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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샤라포바 괴성, 15개월 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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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약물 징계 복귀전서 승리

일부 선수들 "다신 못뛰게 해야"

26일(현지 시각)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포르셰 그랑프리가 열린 독일 슈투트가르트 포르셰 아레나. 경기장에 들어서기 전 금발의 한 선수가 굳은 표정으로 발을 계속 구르며 자기 이름이 불리길 기다렸다. 곧 그가 코트에 모습을 드러내자, 경기장을 가득 채운 4500여 관중이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여자테니스 수퍼스타 마리야 샤라포바(30·러시아)가 15개월 만에 코트에 복귀하는 순간이었다. 샤라포바는 지난해 1월 호주오픈 기간 중 도핑 검사에서 금지 약물인 멜도늄이 검출돼 국제테니스연맹(ITF)으로부터 15개월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다.

조선일보

샤라포바, 살아있네 - 15개월 만에 코트에 복귀한 샤라포바는 1회전을 통과하고 마치 우승이라도 한 것처럼 기뻐했다. 약물 복용 징계로 15개월 만에 코트에 복귀한 샤라포바가 포르셰 그랑프리에서 포효하는 모습. 못말리는 괴성, 강한 서비스와 스트로크 모두 이전 그대로였다. /EPA 연합뉴스


포르셰 그랑프리 조직위원회는 이 대회에서 2012~2014년 3년 연속 우승한 샤라포바를 맞이하기 위해 특별 출전권(와일드카드)을 줬고, 그의 징계가 끝나는 날에 맞춰 단식 1회전을 치르게 배려했다. 샤라포바는 전날 자정까지 자격 정지 상태였기 때문에 공식 시설을 이용하지 못했고, 대신 동네 테니스장에서 연습을 했다.

샤라포바는 예전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스트로크를 할 때마다 경기장이 쩌렁쩌렁 울리는 '괴성'을 질렀고, 강력한 서브를 선보였다. 샤라포바는 이날 로베르타 빈치(36위·이탈리아)를 2대0(7―5 6―3)으로 꺾고 2회전에 진출했다. 경기가 끝난 뒤엔 마치 우승이라도 한 듯 4면의 관중석을 향해 '손 키스'를 날렸다. 샤라포바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느낌"이라며 "이 순간을 오래 기다렸다"고 했다.

샤라포바의 '상품성'을 고려해 다른 대회들도 앞다퉈 그에게 와일드카드를 주고 있다. 그러나 모두가 그의 복귀를 반기는 건 아니다. 앤디 머레이(영국), 캐럴라인 보즈니아키(덴마크) 등 세계 톱클래스 남녀 선수들이 '약물 복용자에 대한 테니스계의 무분별한 환대'를 비판한 데 이어 '제2의 샤라포바'로 불렸던 유지니 부샤드(59위·캐나다)가 직격탄을 날렸다. 2014 윔블던 준우승자인 부샤드는 27일 터키 언론 인터뷰에서 "샤라포바는 사기꾼이다. 더 이상 그를 존경하지 않는다"며 "어떤 종목이 됐든 그런(약물을 한) 사람들은 다시 복귀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석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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