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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함께 만드는 세상] 라오스 오지 찾아가 간편 정수기 선물 “봉사가 행복한 일이란 걸 알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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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란트로피상 받은 민사고 ‘옹달샘’

한자리 모여 활동계획 직접 짜

삶의 질 바꾸는 착한 기술 나눠

중앙일보

옹달샘 학생들이 라오스오지마을에 전달한 '필로스 웰스프링'. [사진 옹달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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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올 거지?”

라오스의 아이가 울면서 한 말이 라오스어에서 영어로, 영어에서 다시 한국어로 통역돼 전해졌다. 지난해 7월 한국 고등학생 16명이 라오스의 한 오지마을에서 봉사활동을 한 뒤 떠나기 하루 전이었다. 언니·오빠들과 금세 정이 든 현지 아이의 순진한 목소리에 학생들은 울컥했다. 일주일의 시간이었지만 학생들이 아이들에게 남긴 것은 적지 않았다.

한국의 학생들은 스무 가구 안팎인 마을 주민들의 집에 가정용 정수기를 설치했다. ‘필로스 웰스프링’이라고 하는 정수 빨대 방식의 정수기다. 정수기를 설치한 뒤에는 동네 아이들과 종이접기·풍선 아트 등 레크리에이션 시간을 보냈다.

이들은 민족사관고등학교의 적정기술 해외봉사 동아리 ‘옹달샘’ 소속 학생들이다. 옹달샘은 2014년 2월 물 부족으로 열악한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개발도상국 사람들을 돕고자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꾸렸다. ‘적정기술’은 라이프 스트로처럼 소박하지만 저개발 사회에서는 삶의 질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기술을 말한다.

창립 3년 만에 옹달샘은 26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17 아시아 필란트로피 어워드’(APA)에서 청소년 필란트로피스트상을 수상했다. APA는 아시아 지역의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고군분투 중인 영웅들을 찾아내 격려하는 상이다.

옹달샘 학생들의 원칙은 ‘일회성 봉사가 아닌 그 나라에 여운이 남는 봉사를 하자’다. 단순히 노동이나 물품을 제공하는 것이 아닌, 봉사자들이 떠난 뒤에도 오랫동안 현지인들이 사용할 수 있는 ‘착한 기술’을 선물하자는 게 이들이 세운 목표다.

그렇게 인터넷 검색을 통해 처음 적정기술을 공부한 학생들은 지난해 말 ‘2016 적정기술학회-GSDV 국제 공동 심포지엄’에 연사로 참여하게 될 만큼 성장했다. 국제구호단체인 기아대책, 연세대, 울산과학기술원 등과 파트너십도 맺었다. 올해 옹달샘 기장을 맡은 양윤석(17)군은 “매년 개도국에 직접 가서 가정용 정수기나 대형 정수기 등을 설치·보급하고 교육 봉사도 하고 있다. 활동 계획부터 실천까지 대부분은 학생들이 여러 차례 회의를 거쳐 주도적으로 진행한다”고 말했다.

옹달샘 학생들은 매년 봉사활동을 기획하고 여름방학 때는 라오스·캄보디아 등 해외로 떠난다. 대학 입시 공부할 소중한 시간을 쪼개 선택한 봉사활동인 만큼 ‘과연 우리가 하는 일이 얼마나 세상에 의미 있을까’를 늘 고민한다.

올해 고3이 된 옹달샘 멤버 이정윤(18)양은 “이 활동을 통해 ‘봉사는 주는 게 아닌 나누는 것’이라는 걸 몸으로 배웠고, 나에게도 정말 행복한 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양군은 “고등학생이라는 신분이 봉사활동에 제약을 줄 수도 있지만 우리가 고등학생이기에 더 잘할 수 있는 부분도 많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우리만의 봉사활동을 계속 해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홍상지 기자

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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