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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호젓하고 신비롭고 힐링까지…5월에 좋은 숲길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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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근씨 코스 좀 짜주세요-검룡소 잎갈나무ㆍ원대리 자작나무ㆍ축령산 편백나무 숲길

●질문

안녕하세요 원근씨. 녹번동에 사는 50대 후반 남성입니다. 모두들 설레는 기나긴 연휴가 시작이 되네요~. 하지만 저는 하는 일 때문에 연휴에도 가족들과 여행을 하지 못해요.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죠. 저 같은 분들이 많을 거라 생각이 들어요. 그렇지만 연휴가 끝나고 나면 꼭 가족들과 여행을 다녀오겠다고 호언장담을 했습니다. 복잡한 연휴가 지나고 5월에 가면 좋은 여행지 좀 추천해주세요. 참고로 저와 와이프는 한적한 곳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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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 축령산 편백나무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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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

안녕하세요. 남들 쉴 때 바쁘신 거 보니 서비스업에 몸담고 계실 것이라 생각이 되네요. 서비스업 종사자는 가족들이 힘들어 하시더라구요. 그래도 큰 마음 먹고 5월에는 여행을 결심하셨네요. 자, 그럼 아내분과 함께 할 여행지를 소개해 드려볼까요? 우선 5월 15일 이후에 날짜를 잡으시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웬만큼 걷기 좋은 곳이나 한적한 곳은 5월 15일 이후 입산금지가 해제되기 때문입니다. 인제에 있는 자작나무 숲길, 그리고 태백 검룡소의 잎갈나무 숲길, 장성의 축령산 편백나무 숲길 이렇게 3곳을 추천해 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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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 원대리 자작나무 숲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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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적인 정취가 물씬 풍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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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 숲으로 오르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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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강원 인제 원대리에 위치한 자작나무 숲길은 5월 15일 이후 입산이 가능합니다. 자작나무숲까지는 도보로 가셔야 해요. 주차장에서 숲까지 올라가는 길은 임도로 되어 있습니다. 1시간에서 1시간30분 정도 소요돼요. 숲 입구에 도착하면 빼곡히 늘어져 있는 초록의 자작나무를 만날 수 있습니다. 이 숲은 인제국유림관리사무소에서 산불 확산을 막기 위해 1974년부터 1995년까지 40만평에 약 70만 그루를 심어서 조성한 인공 숲입니다. 그 중에 약 8만평 정도를 일반인에게 공개한 숲길입니다. 자작나무는 추운 지방에 잘 자라는 나무입니다. 흔히 볼 수 없는 생경한 모습 때문에 인기가 더 많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임도가 시작되는 원대리 근처에는 편의시설도 노점상도 없습니다. 산림청에서 관할하는 숲이라 관리도 잘 되어 있습니다. 충분한 간식을 준비해서 올라가셔야 합니다. 편도 3.5km 정도로 원점회귀 코스(올라갔던 곳으로 되돌아 오는 코스)이기 때문에 자가용으로 가기 좋은 여행지입니다.

두번째는 태백 검룡소의 잎갈나무 숲길입니다. 검룡소는 한강 발원지입니다. 검룡소에서 용솟음 친 물은 골지천을 이뤄 정선 아우라지까지 흐릅니다. 아우라지에서 조양강이 시작이 됩니다. 조양강은 정선 가수리에서 동남천을 만나 동강이 되어 영월 하송리까지 흐릅니다. 그곳에서 동강과 서강이 만나 남한강이 되고 단양, 충주, 여주, 이천을 거쳐 서울까지 흐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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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발원지 태백 검룡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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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룡소 물이 만들어 내는 계곡도 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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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룡소 주차장에서 검룡소까지 이어지는 잎갈나무 숲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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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514.4km 긴 강의 시작점인 검룡소를 찾아가는 길에는 잎갈나무들이 아름답게 늘어서 있습니다. 길은 안창죽마을이란 곳에 위치한 검룡소주차장에서 시작합니다. 걷는 길은 왕복 2km가 채 되지 않지만 깊은 계곡과 숲으로 원시림을 연상케 합니다.

길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없어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습니다. 검룡소에서 하루 2,000톤 이상의 물이 나오기 때문에 계곡의 수량도 적지 않습니다. 이 검룡소 길을 제외하면 대덕산 금대봉 일대는 5월 15일 이후에나 입산금지가 풀립니다. 생태보존지역이라 제한이 많습니다. 제한이 많다는 것은 자연 그대로 잘 보존이 되어 있다는 반증입니다. 그 만큼 숲이 우거지고 자연의 향기를 그대로 맡을 수 있는 곳입니다. 검룡소주차장에서 분주령까지 다녀오는 길도 추천을 해드립니다.

우리나라 토종 야생화도 많이 볼 수 있어 아내분이 더욱 더 좋아하실 거 같습니다. 5월에는 ‘대성쓴풀’이라는 꽃을 볼 수 있습니다. 길가에 새끼손톱보다 작게 피어서 잘 찾기 힘들지만 전국에서 유일하게 이 곳에서만 볼 수 있는 야생화이므로 꼭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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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령산 편백나무 숲에선 오래 머무는 것이 가장 잘 즐기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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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에 쉴 수 있는 시설도 많이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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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로 추천해드리는 곳은 전라남도 장성의 축령산 휴양림입니다. 피톤치드(phytoncide)라고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나무나 식물들이 자기 몸을 방어하기 위해 내뿜는 물질이 피톤치드입니다. 이 방어 물질을 가장 많이 뿜어내는 나무가 바로 편백나무입니다. 흔히들 일본말로 히노끼라고 하죠. 우리나라에 편백나무숲은 여러 곳이 있지만 단연 1위는 장성 편백숲입니다. 치유의 숲으로 알려지기 시작해 많은 관광객과 몸이 불편하신 분들이 두루 찾는 곳입니다.

이 축령산에 편백을 심기 시작한 분은 임종국 선생입니다. 1956년부터 사재를 털어 편백나무와 삼나무를 심은 것이 지금의 축령산을 만들게 된 것입니다. 임종국 선생은 20여년 간 250만 그루의 편백나무를 심고 가꿨다고 합니다. 편백나무숲으로 가는 길은 크게 금곡영화마을, 추암리, 모암리에서 시작합니다. 어디로 갈 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 산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은 숲 속에 오래 머무는 것입니다. 같은 길로 갔다가 같은 길로 나와도 상관이 없지만 최대한 숲에 오래 계시면 됩니다. 편백숲 사이사이에 벤치와 의자 그리고 쉴 수 있는 곳이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잠시 보고 내려오는 여행지가 아닌 쉼의 여행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러기 위해 충분한 간식과 앉아 쉴 수 있는 자리를 준비해 가시면 더욱 좋습니다. 피톤치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 사이에 가장 많이 분출되고 신록이 우거지는 5월에 최대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하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도움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5월의 숲이 너무 좋아 저도 모르게 조금 흥분한 것 같습니다. 여행하기 좋은 계절이 왔네요. 어딜 가나 눈이 호강하는 연초록의 계절, 마음먹은 대로 잘 다녀 오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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