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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MK인터뷰] 최정, `소년장사`에서 `홈런의 아이콘`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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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12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거포라는 자격을 증명하는 수치라 할 수 있다. SK와이번스 간판타자 최정(30)은 지난 2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트윈스와의 경기에서 12년 연속 10홈런을 기록했다. 프로야구에서 6번째인 대기록이다. 앞서 12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타자들은 KBO리그에서 내로라하는 거포들이었다. 장종훈(1988~2002년), 양준혁(1993~2007년)이 15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쳐냈고, 현재 SK에 있는 박경완(1994~2007년) 코치가 14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다. 현역으로는 삼성 이승엽과 한화 김태균 역시 12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 기록을 지금까지 이어가고 있다.

최정은 이날 9회초에 자신의 시즌 10번째 홈런을 쏘아 올렸다. LG신인투수 고우석의 147km 속구를 벼락같이 잡아당겨 좌측 담장으로 넘겼다. 사실 앞선 타석은 무안타 침묵이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타석은 삼진이었다. 하지만 세 번째와 네 번째 타석부터 타구를 띄우기 시작했다. 비록 모두 뜬공으로 아웃되긴 했지만 큼지막한 타구는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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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을 치고 들어오는 최정의 표정이 밝다. FA로 SK와 재계약을 한 뒤 첫 해였던 2015년 부상으로 많은 경기에 소화하지 못해 마음고생도 심했던 최정이지만, 지난해 홈런왕에 오르며 역시 최정이라는 찬사를 들었다. 이제 홈런왕이라는 이미지를 굳히고 있다. 사진=김영구 기자


이날 경기 전 최정에게 12년 연속 두자릿수 홈런을 의식하느냐고 물었다. 최정은 “특별히 의식하는 것은 아니지만, 중요한 기록이다”라고 말했다. 중요한 기록, 바로 꾸준함을 가리키는 의미였다. 최정은 “무엇보다 꾸준해야 한다”면서 “꾸준히 잘 치는 타자가 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최정은 자신이 꾸준한 타자라는 것을 곧바로 증명해냈다. 10홈런을 때린 뒤 최정은 “대단한 선배님들과 같은 기록을 세워 영광이다. 저도 기복 없이 오랜 기간 선수로 뛰고 싶다”는 소감을 남겼다.

▲ 사구의 아이콘에서 홈런왕으로 “원래 홈런타자 꿈꿔왔다”

10홈런도 선점한 최정은 이제 2년 연속 홈런왕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사실 최정은 2005년 SK와이번스에 1차 지명으로 입단했을 때부터 거포로서 자질을 뽐냈던 타자다. 데뷔 2년차부터 무지막지한 힘을 자랑하며 두자릿수 홈런을 때려내 ‘소년장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하지만 최정은 홈런의 아이콘보다는 사구(死球)의 아이콘에 더 가까웠다. 유독 몸에 맞는 공이 많았기 때문이다. 최정은 통산 사구 186개로 KBO리그 은퇴선수와 현역선수를 통틀어서도 1위를 달리고 있다. 2007년 11개의 사구를 당해 처음으로 두자릿수 사구를 기록했던 최정은 2014년까지 꾸준히(?) 10개 이상의 몸에 맞는 공을 기록해왔다. 2013년에는 24개의 사구를 기록하기도 했다. 2015년 사구가 한자릿수로 줄어들긴 했지만, 지난해에 다시 23개로 사구가 늘었다. 그래서 생긴 별명이 마그넷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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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초기 엄청난 파워로 소년장사라는 별명을 얻었던 최정이지만, 이후 많은 사구로 인해 마그넷 정이라는 유쾌하지 않은 별명이 더 널리 알려졌다. 하지만 타석에서 공을 오래 보는 점은 변하지 않았다. 사진=김재현 기자


