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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아직 끝이 아냐”…마크롱에 제대로 한 방 먹인 르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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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펜, 예고없이 마크롱 고향 아미앵의 월풀 공장 방문

-노조대표만 만나고 돌아가려던 마크롱, 월풀 공장 찾아

-노동자들 “대통령은 르펜”이라며 마크롱에 야유



[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 프랑스 대선 결선투표(5월 7일)를 10여일 앞두고 마린 르펜 후보가 허를 찌르는 전략으로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와 결선 레이스에서 판정승했다. 마크롱의 고향에서 동시에 진행된 대선운동에서 노조 대표만 만나고 가려던 마크롱과 달리 르펜은 실직 위험에 처한 공장 근로자들을 직접 만나 위로하면서 이들의 지지를 얻어냈기 때문이다. 마크롱은 뒤늦게 이 곳을 찾았지만 쏟아지는 건 ‘야유’였다.

26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마크롱과 르펜은 이날 프랑스 북부의 소도시 아미앵에서 선거운동을 벌였다. 결과는 마크롱의 판정패였다.

헤럴드경제

에마뉘엘 마크롱의 고향 아미앵에서 희비가 엇갈린 마린 르펜과 마크롱. [사진제공=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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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이 노조대표들과 비공개 면담을 하는 사이,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의 대선 후보 르펜이 예고도 없이 미국계 가전기업 월풀의 공장을 깜짝 방문하는 ‘선수’를 쳤기 때문이다. 월풀이 이곳의 공장을 폴란드로 옮기기로 한 뒤 일터를 잃게 될 근로자들이 파업을 벌이자 르펜은 프랑스 노동자들의 일자리 보전 등을 내걸고 집중 공략지역으로 삼아왔다.

르펜은 월풀 공장 앞 주차장에서 근로자들과 만나 마크롱을 야만적인 세계화에 찬성하는 친(親)기업 인사라고 비난한 뒤 자신이 진정한 노동자들의 대변자라고 주장했다.

르펜은 “모두가 마크롱이 기업 편이라는 걸 안다”면서 기자들에게 “마크롱이 노조 대표 두세 명을 만나러 갔지만, 나는 레스토랑이 아닌 이곳 공장 주차장에 노동자들과 함께 서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마크롱이 아미앵에 와서도 월풀 공장을 찾지 않은 것은 노동자들을 무시하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르펜이 공장 앞을 깜짝 방문하자 일부 근로자들은 그와 함께 앞다퉈 사진을 찍으며 환호하기도 했다.

노조대표만 만나고 떠나려던 마크롱은 르펜의 방문소식에 급하게 계획을 바꿔 월풀 공장을 찾았지만 대선 결선 주자로 ‘금의환향’한 그에게 고향의 노동자들은 환영은커녕 야유와 “대통령 마린 르펜” 등의 구호를 외치며 냉대했다. 노조대표만 대화하고 돌아가려했다는 점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근로자 일부는 마크롱이 공장을 방문할 당시 멀리서 타이어를 불태웠고 일부는 마크롱의 경호원들을 밀치며 항의하기도 했다.

마크롱은 “르펜이 월풀 공장의 이전 결정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르펜이 세계화를 거부하는 것이 해법이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거짓말”이라며 공세를 취했지만, 성난 근로자들은 듣는 둥 마는 둥 했다.

아미앵의 표심은 이미 르펜에 기울었다. 이곳의 대선 1차 투표 득표율은 마크롱은 21.7%였지만, 르펜은 30.4%로 마크롱을 압도했다.

아미앵 격돌’에서 볼 수 있듯이 전반적으로 결선 레이스 초반 마크롱의 선거전략이 르펜의 포퓰리즘과 게릴라식 전법을 혼합한 전략에 밀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마크롱이 각종 여론조사의 우위에 도취해 이미 승리한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여론조사기관 해리스인터랙티브가 25일 1030명의 유권자 표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선거운동의 시작이 성공적이었다’는 의견은 르펜 쪽이 61%였지만 마크롱 쪽은 48%에 그쳤다.

hhj6386@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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