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안보 무기’로 철강 때리기 나선 트럼프…뾰족수 없는 한국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사문화된 무역확장법 232조 내세워

철강 넘어 조선 반도체로 확산 조짐

WTO 제소 카드 있긴 하지만…

'안보 예외' 규정에 효과 날까 우려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무역보호조치 발톱을 조금씩 드러내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카드를 당장 꺼내 들기보다는 이미 사문화된 무역확장법(Trade Expansion Act)을 발령하면서 철강, 반도체, 조선, 알루미늄 산업 등에 새로운 무역장벽을 세우고 있다.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최후의 카드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방안도 검토할 수 있긴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다 트럼프 행정부가 WTO를 무시하고 ‘마이웨이’를 외치고 있는 터라 뾰족수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데일리



◇사문화된 무역확장법 232조 꺼내 든 美

미국의 무역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25일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에서 “철강뿐만 아니라 반도체, 조선, 알루미늄 산업은 무역확장법(Trade Expansion Act) 232조에 보호받을 자격을 인정받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전방위적으로 공격적인 보호무역을 펼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수입 제품이 미국의 안보를 저해하는지 조사해 이를 차단하는 조치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다. 1962년 미국 기업 보호를 위해 만들어졌지만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발족 이후 사실상 사문화됐지만 미국 산업의 피해 여부를 조사하지 않고서도 발동 가능하단 점에서 강력한 보호무역 수단으로 여겨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입철강에 대해 ‘무역확장법 232조’를 발령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상황에서 반도체, 조선, 알루미늄 산업까지 확대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미국의 논리는 이렇다. 철강 등 특정 상품의 수입 비중이 급격히 올라갈 경우 미국의 군함, 군용 통신장비까지 외국산에 의존해 국가 안보에 크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의 의결을 통할 필요도 없고 행정명령에 의해 재빠르게 조치를 내릴 수 있어 무역적자를 짧은 시간에 줄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조사 결과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있다면 상대국 수입품의 관세율을 높이거나 쿼터를 제한하는 조치를 내릴 수 있다.

유희진 안양대 국제통상유통학과 교수는 “트럼프 정부는 미국 의회와 협상을 거쳐야 하는 FTA재개정 등을 통해 무역적자를 줄이기보다는 행정명령을 통한 제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철강 제품의 경우 미국 소비자와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낮아 내부적으로 반발 가능성이 낮은 터라 잠자고 있는 법을 털털 털어내 어떤 식으로도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도 철강 분야가 가장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반도체의 경우 미국을 상대로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는데다 조선업은 심각한 침체를 겪고 있어 굳이 한국을 타깃으로 삼을 가능성이 낮다는 얘기다. 문종철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결국 우리나라 철강이 타깃이 될 것”이라며 “미국이 실제 232조를 적용할지는 모르겠지만 현실적인 위협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정부 철강업계, 해결책 모색하겠다지만…

정부 입장에서도 대응 수위를 높이고는 있다. 우태희 산업부 2차관은 최근 미국을 방문해 최근 철강제품에 대한 반덤핑 판정 등에 대해 우려를 전달했고, 이번주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될 WTO보조금 및 덤핑위원회에도 불합리한 수입규제 조치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방침이다. 주형환 산업부 장관은 27일 주요 철강업계와 간담회를 열고 업계의 의견을 수립해 민관합동으로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최후 수단으로 WTO제소 카드도 검토할 수 있지만 효과에 대해선 미지수다. WTO는 수입수량을 제한하는 것은 위반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상품무역을 규정하는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는 안보의 경우 예외로 하는 규정이 있다. 전쟁을 치르거나 UN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등이 있을 때는 가능하다는 것. 미국은 WTO제소가 들어올 경우 이를 근거로 정당화할 가능성이 크다. WTO에서 위반 결정이 내리더라도 미국이 무시할 가능성이 크고, 기간도 3~4년이 걸려 이미 침체 위기를 겪는 철강업계에는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에 대해 예단하긴 어렵다”면서 “최대한 업계의 애로사항을 듣고 나름의 대응책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유 교수는 “우리 정부로서는 뾰족수가 없는 게 사실”이라면서 “미국이 적극적인 조치를 하기 전에 우리의 수출이 미국의 이익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적극 설명하고 중국, 러시아 등과 공조를 하면서 다자간 협조를 이끌어 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