하지만 지난해 처음으로 홈런부문 타이틀 홀더가 된 이후, 최정은 홈런왕이라는 이미지를 굳혀가고 있다. 이는 스스로도 즐거운 일. 다만 최정은 조심스러웠다. 그는 “홈런 1위라는 것을 특별히 의식하거나, 의식하려고 하지는 않는다”면서 “그래도 팀에 보탬이 된다면, 홈런을 많이 치는 게 좋은 일 아니냐”고 말했다. 사실 최정의 오래 전 꿈도 홈런타자였다. 초등학교(대일초) 시절 살을 빼기 위해 시작한 야구지만, 최정은 천재적인 능력을 뽐내왔다. 고교시절에는 투수와 포수로 나서기도 했다(이는 프로에 와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는 “3루수가 내 주포지션이었는데, 3루수는 거포들이 많지 않느냐. 자연스럽게 홈런타자가 되는 게 꿈이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는 꿈을 마침내 현실로 만들었다. 최정은 “특별히 의식은 하지 않지만, 한 경기 한 경기 집중하면서 시즌이 끝났을 때는 리그에서 가장 잘하는 타자로 남고 싶다”며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한 시즌을 치르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 홈런페이스? 막바지에 더 나오면 더 기분좋다

최정의 홈런 페이스는 빠른 편이다. 26일까지 22경기에서 10홈런이다. 10번째 홈런은 21경기 만에 나왔다. 넥센 소속으로 2014년과 2015년에 각각 52개, 53개의 홈런을 기록했던 박병호(31·미네소타)도 최정만큼 빠르진 않았다. 박병호는 2014년 28번째 경기만에 10호 홈런을 터트렸고, 2015년에는 41번째 경기에서 10호 홈런을 때렸다. 프로 데뷔 후 첫 홈런왕(40개, NC 에릭 테임즈와 공동 홈런왕)에 올랐던,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5개의 아치를 그렸다. 최정도 “원래 나는 시즌 초에 부진한 유형의 타자인데, 올해는 페이스가 빠른 편이다”라며 “하지만 항상 이렇게 치기는 어려울 것이다. 분명 페이스가 떨어지는 시기가 올 것이다”라고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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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의 경기에서 10호 홈런을 터트린 최정. 두드리면 열린다는 말처럼 최정은 앞선 타석에서 큼지막한 뜬공을 기록하며 타격감을 끌어올렸다. 사진=천정환 기자


물론 지난 8일 인천에서 열린 NC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4개의 홈런을 몰아친 게 빠른 홈런 페이스에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다. 최정 이전에는 2000년 박경완(당시 현대), 2014년 박병호(당시 넥센)만이 경험한 진기록이자, 대기록이다. 스스로도 “내가 미쳤나보다”하면서 멋쩍은 미소를 짓기도 했다. 하지만 최정은 “후반기에 이런 기록이 나오면 더 좋지 않을까”라면서 살짝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는 “시즌 막판에는 순위경쟁도 심하기 때문에 팀에 더 도움이 될 수도 있고, 개인적으로도 기분 좋게 한 해를 마무리 한다는 느낌이 강해서 시즌 후반에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설명했다.

최정을 앞세운 SK는 한동민(7홈런)과 김동엽(6홈런)도 홈런포를 가동하며 거포군단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한동민이 최정 앞(2번타자), 김동엽이 최정 뒤(4번타자)로 배치돼, 이들 덕을 보고 있기도 하다. 최정은 “후배들 덕을 보는 측면도 있지만,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힘에서는 내가 둘에게 안되지만, ‘후배들에게 밀리지 않아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좋은 자극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는 홈런 30개가 목표였던 최정은 “올해는 숫자로 목표를 세우지 않았다”면서 “다만 최선을 다해 매 타석에 임해서 최고가 되겠다는 기분 좋은 상상을 꼭 시즌 마지막에 이루고 싶다”며 웃었다.

최정

1987년 2월28일생

180cm 90kg

부인 나윤희씨와 1남

대일초-평촌중-유신고

2005년 SK와이번스 1차지명 입단

이영민타격상(2004), 2008 한국시리즈 MVP,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 3루수 골든글러브(2011·2013·2016), 2016 KBO리그 홈런왕

[jcan1231@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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