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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카드뉴스] 재난 현장서 인증샷 '왜 이러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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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음성정보 지원을 위한 텍스트입니다>>

'멀쩡한 사람들' 이성을 마비시키는 인증샷

재난 현장에서 인증샷 찍는 사람들

이탈리아 아마트리체 지방은 지난해 규모 6.0의 지진을 겪었습니다. 구 시가지 4분의 3이 파괴되며 유서깊은 건물들은 폐허가 되었고, 약 230여 명의 주민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올 초까지 지진이 계속된 아마트리체의 주민 수천 명은 아직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관광객들이 마을의 지진 잔해를 배경으로 셀피(셀프카메라 사진)를 찍어 말썽입니다.

"잔해 더미 옆에서 셀피를 찍으려면 아마트리체에 오지 말라"

지난 17일(현지시간) 아마트리체 시장은 자연 재해로 인한 비극을 단순히 사진 촬영의 대상으로 삼는 사람들을 비난했습니다.

비극의 현장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일은 우리나라에서도 있었죠. 이달 초 일부 시의원과 국회의원 등이 세월호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큰 물의를 빚었습니다.

"참사현장을 직접 갔던 상황이어서 기억하고자 사진을 찍었는데, 죄송하다"

유가족이 항의하는데도 꿋꿋이 세월호 현장 방문 인증샷을 찍은 시의원의 말입니다.

세계적 트렌드인 인증샷 촬영은 이렇듯 '멀쩡한 사람들'의 이성을 마비시켜 버리기도 합니다. 사람들의 관심이 많이 몰리고 자극적인 소재일수록 관심받을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미국에서는 한 여성이 과속운전 인증샷을 찍다가 교통사고를 일으켜 피해자에게 장애를 입혔습니다. 그런데 이 여성은 사고 직후 병원에 누워서도 인증샷을 찍어 SNS에 올렸습니다.

올 초 해부용 시신 앞에서 인증샷을 남긴 의사들이 과태료 처분을 받았죠. 최근에는 한 방송인이 전주시 명물 매화나무의 보호 울타리 안에서 찍은 사진을 SNS에 올렸다가 뭇매를 맞았습니다.

"(인증샷은) 관심과 인정을 받고 싶어하는 욕구,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내가 뒤처지면 안 된다는 것. 관심을 받으려 점점 더 자극적인 것을 추구하는 경향” (이동귀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문제는 인증샷을 찍는 사람들의 자존감을 채우기 위해 소중한 문화재 뿐 아니라 재난 현장, 타인의 상처와 죽음까지 이용당하는 일이 전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찍어 올린 인증샷이 '좋아요'는 커녕 공분을 사는 일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나도 혹시 습관적·강박적으로 인증샷과 셀피를 찍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일입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김지원 작가·이홍재 인턴기자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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