’ 안철수 ‘B+’ 심상정 ‘C’

대선 후보들의 부동산 정책을 들여다보면 주거복지 관련 공약을 많이 내놨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이 중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청년희망임대주택’과 ‘대학 기숙사 확충 지원’ 등이 전문가들로부터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았다. 안 후보는 연간 5만가구씩 청년임대주택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서울시에서 시행 중인 임차보증금 융자 지원도 전국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두성규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청년희망임대주택은 세부적인 내용은 차이가 있겠지만 현재 행복주택의 연장선상에 있다. 재탕처럼 비춰질 수 있지만 당위성과 필요성에 공감한다. 주거 취약계층인 20대 청년으로부터 호응도가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공공주택 100만호 공급’은 현실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금융학과 교수는 “공공주택 공급은 필요한 재원과 용지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 수요자가 원하는 지역에 공급하지 않는다면 공공주택을 아무리 늘려도 소용없다. 자칫 쓸데없는 지역에 주택 공급을 늘려 재원만 낭비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규모 재원이 필요한 공약인데 실현 가능성이 부족하다”는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비판도 있었다.

한편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마을공동생활주택’ 공급에 대해선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세제와 금융 - 규제 강화

▷문재인·안철수 ‘B’ 유승민 ‘C’

각종 세금과 금융정책은 부동산 시장에 민감한 영향을 끼친다. 이번 대선 후보들의 부동산 관련 세제나 금융 공약은 대체로 비슷하다. 전반적인 규제 강화가 핵심이다.

문재인 후보는 부동산 보유세 인상을 추진하고 있으며 안철수 후보는 LTV(주택담보인정비율)나 DTI(총부채상환비율) 강화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두 규제를 모두 적용하겠다는 입장이다.

보유세 인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부동산 시장은 구입하거나 팔 때 내는 세금(양도소득세)이 비싼 반면,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을 때 내는 세금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작정 보유세를 인상하면 시장에 큰 충격이 가해지면서 조세 저항이 우려된다.

한태욱 동양미래대학 경영학부 교수는 “집값을 세분화해 일반 서민 주택은 제외하고 고급 주택만 보유세를 인상하는 등 주택 가치에 따라 구분해 과세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유승민 후보는 보유세는 물론 소득세와 재산세 또한 인상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를 두고 심교언 교수는 “단순히 부동산을 보유했다는 이유로 징벌적 성격의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시장 논리에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DTI·LTV에 대해선 전문가 입장이 엇갈린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미 가계부채가 1300조원을 넘어설 정도로 많은 데다 미국 금리 인상 우려로 대출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일수 스타아시아파트너스 대표는 “급증하는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DTI·LTV를 손대야 한다. 갑작스러운 시행은 부작용이 우려되므로 단계적으로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미 지난해부터 금융권 여신 강화가 시작된 만큼 무분별한 대출 규제는 위험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시행되면 DTI는 사실상 유명무실해진다. 가계대출 문제는 총량에 비중을 두기보다 저신용자,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 보호를 통해 선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의 생각이다.

매경이코노미

▶도심 재개발 - 재생사업 초점

▷문재인 ‘B’ 홍준표 ‘C’

과거와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대규모 도심 개발 공약이 눈에 띄지 않는다. 그나마 문재인 후보의 ‘도시재생 뉴딜사업’이나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재건축 층수 규제 완화’ 정도가 관심을 끈다.

문재인 후보는 확장적인 도시 개발, 전면 철거 방식 재개발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노후 주거환경을 바꾸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앞세웠다. 매년 10조원대 공적 재원을 투입해 100개 동네씩, 임기 내 500개 구도심과 노후 주거지를 개선하겠다는 공약이다. 재원은 국가재정과 주택도시기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기관 사업비로 충당한다는 계획. 하지만 문재인 후보의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대해 “취지는 좋지만 과연 지속적인 추진이 가능한지 의문”이라는 평가가 많다.

안민석 에프알인베스트먼트 연구원은 “주거복지 차원에서 살펴보면 긍정적이지만 뉴딜정책은 일관성 있게 꾸준히 추진하는 것이 어렵다”면서 “단순 발표식 나열 정책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홍준표 후보는 유일하게 재건축 관련 공약을 들고나왔다. 재건축 층수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이 홍 후보의 입장. 한태욱 교수는 “재건축 완화 문제는 국민 대다수가 영위할 수 있는 정책이 아닌 일부 지역만을 고려한 정책”이라며 “자칫 규제 완화에 따른 재건축 시장의 과열을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임대 시장 - 전월세상한제

▷문재인·안철수·심상정 모두 ‘C’

보유세 인상과 함께 상당수 후보들이 공통적으로 내놓은 게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제도 도입이다. 전월세상한제는 말 그대로 임대료 상승을 일정 수준 이하로 억제하는 법안이다. 계약갱신청구권은 세입자가 임대차 갱신을 최대 4년까지 늘릴 수 있게 해주는 제도다.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 심상정 후보 등이 두 제도 도입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서정렬 교수는 “치솟는 전월세 가격을 안정시킬 뾰족한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임대료 상승 저지선을 제도적으로 마련한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임대 시장을 인위적으로 규제하면 오히려 부작용이 많다고 우려한 전문가가 더 많다. 심교언 교수는 “전월세상한제가 표면적으로는 서민 주거를 안정시킬 대책처럼 보인다. 하지만 제도 도입 전 집주인이 임대료를 대폭 올릴 수도 있다. 장기적으로도 임대료가 주변 시장 가격보다 낮으면 임대주택이 부족해지거나 주거 품질이 열악해진다”고 말했다.

향후 2~3년간 아파트 입주 물량이 크게 늘어나는 상황에선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있다. 김종선 BSI경영연구원 대표는 “규제 없이도 전세 가격 상승은 둔화될 전망이며 전월세상한제는 전세 물량을 월세로 돌리려는 수요만 늘릴 것”이라며 “전세 품귀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직접 개입하기보다는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는 등 공급에 힘쓰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임대료 상승을 제한하면서 집주인에게 세금 감면 등 인센티브를 주지 않으면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나 편법이 등장해 더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승태 기자 kangst@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05호 (2017.04.26~05.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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