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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마크롱의 23만 풀뿌리 부대 vs 르펜의 서민 현장 스킨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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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대선 선전하는 ‘아웃사이더’

기성 정당과 달리 시민 직접 접촉

마크롱 측 농부·실업자 등도 참여

르펜, 실업 위기 근로자 찾아 대화

프랑스 리옹 동부 빌뢰르반에 사는 알랭 가르시아(49)는 출퇴근용 승용차에 ‘앙 마르슈’(전진) 소속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의 홍보 책자를 싣고 다닌다. 에너지 회사 직원으로 자신의 차량을 “마크롱 모바일”이라고 부르는 그는 거리에서 마크롱을 홍보하고 있다. 10년 전 우파인 니콜라스 사르코지의 선거운동을 했던 그는, 그 이후 정치에 환멸을 느껴 거리를 둬왔다. 그랬던 그가 뵐뢰르반에서만 마크롱의 자원봉사자 700명을 모았다. 가르시아는 “앙 마르슈에는 계층이 없다. 함께 뭔가를 이뤄간다는 느낌이 든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에 말했다.

지난 23일 프랑스 대선 1차투표에서 수십년 지속된 기성정치의 벽을 무너뜨린 ‘아웃사이더’들의 정치실험이 주목받고 있다. 앞으로 유럽의 정치 지형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대선 출마 선언 1년여 만에 당선 가능성 1위를 기록 중인 마크롱은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풀뿌리 부대가 게릴라처럼 움직이는 선거운동을 만들어냈다. 기성 정당이 전국에 사무소를 두고 거대한 자금을 지원하며 조직을 유지해온 것과는 딴판이다.

앙마르슈는 지난해 4월 설립 당시 IT 스타트업처럼 온라인 회원 모집 방식을 택했다. 총 회원은 23만명. 회사원, 농부, 실업자 등 직업도 다양하다. 기성 정치에 환멸을 느꼈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이들은 “좌도 우도 아니고, 프랑스 정치 생태계를 바꿔 놓고 싶다”고 주창하는 39세 마크롱에 열광했다.

이들은 자신의 집이나 차량, 식당 등에서 사람들을 모아 회원 가입을 설득한다. 이런 모임에서 “프랑스에서 무엇이 바뀌어야 하느냐”를 물었고, 이런 내용을 공약에 반영했다. 지역별로 자원봉사자들이 만든 위원회가 2600여 개에 달한다. 과거 사회당을 지지했던 소피 솔미니는 “나이 들고 똑같은 사람들이 정치를 하는 것에 질려 마크롱 캠프에 합류했다”고 말했다. 정치자금도 십시일반으로 모았다. 개인당 7500유로(약 900만원)가 모금 한도인데 1인당 평균 30만원 가량씩을 거둬 78억원 정도를 마련했다.

총선 후보 선정도 실험적이다. 앙마르슈는 6월 총선에서 모든 선거구에 후보를 내기로 하고 온라인으로 신청을 받았다. 1만4000여명이 응모했고 현재 14명을 선발했다. 마크롱은 후보의 절반을 여성으로 하고 시민사회 출신들을 대거 출격시켜 기성 정당 후보들과 대결하겠다는 입장이다.

1차 투표에서 2위를 한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48)은 ‘현장 정치’ 스타일이다. 불만에 가득찬 유권자들을 신속하게 찾아간다. 26일(현지시간) 마크롱의 고향 아미앵에 있는 미국계 가전기업 월풀 공장 앞 주차장을 예고 없이 방문한 것이 한 사례다. 폴란드로의 공장 이전 계획 때문에 일자리를 잃게 될 월풀 근로자들이 파업하고 있는 곳이었다. 르펜은 근로자에게 “내가 대선에서 이겨야 이런 일자리를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르펜은 1차 투표 전 남서부 보르도에서 청년 정책만을 다루는 유세를 했다. 실업률이 25%에 달하는 청년층에 맞춤형 전략을 쓴 것이다.

기성 정치권의 몰락은 프랑스만의 얘기가 아니다. 지난 3월 네덜란드 총선에서 중도좌파 노동당이 2위에서 7위로 밀려났다. 이탈리아 중도좌파 마테오 렌치 총리는 지난해 12월 국민투표가 부결되자 물러났고, 가장 인기가 있는 정당은 이념적 정체성이 없는 오성운동이다. 그리피스대 던컨 맥도널 교수는 허핑턴포스트에 “유럽의 모든 국가에서 사람들의 정당 지지 성향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이념적 성향보다 현실 문제 해결 능력을 따져 표를 던지는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김성탁 기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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