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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0 (토)

[함께 만드는 세상] 새 대통령님! 학습 시간 줄이고, 꼴찌도 떳떳한 세상 만들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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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 청소년이 바라는 정책은

"행복한 마음으로 공부하고 싶어요”

"놀이터에 놀이기구 더 놓아 주세요”

"엄마랑 같이 있게 휴무 늘었으면”

초록우산어린이재단 8600명 설문

10개 분야로 정리, 대선후보에 전달

중앙일보

차기 대통령에게 바라는 아동정책에 대해 쓰고 있는 아이들. [사진 초록우산어린이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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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두 달 차인 김민석(13)군은 최근 ‘공부 압박’을 느끼고 있다. 경북 포항시에 있는 전교생 60명 남짓인 작은 학교에서 친구들은 2~3명을 제외하고 모두 학원에 다닌다. 학원을 안 다니는 김군도 불안한 마음에 오후 9시30분까지 하는 야간 자율학습을 신청했다. 매일 오전 8시30분에 등교해 오후 4~5시쯤 수업이 끝나면 김밥으로 저녁을 때운 뒤 자율학습을 한다. 김군은 “공부를 안 하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예요. 친구들과 마음껏 놀고 싶지만 놀 시간도 공간도 없어요”라고 말했다. “차기 대통령님은 꼭 저희들의 쉬는 시간을 늘려줬으면 좋겠어요. 공부 말고 다른 걸 잘해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사회라는 믿음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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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군과 같은 아동·청소년들은 다음달 9일 대통령 선거에 투표권이 없다. 하지만 이들 또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바라는 정책이 있다. 그래서 최근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등 여러 NPO(비영리단체)에서 한국의 아동·청소년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대선후보들에게 다양한 ‘아동정책 공약’을 제안하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지난 1월부터 두 달간 아동·청소년들의 목소리를 후보들에게 전달하고자 ‘미래에서 온 투표’ 캠페인을 진행했다. 전국 17개 시·도 8600명의 초·중·고 학생들에게 ‘바라는 아동 정책이 무엇인지’를 물었고 이들은 1만1303건의 의견서를 보내왔다. 어린이재단은 이 제안들을 10개 분야로 추려 보고서로 정리해 최근 각 대선 후보 캠프에 전달했다.

학원 가는 친구 부러워하는 내가 싫어요

아이들이 가장 바라는 건 ‘행복하게 공부하기’였다. 구체적으로는 ‘전반적인 교육시간 축소’ ‘진로·진학 교육 확대’ ‘사교육 폐지, 공교육 강화’ 등이다. “성적이 안 좋으면 내가 쓸모없는 사람이 된 것 같아요. 저도 잘하는 게 있을 텐데”(김미나·16), “등교시간이 너무 일러 아침밥을 편히 먹을 수가 없어요”(이현주·12) 등 어린이재단이 공개한 아이들의 의견서에는 동심을 힘들게 하는 속사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부산에 사는 고등학생 김서영(17)양은 “야간 자율학습을 신청해 밤 10시까지 공부하는데 어떤 친구는 야자가 끝난 뒤 또 학원에 간다”고 말했다. 쉬는 시간도 마음 놓고 쉴 수가 없는 분위기라고 했다. 김양은 “주말에 집에서 쉬고 있는데 친구들이 문자로 ‘오늘도 학원 간다’고 하면 나 혼자만 노는 것 같아 불안해진다”고 말했다.

