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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가계부채의 늪'…빚 갚느라 쓸 돈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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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사진=아시아경제 DB


[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수출 회복에 힘입어 경기가 살아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민간소비는 여전히 바닥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계지출 회복속도는 기업의 투자지출에 비해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다. 가계의 소득증가율 상승이 급격히 둔화되는 한편 13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 부담, 고령화에 따른 소비위축 등에 따른 구조적인 '소비부진의 늪'에 빠졌다는 지적이다.

27일 김재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가계소비의 동향과 구조적 정체 가능성'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제9순환기(2005년 3월~2009년 2월)를 제외하면 2000년대 들어 기업의 투자지출인 총자본형성이 경기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가계지출은 기업의 투자지출에 비해 회복이 더디고 회복규모도 작았다. 제10순환기(2009년 3월~2013년 2월)에는 이전보다 눈에 띄게 떨어졌고, 제11순환기(2013년 3월 이후) 들어서는 더욱 저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제10순환기 시작시점 가계지출을 100으로 볼 때 2년 후 가계지출은 106.9, 최고점은 109.4였다. 제11순환기에서는 시작시점 기준 2년 뒤에 103.7, 최고점은 107.9에 그쳤다.

가계지출의 활력이 떨어지는 배경에는 소득 정체가 있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제9순환기와 제10순환기의 평균 소득증가율은 각각 1.62%, 1.88% 수준이었으나 제11순환기에는 0.95%에 불과했다. 자영업자 등 비근로자가구의 소득증가율은 0.28%로, 직전 순환기(2.57%)에 크게 못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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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2016년 가구당 월평균 가계수지 추이(자료:통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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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최저소득계층을 제외한 모든 소득계층에서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원리금상환액 비중은 9~15%포인트까지 커졌다. 이는 가계부채 구조개선의 일환으로 만기일시상환 대출을 원리금분할상환 대출로 전환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됐다. 가계의 부채원금 분할상환 부담이 늘어나면서 소비지출에 쓸 수 있는 가처분소득을 더 줄였다는 분석이다.

노후나 실업에 대비해 가계가 허리띠를 졸라매는 경향도 뚜렷하다. 가계의 평균 흑자율은 2014년 1분기 25.5%를 저점으로 지속적으로 상승해 지난해 4분기에는 30.3%까지 올랐다. 가계의 흑자율은 가처분소득 가운데 소비하지 않고 남은 액수를 의미한다. 이는 저축이나 투자로 연결되는데, 최근 소득증가가 둔화된 상황을 감안하면 가계가 최대한 지출을 줄여 미래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보험, 연금준비금이 가계의 금융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지속적으로 올라가는 추세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가구당 부채총액이 크게 줄어들기 이전에는 부채 원리금을 상환하는데 가계소득의 상당부분이 투입될 것이고, 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최근 경기회복 신호들은 반갑지만, 현재의 가계소비 침체가 구조적인 요인에 따른 것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지표 움직임을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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