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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한집 건너 한집… 부동산 중개소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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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새 공인중개사무소 10%↑

개업 공인중개사 10만명 육박

강남3구에만 서울시 23% 몰려

비싼 집값에 중개보수 높은 탓
한국일보

한집 건너 하나씩 부동산 중개업소가 늘어서 있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힐스테이트 1차 아파트 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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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힐스테이트 1차 아파트 후문 근처엔 길게 늘어선 상가 건물들마다 한집 건너 하나씩 공인중개사무소가 들어서 있었다. 한 건물에 2~3개의 공인중개사무소가 영업중인 곳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200여m 길이의 짧은 골목에 10곳 넘는 공인중개사무소가 영업 중이다. 골목 가장 끝 건물엔 심지어 새 공인중개사무소가 문을 열 준비까지 한창이었다. 아파트 단지를 끼고 돌아가자 근처 골목으로 또 다른 10여개의 공인중개사무소가 눈에 들어왔다. 현재 이 아파트 단지 인근엔 모두 30여개의 공인중개사무소가 영업 중이다.

수요가 얼마나 많길래 이처럼 많은 공인중개사무소가 밀집해 있을까. 이 의문에 인근 중개업소 대표들은 한숨으로 답을 대신했다.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 이모씨는 “일일이 세어보지 않았는데, 30개나 되느냐”고 반문하며 “이러니 다들 월세나 제대로 내겠냐”고 한숨을 쏟아냈다. 그는 “그래도 젊은 업주들은 인터넷, 모바일을 활용해 먼 거리 물건까지 취급하면서 버티고 있지만 나이 든 중개사들은 주변 물건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에 걸핏하면 폐업하고 그 자리에 새 업주가 들어오는 식”이라고 전했다.
한국일보

최근 2년 사이 전국 공인중개사무소가 10% 가량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집값이 비싸 중개수수료가 높은 서울 강남권에 공인중개사무소가 몰리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개업 공인중개사는 9만4,964명으로 조사됐다. 개업 공인중개사는 지난 2015년 3분기 말(9만23명) 처음으로 9만명을 넘어선 뒤 계속 증가세다. 지난해 부동산 붐을 타고 신규 개업이 더욱 늘면서 최근에는 10만명에 육박한 것으로 추산된다.

중개업소가 가장 성업 중인 서울의 공인중개사무소는 2014년 2만1,762곳에서 올해 들어 2만3,520곳으로 크게 늘었다. 특히 강남ㆍ서초ㆍ송파 등 강남 3구에 서울시내 전체 중개업소의 23%가 몰려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강남구에서만 4월 현재 총 2,294곳의 업소가 영업 중이다. 서울 25개구의 개업 중개사무소(2만3,520곳) 중 10% 가까이가 강남구에 포진해 있는 것이다.

이어 송파구(1,674곳)가 두 번째로 많았고 서초구(1,436곳)가 그 뒤를 잇는 등 집값이 비싼 강남 3구가 중개업소 수 상위 1∼3위를 차지했다. 반면 서울에서 중개업소가 가장 적은 곳은 도봉구로 531곳에 그쳤다. 강남구와 비교하면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처럼 서울 강남권에 중개업소가 쏠리는 건 비싼 집값 덕에 중개보수(중개수수료)도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을 기준으로 중개수수료를 단순 계산해도 서울에서 매매가격이 가장 낮은 도봉구(3억2,201만원)는 129만원인 반면 가장 높은 서초구(12억4,941만원)의 부동산 중개수수료는 8.7배나 높은 1,125만원에 이른다.

하지만 부동산 중개업소들이 강남권에 집중되면서 일부 업소들은 월세조차 마련하지 못하는 등 과잉경쟁 논란도 일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한 달에 100만원도 못 버는 중개업소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업체간 과잉경쟁이 지속되다 보면 불법행위 등으로 소비자들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적절한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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