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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문재인 대 안철수…‘캐스팅보터’ 50대 속마음을 들어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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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캐스팅보터 50대 표적집단좌담

문 지지자 “경험있고 귀 열려…과거와 한번 끊어줘야”
김대중·노무현 거쳐 표심 확실
“살아온 길 일관 주변사람 짱짱”
“남북관계 개선·언론개혁 될 것”
“안철수는 재산이 너무 많다”

안 지지자 “요령 안 피울 것 같아…단, 40석뿐이라 불안”
정치경험 없는 걸 장점 꼽아
“보수가 또 집권해서는 안돼”
박근혜 찍었다 반기문 거치기도
“아직 100% 지지한다 말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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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50대는 근심이 많다. 자녀 군 입대와 취업을 걱정해야 하고, 자신의 노후도 생각해야 한다. 5년 전 대선 때 50대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게 전폭적으로 표를 몰아주며 ‘보수 표심’으로 분류됐다. 그러나 2017년 50대는 각자 생각이 복잡하다. 50대의 초중반 연령층은 1960년대에 태어나 1987년 민주항쟁 즈음 청년 시절을 보냈다. 박근혜 정권 들어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것을 목도하면서 ‘민주주의 회복’을 꿈꾸고 있다. 그러나 생활의 고단함을 피부로 체감해온 이들은 경제와 교육 등 실제 ‘삶’과 관련 있는 분야에 민감하다. 안보 불안에 예민하고 경기에 민감하며 교육 정책을 구체적으로 따져보는 ‘현실적 세대’다.

50대들은 이달 초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에게 지지를 몰아주며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의 양강구도를 견인했다. 하지만 최근 안 후보의 지지율이 빠지면서, 이들의 마음도 흔들리고 있다. ‘입’으로는 안철수를 말해왔지만, ‘마음’ 한구석엔 문재인 후보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일부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에게도 눈길을 주기도 한다.

‘캐스팅보터’ 50대의 속마음을 들여다보기 위해 <한겨레>는 지난 25일 서울에 사는 7명의 50대 남녀를 한자리에 모아 표적집단심층좌담(FGD)을 실시했다. 좌담은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한귀영 여론과데이터센터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좌담회에 참석한 이들의 가명은 2012년 대선 때 투표한 후보(박근혜 또는 문재인)와 이번 대선 때 지지하는 후보(안철수 또는 문재인)의 성을 따왔다. 7명 가운데 4명은 안철수 후보를 마음에 두고 있었지만, 이 가운데 2명은 아직 ‘확정’은 아니라고 했다. 이들 4명 중 3명은 2012년 박근혜 전 대통령을, 한 명은 문재인 후보를 찍었다. 문 후보 지지자 3명은 5년 전에도 문 후보에게 표를 줬던 이들이었다. 좌담회 참석자가 ‘안철수 지지 4명, 문재인 지지 3명’으로 구성된 것은, 섭외할 당시 50대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가 문 후보를 앞서던 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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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27일 오후 경북 경주시 성동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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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경로를 거쳐 안철수에게 오다

현재 ‘안철수 지지자’ 4명은 처음부터 안 후보를 밀었던 건 아니었다. 문 후보를 염두에 둔 적도 있었고, 한때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대안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민주당 경선 기간 중엔 안희정 충남지사를 지지하기도 했다.

박안1 “2002년 노무현, 2007년 이명박, 2012년 박근혜를 뽑았다. 이번에는 반기문을 생각했다. 황교안은 아니라고 봤다. (반기문 불출마 선언 뒤) 다음에 선택한 게 안철수다. 난 좀 왔다 갔다 하며 (정권을) 바꿔줘야 새롭게 굴러간다고 생각한다. 보수는 또 잡아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번엔 바뀌어야 한다. 야권 쪽 인물 중엔 안철수가 가장 괜찮다. 문재인보다 안철수가 낫다.”

