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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미국 초등학교 ‘숙제 금지’ 전쟁]① “숙제 금지 vs 숙제 필요” 첨예하게 대립한 학부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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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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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에는 저학년 학생들에게 숙제 내는 것을 금지한 공립 초등학교들이 있다. 숙제 대신 가정에서 다양한 놀이 활동을 하거나 책을 읽도록 장려하기 위한 취지에서다.

그러나 이러한 ‘숙제 금지 정책’에 대해 각 가정의 사회경제적 환경에 따라 초등학생들 사이에 교육 불평등이 초래될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숙제 금지파’와 ‘숙제 찬성파’ 학부모들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뉴욕타임즈(NYT)는 25일(현지시간) 숙제 금지 정책을 채택한 다양한 초등학교의 사례를 보도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봄부터 4학년 이하의 학생들에게 숙제를 금지한 맨해튼 첼시 부근의 한 공립 초등학교다.

이 학교의 ‘숙제 금지파’ 부모들은 문제풀이 등 단편적인 지식을 체크하는 천편일률적인 숙제가 아이의 창의성 발달을 저해하고 공부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린다고 주장한다.

전직 교육 기술 컨설턴트인 로빈 브로쉬는 아이들이 숙제 대신 “진짜 하고 싶어하는 일”에 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숙제가 없어진 뒤 3학년 아들이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에 관심을 보이며 몇 시간씩 집중한다고 했다.

교육전문 작가인 알피 콘은 숙제를 “교육적 실수”라며 “아이들의 호기심을 꺼뜨리는 데 매우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덴마크나 일본처럼 수학·과학에 뛰어난 교육 성취를 보이는 나라에서는 미국보다 훨씬 적은 숙제를 내준다고 지적했다.

한편 세 아이를 둔 싱글맘인 애슐리 시에라는 숙제 금지 정책이 부유하지 않은 가정에게 오히려 짐이 된다고 말했다. 아이들에게 숙제를 대신할 참고서나 소프트웨어를 마련해 줄 형편이 되지 않는 부모들에게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이렇듯 ‘숙제 찬성파’ 부모들은 숙제 금지 정책에 대해 돈과 시간이 여유로운 가정들을 위한 것이라며 “경제적·인종적으로 섬세하지 못하다”고 비판한다.

브룩클린 파크슬로프 학교와 맨해튼 킵스베이 학교에서도 숙제를 없앴다가 학부모들의 반발을 샀다. 브룩클린 코블힐 학교는 숙제 금지에 대해 광범위한 의견 청취를 한 끝에 결국 채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신 쉽게 할 수 있고 합리적이며 의미 있는 숙제를 내는 데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뉴욕 시내에 얼마나 많은 초등학교가 이 정책을 실시하고 있는지는 공식적으로 집계된 바 없다. 미국 교육부는 학교의 숙제 양에 대해 교사와 학부모들이 논의하여 자율적으로 정하는 방침을 취하고 있다.

디지털뉴스본부 박혜연 기자 hypark1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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