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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대선 기획] 왜 우리 동네에 그 사람 현수막이 보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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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9일 열리는 대선에서 누굴 뽑을지 고민 중인 고모(30)씨는 인천 연수구의 집 근처 사거리를 지날 때마다 궁금한 게 하나 있었다.

사거리에 주요 정당 대선 후보들의 현수막이 걸려 있는데, 어쩐지 한 후보의 현수막만 보이지 않아서다.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주민들에게 얼굴 알리기도 바쁠 시간에 현수막이 보이지 않으니 무슨 일인가 싶었다.

고씨는 “돈이 없는 건지 아니면 우리 동네에 현수막을 걸지 않아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인지 알 수 없었다”며 “다른 지역에도 비슷한 곳이 있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세계일보

지하철 2호선 합정역 인근 오거리. 주요 정당 대선 후보들의 현수막이 보인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의 현수막은 기자의 시점을 기준으로 뒤편에 걸려 있다.


2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따르면 고씨가 한 후보의 현수막을 보지 못한 건 모든 정당의 대선 후보 현수막 설치 지점이 반드시 똑같지 않기 때문이다.

전국 읍면동에 1개씩 배당되는 현수막이 정해진 범위 내에서 자리를 옮길 수 있는데, 고씨가 한 후보의 현수막을 보지 못한 건 그 후보 측이 걸지 않아서가 아니라 같은 행정구역상 ‘동’ 내의 다른 위치에 걸렸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선관위 설명이다.

출퇴근 시간대에는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현수막을 걸 수 있으며, 그 시간 외에는 주부나 노년층이 자주 다니는 대형 할인점이나 시장 근처로 자리를 옮길 수 있다고 관계자는 덧붙였다.

일종의 전략인 셈이다.

후보 측이 모든 읍면동에 현수막을 거는 것도 아니다.

선관위 관계자는 “과천시에는 총 10개의 동이 있다”며 “한 후보가 과천시에 걸 수 있는 현수막은 최대 10개다”라고 말했다. 이어 “6개를 걸든 7개를 걸든 후보 측 자유지만, 11개를 걸면 선거법을 어기는 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후 2시30분부터 서울 마포구 망원동과 합정동 일부를 살펴본 결과, 모든 후보의 현수막이 같은 위치에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망원 우체국 인근 사거리에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현수막만 보였다. 지하철 6호선 망원역 출구 근처에는 안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네 후보의 현수막이 모두 설치되어 있었다.

지하철 2호선과 6호선이 지나는 합정역 근처 오거리는 모든 후보의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시간을 가리지 않고 직장인과 대학생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기 때문으로 보였다.

세계일보

지하철 6호선 망원역 출구.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주요 정당 대선 후보들의 현수막이 걸렸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의 현수막은 시점을 기준으로 왼편으로 10여m 정도 떨어진 곳에 설치됐다.


현수막에는 선관위로부터 공식 허가받았음을 나타내는 ‘표지’가 붙어 있다. 만약 과천시에 현수막을 8개만 걸어서 표지가 2개가 남는다면, 반납할 필요는 없다고 선관위 관계자는 설명했다.

현수막은 후보 측 전략에 따라 내용이 바뀔 수 있다. 꼭 한 종류의 현수막만 선거 기간에 걸지는 않는다고 관계자는 밝혔다. 이때는 현수막을 교체해야 하는데, 반드시 선관위에 헌 표지를 반납하고 새로운 표지를 받아야 한다.

다만, 각 읍면동 현수막 설치 업체를 선관위가 관리하지는 않는다.

설치 업체의 수익금은 각 정당이 대선 후, 선관위에 보고하는 선거비용 내 현수막 부문과 연관이 있다.

지난 대선이나 작년 총선 당시 각 정당이 현수막 설치에 얼마나 돈을 들였을지 궁금해 선관위에 물었으나, 선거운동에 들어간 돈은 선거 종료 3개월 후까지만 공개되는 게 원칙이라 현재로써는 알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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