박안3 “나는 보수다. 보수에선 정말 찍을 사람이 없다. 반기문을 생각하다 지금은 마음이 안철수로 갔다. 안철수가 가장 솔직하고 담백하다. 요령 안 피우고 옆 사람에게 치우쳐서 말할 것 같지 않다. 안보 등 여러 부분에서 안철수의 공약이 신실하고 믿음이 간다. 변덕이 많지 않다.”

안철수 지지자들은 국정경험이 없다는 안 후보의 약점을 오히려 장점으로 꼽기도 했다.

박안1 “경험을 해본 사람은 요령을 안다. 그래서 이상한 짓을 한다. 그런 것이 없는, 순수한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문안 “2012년엔 문재인, 이번엔 안철수였는데 지금은 흔들리고 있다. 기업을 경영한 경험도 있고 참신하기도 해서 찍으려고 했다. 다양한 일을 해봤고 진짜 돈을 벌어봤다. 세금을 내본 사람만이 그걸 안다. 박근혜를 싫어한 이유가 한 번도 돈을 벌어본 적이 없어서였다. 그러면 어려움을 모른다. 그래서 안철수가 좋다. 그런데 좀 미숙한 것 같기도 하다. 전라도에 가선 김대중 정신을 이야기하다가 딴 데 가선(다른 이야기를 했다). 표를 가지고 장난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건 내가 굉장히 싫어하는 부분이다.”

박안2 “반기문은 생각 안 했고, 안희정이 나왔으면 안철수가 아니라 안희정을 뽑았을 것이다. 문재인은 정치판에서 10년 이상 해온 사람인데 안철수는 정치 경험이 적다. 난 그걸 좋게 본다. 과거 정치를 해온 사람들에겐 또 실망한다. 안철수가 되면 경제가 나아질 것 같다. 하지만 아직 안철수를 100% 지지한다고는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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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이기우 자치분권국민회의 상임대표와 지방분권개헌 국민협약서를 교환한 뒤 선물로 받은 글귀를 함께 든 채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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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신에 찬 문재인 지지자들

나머지 3명은 이번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찍겠다고 밝혔다. 문 후보 지지자가 걸어온 길은 ‘김대중-노무현-문재인’으로 한결같았고 현재의 표심도 확고했다.

문문1 “문재인은 노무현 정부 때부터 경험이 있다. 제일 믿음이 간다.”

문문2 “살아온 길이 일관된다. 인권변호사로만 살아오다 5년 동안 국정운영을 공부했고, 국회의원도 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고졸이고 변방이라 무시당했다. 주변에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요즘 (문재인 주변에) 짱짱한 사람이 많다. 그분들의 조언을 받으며 잘할 것이다. 대통령에게는 막중한 책임이 따른다. 새로운 시도를 하기엔 시간이 오래 걸린다. 아마추어가 할 일이 아니다. 문재인이 대통령이 돼서 과거와 차단을 한 번 해줘야 한다. 적극적으로 지지한다.”

문문3 “문재인은 모든 사람의 의견을 잘 들어줄 것 같다. 어느 누가 말하든 귀담아듣고 지시할 것 같다. 안철수는 재산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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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토론 보고 마음이 움직였다

마침 좌담회는 안철수 후보가 대체로 혹평을 받았던 3차 토론(23일) 뒤였고, 좌담이 진행되는 동안 <제이티비시>에서 4차 토론이 생중계되고 있었다. 참석자 다수는 대부분 티브이 토론에 관심이 많았으나, ‘실망스럽다’는 평가가 많았다. 대체로 실망스러운 와중에도, 특히 안 후보에 대한 실망의 무게가 더 큰 듯했다. 문안은 안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수 있다는 뜻까지 내비쳤다.

문문2 “토론을 보며 지지 후보가 바뀌진 않았다. 유승민은 지금까지 포장을 많이 해왔는데 그걸 사람들이 알게 된 계기가 됐다.”

박안2 “토론을 보고 뽑을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그렇다고 안 뽑을 수는 없고….”

박안3 “토론을 보고 무서웠다. 문재인은 능구렁이처럼 무마하는 게 눈에 보였다.”

