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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김기춘 ‘문체부 1급 사직 강요’ 법정 증언···靑 인사수석 “새판 짜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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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정진철 청와대 인사수석비서관이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명단인 ‘블랙리스트’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문화체육관광부 실·국장급 고위 공무원에게 사직을 강요한 배경을 증언하기 위해 27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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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78·구속 기소)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집행에 소극적이던 문화체육관광부 1급 공무원 3명에 대해 ‘성분불량’을 이유로 강제 사직케 한 혐의에 대해 “당시 전체적으로 판을 새로 짜는 것 같았다”는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증언이 법정에서 나왔다. 이 관계자는 김 전 실장이 해당 문체부 1급 공무원들로부터 사직서를 받으라고 지시한 사실은 없다고 말했다.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재판장 황병헌 부장판사)의 심리로 진행된 김 전 실장과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51·구속 기소)의 8회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정진철 청와대 인사수석(62)은 이 같은 내용을 법정에서 증언했다.

김 전 실장은 2014년 9월쯤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60·구속 기소) 등과 공모해 블랙리스트 적용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이유로 당시 문체부 1급 공무원이던 최규학 기획조정실장과 김용삼 종무실장, 신용언 문화콘텐츠산업실장에 대해 사직을 강요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정 수석은 김 전 실장으로부터 “문체부 1급 실장 3명에 대해 사표를 받으라”는 지시를 받고 김 전 장관에게 이를 요구한 인물로 알려졌다.

이날 법정에서 정 수석은 당시 해당 문체부 1급 실장들이 퇴직 신청을 한 것과 관련해 “국정기조 추진 차원에서 ‘판을 새로 짜는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1급 실장들이 강요를 받아 퇴직한 것으로 이해했나’는 김 전 실장 측 변호인의 질문에 “당시 김 전 장관이 새로 임명된 상황이었다. 박근혜 정부의 중요한 국정기조인 ‘문화융성’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 1급을 교체하는 것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1급 공무원들이 교체된 자리에는 새누리당 수석전문위원으로 나가있던 문체부 관료가 복귀를 했고, 1명은 당시 문체부 국장이 승진했고, 다른 1명은 기획재정부에서 데려왔다”며 “그래서 전체적으로 판을 새로 짜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정 수석은 김 전 실장으로부터 문체부 공무원들에 대한 사표를 받으라는 말을 듣지 못했다면서, 김 전 실장이 평소에 “부처 인사에 개입하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비서실장이 각 부처 실·국장 인사에 관여한 사실이 있나’는 김 전 실장 변호인의 질문에 “그런 적은 없다”면서 “오히려 비서실장께서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에게 ‘각 부처 인사에 관여하지 말라’는 주의를 여러 번 줬다”고 말했다.

“정 수석이 거듭 전화해 문체부 1급 실장들 사표를 받으라고 했다”는 김 전 장관의 진술에 대해 정 전 수석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날 법정에서는 김 전 장관이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조사에서 “정 수석이 1급 실장 6명의 사표를 받으라고 요구했다”, “정 수석이 두 번째로 연락해 김용삼·신용언·최규학 3명을 찍어서 사표수리 하라고 했다”고 진술한 내용이 공개됐다. 이에 대해 정 수석은 “김 전 장관이 어떤 근거로 그런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사실은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 수석은 “청와대 인사수석실에는 ‘성분 불량’ 등을 이유로 부처에 사표를 종용하는 기능이 부여돼있지 않다”며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검증을 거쳐 특별한 이상이 없으면 고위 공무원 인사안을 인사권자인 대통령에게 올릴 뿐”이라고 말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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