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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김홍진의 스마트경영] 유니콘 기업이 보여주는 4차 산업혁명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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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기업가치 1조원이 넘는 비상장 기업을 유니콘 기업이라 한다. 전세계에 186개가 보고되고 있다. 평균가치가 4조6000억원이라고 한다. 기업가치 76조원인 우버, 34조원인 에어비앤비를 비롯해 미국에 99개, 52조원인 샤오미를 필두로 중국에 42개로 두 나라에 78.5%가 몰려 있다.

한국 기업으로는 쿠팡(25위), 옐로우모바일(31위), CJ게임즈(69위) 등 겨우 3개가 얼굴을 내밀었다. 전세계가 1000조원에 달하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갈 때 우리는 제대로 몫을 챙기지 못한 꼴이다.

기업 특성별로 보면 IT를 접목한 융합형이 59%, 순수 IT가 34%를 차지한다. 다시 융합형 중에서는 전자상거래 34%, 핀테크 19%, 공유경제 14%, 메디테크와 소셜이 각각 8%씩이다. 순수 IT중에는 인터넷서비스 48%, 빅데이터 17%, 하드웨어와 보안이 각각 13%씩이다.

대선 후보들이 너도나도 4차 산업혁명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정부가 창조경제를 내세우며 창업과 기술개발을 권장하고 지원했지만 결과가 어떠했는지 성적표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유니콘 기업들을 살펴보면 앞으로 한국이 나아가야 할 길과 전략을 챙길 수 있다.

결론은 융합이다. 전통사업 분야에 IT를 접목해 새로운 사업을 출현시키는 게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다. 전통산업 뿐만 아니라 유니콘 기업도 융합이 대세다. 영역을 나누는 벽과 기득권을 허물어야 멀티플레이어가 나오고 융합형 사업도 출현할 수 있다.

융합형 인재부터 키워야 한다. 미래형 인재를 키우기 위해 어떤 인재를 키울 것인지 새롭게 정의하고 외형적인 제도보다 교육의 내용과 방법을 바꿔야 한다.

제조업체가 크게 눈에 띄지 않는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가상공간에서 일어나는 비즈니스 모델이 주종을 이룬다. 우리가 좋아하는 원천기술 중심의 개발보다 있는 기술을 활용해 발상의 전환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삶의 방식을 바꾸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렌트카 사업을 하는데 소유한 자동차가 없고, 호텔숙박업을 하는데 소유한 호텔이 없고, 은행업을 하는데 점포가 없는 식이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호텔, 금융, 유통, 운송 등 기존의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파워가 눈에 뛴다. 융합형, 순수 IT 가릴 것 없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뒷받침하는 것은 소프트웨어다. 말로만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고 할 게 아니라 국가부터 소프트웨어 가치를 제대로 책정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소프트웨어 인력의 보수, 소프트웨어 가격 등이 제대로 책정되어야 능력있는 인재들이 모일 수 있고 그래야 유니콘 기업이 등장할 수 있다.

이미 대기업 반열에 올라선 네이버나 카카오뿐만 아니라 쿠팡, 옐로우모바일 같은 유니콘 기업도 정부의 지원이나 컨트롤에 의해 탄생하지 않았다. 창조경제혁신센타에서 보았듯이 미완의 지원제도는 창발(創發)을 촉진하는 게 아니라 따뜻한 온기만 쫓게 만들어 대기(大器)를 만들지 못한다. 약간의 지원자금을 얻기 위해 각 지역 창조경제센타로 지원원서를 들고 다닌다든지 원 취지에 맞지 않게 지역 농산물을 파는 걸 지원한다든지 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고루고루 나눠주는 방식으로는 유니콘 기업을 만들 수 없다. 즉 새로운 경제의 틀을 만들 수 없다. 입으로는 4차 산업혁명, 창조경제를 말하면서 산업화 시대의 사고와 제도, 정책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기존 산업에서 혁명적 혁신이 일어나고 유니콘 기업이 많이 출현하기 위해서는 정부 조직, 역할, 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왜 ‘혁명’이라 하는지 잘 돌아봐야 한다. 민간이 창의적으로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어 가는데 정부가 장애가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김홍진 전KT사장(ho123j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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