아들이 직업군인이라는 박안3은 토론회를 보고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좋아졌다고 해서 눈길을 끌었다. 티케이(TK) 보수 타기팅으로 전략을 확실하게 구사하고 있는 홍 후보는 몇 차례 텔레비전 토론을 거치며 보수 표심을 응집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데, 좌담회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박안3 “홍준표는 ‘스트롱맨’이라며 여자들을 비하할 때 굉장히 안 좋게 봤다. (그런데) 토론을 하는 걸 보니 경력이 많아서 정치는 잘할 것 같았다. 오히려 토론을 보고 좋아졌다. 노련해 보였다.”

문문1 “안철수에게 더 실망했다. 심상정은 할 말을 잘하더라.”

박안1 “지지 후보가 바뀔 정도로 토론에 영향을 받진 않았다. 말을 잘하고 못하고가 대통령 선택에 크게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문안 “토론회 때는 안 후보가 ‘주적’에 대해 말하진 않았지만 그 다음날 ‘북한은 주적’이라고 말하는 걸 들었다. 너무 간단하게 말하더라. 나라 운영하는 분이라면 절대 그런 이야기 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국방부는 당연히 주적이라고 해야 하지만, 통일부는 그러면 일할 수 없다. 참신한 게 아니라 미숙하다고 생각한다. 마음이 심하게 흔들린다.”

안보가 첫손, 경제도 중요

관심 공약에 대해 물었다. 누굴 지지하든 50대는 안보와 경제로 모아졌다. 특히 여성들은 남북관계, 안보에 관심이 높았다. 불안감이 심하기 때문이었다. 안보·경제에 대한 관심은 자연히 각자 지지 또는 반대하는 후보에 대한 평가로 이어졌다.

문문2 “문재인의 남북관계 개선 공약이 주목된다. 이명박-박근혜 10년 동안 남북관계가 경색됐다. 차기 정부에선 어떻게든 개선돼야 한다. 가장 중요하다. 여론조사를 하면 50대가 약간 보수적으로 나온다. 그런데 우리는 60년대에 태어나서 80년대에 대학 다니고 5·18과 6월항쟁을 겪은 세대다. 우리 세대가 세상을 바꾸게 영향을 발휘했으면 좋겠는데 그게 안 돼서 아쉽게 생각한다. 문재인이 되면 남북관계도 좋아지고 언론도 개혁될 것이다.”

문문3 “남북관계가 개선돼야 한다. 살면서 불안하다. 우리 자식들에겐 전쟁은 안 일어나야 한다. 문재인이 되면 남북통일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망한다는 식으로 다른 후보들이 너무 헐뜯는데 안 그랬으면 좋겠다. 국민들이 안정감을 느끼도록 하는 게 최우선 과제다.”

박안3 “나는 방독면도 샀다. 문재인은 북한에 치우쳐서 말한다. 그래서 불안하다. 문재인이 되면 미국과의 관계가 우려된다. 북한에 지원이 많이 갈 것이다. (안보에 관심이 많은 것은) 이번 시국 때문이다. 미국 대통령이 바뀌고 북한에서 김정은이 집권하면서 그렇다.”

문문1 “나도 안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문재인이 제일 낫다.”

문안 “난 교육을 많이 본다. 안철수의 학제개편이 눈에 띈다. 혁신적이긴 한데 힘든 측면도 있다. 지금처럼 부모가 벌어서 다 교육비에 쏟아부으면 자녀는 좋으냐? 아니다. 부모는 노후 준비가 안 된다. 여기에 대책이 안 나오면 큰 문제가 될 것이다. 이번엔 교육이 중요하다. 교육 공약을 봐선 후보들 중에 뽑을 사람이 없다.”

박안1 “경제 문제가 중요하다. 10년 후에 무엇을 할지, 신산업이나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해나가야 한다. 정책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안철수가 낫다. 안목이 있다. (안보에서) 문재인이 되면 트럼프랑 엇박자가 날 것 같다.”