학원에 가는 친구들이 오히려 부럽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김양은 “학원에 다니지 않다 보니 나는 처음 듣는 학교 수업 내용을 친구들은 학원에서 두 번 세 번 예습을 하고 듣는다. 나도 모르게 친구들을 자꾸 부러워하고 견제하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내가 이렇게까지 공부를 해야 하나’라는 생각에 자존감이 많이 떨어진다”고 털어놨다. 김양은 “대입을 위한 공부만이 아닌 취미 생활을 할 시간,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시간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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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아동·청소년들이 한 다양한 정책 제안.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미래에서 온 투표’캠페인을 통해 8600명의 아이로부터 1만 건 넘는 의견을 받았다.모인 의견은 ‘아동이 제안하는 아동정책’의 이름으로제19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들에게 전달했습니다.[사진 초록우산어린이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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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하게 살고 싶다’는 바람도 컸다. 경남에 사는 고등학생 윤진희(17)양은 “범죄 없는 안전한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 세상이 무서워서 살아가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황주현(14)양은 “아동 성범죄 때문에 불안해서 늦게 다니지 못하겠다. 학생들을 안심시켜줄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친구가 다른 친구한테 심하게 맞았는데 나도 피해자가 될까봐 모른 척하며 지낸 적이 있다”(오진주·13)며 ‘폭력 없는 학교’를 원하기도 했다. 국가의 재난 상황 대처에 대해서는 ‘세월호 사고 같은 일이 다시는 없어야 한다’(홍수지·11), ‘너무 쉽게 생각하고 원칙을 지키지 않아 일어나는 사고가 많은 것 같다’(조희령·16) 등의 지적이 나왔다.

응답자 나이가 어릴수록 ‘놀이 시간·공간이 더 늘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다. 초등학생 최연지(11)양은 “집 앞 놀이터에 그네밖에 없다. 더 많은 놀이기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광주에 사는 김석진(13)군은 “우리 엄마가 더 많이 쉬어서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국영수만큼 중요한 인생 공부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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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의견: 빈곤·소외가정 및 시설지원 확대(469건), 학교폭력 예방대책 강화(438건), 아르바이트 최저시급 인상 및 기회 확대(396건) 등 자료: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아동 8600명을 대상으로 아동정책 제안 1만1303건 접수


이 밖에도 아이들은 ▶최저시급 인상 ▶아동복지 예산 확대 ▶환경오염 해결 등을 차기 대통령에게 희망했다. 어린이재단 측은 “아동들의 목소리로 정책과 제도가 변화될 수 있는 나라야말로 진짜 희망이 있는 나라다. 대선후보들의 아동 공약에 아이들의 간절한 바람이 잘 반영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다른 NPO들이 청취한 아이들의 의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굿네이버스는 지난 2~3월 전국의 초·중·고교생 대표 27명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 결과 아이들은 다음 정권에 ‘교육시스템 개선’을 가장 바라고 있었다. 굿네이버스는 인터뷰 내용을 토대로 ▶교육시스템 개선 ▶내 꿈을 펼칠 수 있는 사회 ▶돈 걱정 없이 놀 수 있는 놀이시설 ▶양육·교육비 부담 절감 ▶아동학대 없는 세상 ▶학교폭력 문제 해결 ▶평등한 사회 ▶안전한 귀갓길 ▶자유롭게 말할 권리 등을 9대 아동 정책으로 정리했다.

세이브더칠드런도 만 10~18세 청소년 68명을 대상으로 ‘우리 목소리가 들리는 2017-2012’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에 더해 상황이 각기 다른 4명의 청소년을 불러 자유토론을 열기도 했다. 그렇게 나온 의견들을 ▶언제 어디에서나 안전한 대한민국 ▶국영수만큼 중요한 인생 공부를 놓치지 않는 대한민국 ▶나답게 살 수 있는 대한민국 ▶내가 참여할 수 있는 대한민국 등 네 가지 카테고리로 나눠 대선후보 정책위원회에 전달했다. 설문에 참여한 고등학생 오성군(18)군은 “청소년도 목소리를 낼 수 있고, 미성숙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사회에 퍼져야 한다”며 “대통령을 비롯한 공직 선거에서 어린이·청소년의 의견이 적극 반영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아이들이 낸 ‘소수 의견’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아동·청소년들이 적어낸 정책 제안 가운데서는 ‘소수 의견’들도 눈에 띄었다. ‘문제집·학용품 가격을 인하해 주세요’ ‘국사 시간을 늘려주세요’ ‘학교 의자를 좀 더 편한 의자로 교체해 주세요’ ‘급식을 더 맛있게 만들어 주세요’ 등 현실적인 의견들이 접수됐다. 언니·오빠들의 극심한 취업난을 아는 듯 ‘취업난 해소 및 일자리 창출’을 요구한 의견도 284건이나 됐다.



홍상지·김준영 기자 hongsam@joongang.co.kr

홍상지.김준영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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