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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지뢰 탐색 끝났다더니 ‘펑’ … 철원 ‘지뢰고개’ 부실 제거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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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 지뢰 제거작업 끝내고

흙 옮기는 과정서 불발 지뢰 터져

육군 탐지기는 50㎝만 탐색 가능

쌓여있는 흙 속 지뢰 파악은 불가

전문가 “군 지뢰 제거 엉터리 …

제대 군인 등 전문가 활용 바람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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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이 지뢰 탐색을 완료한 곳에서 가져온 흙인데 지뢰가 또 나온다는 게 말이 됩니까.”

지난 20일 강원도 철원군 김화읍 청양리. ‘미확인지뢰 지대 출입금지’ 표지판(사진)이 설치된 도로 안쪽 강변에서 군인들이 지뢰 탐지기를 들고 분주하게 움직였다. 현장엔 방탄 굴삭기가 배치됐고, 바로 옆 자전거 도로는 통제됐다.

주민 홍모(63·여)씨는 “군인이 지뢰를 찾는 흙더미는 인근 도로공사 현장에서 가져온 것인데, 작년에 그 공사장 흙을 옆 동네(풍암리) 논에 옮기는 과정에서 흙 속에 있던 지뢰가 터져 사람이 죽었다”면서 “사고 이후 군인들이 공사장에서 나온 흙 전체를 재탐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지난해 4월부터 10월까지 철원군의 요청으로 근남면 풍암리에 있는 일명 ‘지뢰 고개’에서 지뢰 탐색과 제거 작업을 했다. 지뢰 고개는 사곡리와 풍암리를 연결하는 도로다. 당시 현장에선 지뢰와 수류탄 등 폭발물 71개가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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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강원도 철원군 김화읍 인근 강변에서 군인들이 탐지기로 지뢰를 찾고 있다. [박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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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뢰 제거 작업 완료 후 현장의 흙은 주민의 요청으로 풍암·청양·마현리 등 3곳으로 옮겨졌다. 폭발사고는 지난해 11월 풍암리 논에서 발생했다. 당시 흙을 옮기던 덤프트럭 운전자 한모(40)씨가 지뢰 폭발로 숨졌다.

더욱이 사고 하루 전날과 당일 오전 공사 현장에서 대전차지뢰가 잇따라 발견됐지만 군 당국은 발견된 지뢰만 수거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지뢰 제거 작업이 부실하게 이루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흙이 옮겨진 3곳에서 재탐색을 진행 중이다.

지난달 6일부터 이달 초까지 풍암리 논을 재탐색한 결과 대전차 지뢰 2발과 대인지뢰 9발 등 총 11발의 지뢰가 추가로 발견됐다. 김기호 한국지뢰제거연구소장은 “군이 지뢰 제거 작업을 엉터리로 한 것 같다”고 했다.

군 관계자는 “해당부대가 깊이 50㎝까지만 지뢰 탐색을 완료한 만큼 폭발사고가 발생한 풍암리 논으로 옮겨진 흙이 탐색이 완료된 흙인지 더 깊은 곳에서 나온 흙인지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육군이 보유한 지뢰 탐지기는 깊이 50㎝까지만 탐지가 가능하다. 금속 등을 찾을 수 있는 유효 탐색 깊이도 최대 1m까지다.

전문가들은 지뢰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선 민간 장비와 전문인력을 현장에 투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소장은 “국내엔 폭발물 제거를 위한 특수교육(2~4개월)을 받고 군 생활을 하다 제대한 부사관 등 지뢰 전문가들이 2000명에 달한다”면서 “이들을 활용해 지뢰제거 작업을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지뢰제거연구소에 따르면 2001년부터 지난해말까지 총 66건의 지뢰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12명이 숨졌고 77명이 다쳤다.

국내 지뢰지대는 강원도 980곳, 경기도 321곳, 기타지역 22곳 등 총 1323곳이다. 이 중 미확인 지뢰지대는 214곳에 이른다. 면적은 미확인 지뢰지대 92㎢를 포함해 총 124㎢에 달한다. 군 당국은 이 곳에 80만발 이상의 지뢰가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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