박안2 “자기 집과 가족에 관계된 부분에 민감하다. 나는 자식이 군대에서 제대하고 대학도 졸업했다. 다른 건 별로 관심이 없다. 노인 복지와 경제 정책에 신경을 쓴다. 그런 쪽 공약이 미흡하다. 눈에 들어오는 후보가 없다. 문재인은 사드에 반대하는데, 사드는 수출입에도 관계가 있고 경제가 타격을 입게 된다. 경제가 민감한 부분이다.”

지지후보 상관없이 공감한 의견은
TV토론 관심 높지만 표심 불변
언변·네거티브 공방에 영향 안받아
홍준표 토론 보니 정치는 잘할 듯

누가 돼도 지금보다는 나을 것
교육공약 봐선 뽑을 사람 없어
노인복지·경제정책 공약 미흡


네거티브엔 관심 없다

문재인-안철수 후보 사이의 ‘네거티브’ 공방에 대해서는 7명 모두 투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언론의 예상과는 다른 반응이었다. 능력과 실천력에 주목하는 50대의 현실성이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문문3 “지적을 하자면 대한민국에 그런 게 없는 게 어디 있냐. 그런 건 다 지나간 일이다. 지금 시간도 없다. 대통령 됐을 때 어떤 식으로 하겠다는 것을 이야기해달라. 그만 헐뜯어라.”

박안2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사람이 없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사실 그게 중요하진 않다. 다 그전에 일어난 일이다. 중요하지 않다.”

박안1 “하도 그런 게 많으니까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다만) 일국의 대통령이라면 그런 점에서 좀 깨끗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20~30대 유권자들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에 대해서는 대부분 말을 아꼈다. 박안2만 “사무실에서 토론회 뒤 심상정이 잘했다고 하는데 질문을 받은 게 없어서 그렇다. 책임 없이 말하는 것은 누구나 잘한다. 그분 말처럼 비정규직을 다 정규직을 해주면 누가 돈을 낼 것이냐”고 의견을 밝혔다.

부동표 많다고 믿는 안철수 지지자들

안 후보 지지자들의 불안은 ‘국민의당이 40석밖에 안 된다’는 데도 기인하고 있었다. 의회 기반이 얕아 원활한 국정운영을 해나가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었다.

박안2 “어느 후보가 대통령이 되든 지금보다는 나을 것이다. 누가 되든 내 삶에 별 차이는 없다. 안철수가 되면 의석이 3분의 1도 안 된다. 그걸로 자기가 하려는 정책을 끌고 나갈 수 없다. 의석이 최소 과반은 돼야 한다. 그래서 뽑기가 불안하다. 안철수를 지금 지지는 하지만 불안하다는 게 단점이다.”

문안 “나는 안철수가 민주당이었으면 좋겠다. 국민의당 40석으로 뭘 하냐. 뭘 하려면 박근혜 정부 세력까지 끌어들여야 한다. 그러면 새로워지지 않는다. 안철수가 (국민의당·바른정당·자유한국당의) 3당 단일화를 하면 난 고민할 필요도 없고 뉴스를 볼 필요도 없을 것이다. 요즘 틈만 나면 뉴스를 보는 게 안철수를 고민했기 때문인데 셋이 합당해버리면 안철수 얼굴 안 볼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누가 당선될 것 같냐는 질문에 다수는 남은 기간 더 지켜봐야 알 것 같다는 반응이었다. “막판에 표가 움직일 것 같다. 안철수를 지지하지만 장담은 못한다”(박안3), “부동표가 많다”(박안1), 선거운동 기간 초반 ‘양강구도’ 유지를 꿈꿨으나 문재인 후보와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면서 위기 국면을 맞고 있는 안철수 후보의 상황을 안 후보를 지지하는 50대들도 그대로 느끼고 있었다.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동요하고 있었다.

문재인 후보 지지자들은 “나이 더 많으신 분들이 투표를 많이 하면 반반일 것 같다”(문문1)는 신중한 의견과 “거의 굳어졌다. 문재인이다”(문문2)라는 확신이 교차했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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