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디테일추적>모욕죄로 고소당한 네티즌, 혐의없음 처분받은 이유는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일보

/인터넷 캡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6일 한 네티즌이 모욕 사건 불기소(혐의없음) 처분받은 서류를 인증했다. 사연인즉슨 닉네임 BU-NONG(이하 부농)을 쓰는 일러스트레이터가 자신을 모욕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10월 네티즌 100여명을 고소했는데, 그 중 일부에 대해 혐의 없다는 결론이 난 것이다.

여하간 다정한 인사보다 어버이 안부 묻는 게 더 흔히 보이는 인터넷 사회 특성상 너도나도 언제든 고소에 휘말릴 위험이 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지만, 피할 수 있다면 가급적 피하는 게 답이다. 그러니 어떤 짓을 저지르면 고소를 당할 수 있는지 이 기회에 간단히 살펴서 명랑하고 안락한 모던 라이프를 영위하도록 하자.

#쉽지마는 아니한 모욕죄 성립 요건

부농 사건을 접수한 서울 동작경찰서 사이버팀 관계자는 “가볍거나 일회성에 그친 모욕을 한 네티즌을 대량고소했기 때문에 불기소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고소장을 마구 뿌린 뒤 얻어걸린 인간을 잡아 합의금을 뜯어내는 걸 원천봉쇄하려는 검찰 지침 때문이라 한다. 2015년 4월 세월호 인터뷰 관련해 악플을 단 네티즌 800여명을 무더기 고소한 홍모(여·29)씨를 계기로 대검찰청이 도입한 방침이다. 참고로 불기소 처분을 받은 네티즌은 댓글에서 부농을 ‘X신’이라 칭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부농 사건과는 궤가 좀 다를 수도 있겠지만, 공개된 인터넷 게시물을 근거로 모욕죄 고소를 하려면 ‘피해자 특정성’도 중요하다. 누군가 ‘현웅이 대가리는 데코레이션이냐’고 적는다 한들, 김현웅 이현웅 문현웅 중 누구를 칭하는지 정황상 명확하지 않으면 고소를 걸기 어렵다는 뜻이다.

인터넷에서는 대개 실명보다 ‘닉네임’을 더 흔히 쓰기 때문에 더욱 쉽지 않다. 서정욱 법무법인 민주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인터넷 닉네임은 자연인(‘인간’을 뜻하는 법적 용어)과 분리된 것으로 본다”며 “닉네임 사용자가 자신의 성명, 나이, 직업 등 실제 자연인으로서의 신상정보를 밝히지 않는 이상, 닉네임이 모욕을 당해도 그것이 곧 자연인이 모욕당한 것으로 간주하는 일은 드물다”고 했다.
조선일보

'레바툰'에서 네티즌 고소 사건을 다룬 화 일부./인터넷 캡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유명 웹툰작가 ‘레바’가 고소에 실패했던 적이 있다. 상대가 레바 닉네임에 대고 모욕과 욕설을 했지만, 문제가 벌어진 인터넷 커뮤니티 내에 ‘레바’ 아이디를 쓰는 사람이 여럿 있다는 이유로 경찰이 고소장을 받아주지 않았던 것이다. 이후 레바가 작전을 짜 결국 이 악플러가 본인을 특정하도록 유도하고서 치킨 값을 뽑아내긴 하지만.

#허나 그럼에도 자제하는 게 좋다
그렇다 해서 고소가 쉽지 않으니 안심하고 욕을 날리거나 패드립을 치라는 건 아니다.
레바를 비롯해 여러 웹툰 작가들의 모욕죄 고소를 맡았던 유승백 변호사는 “닉네임 사용자가 사진이나 이름 등 자연인으로서의 본인 정보를 내비친 적이 있다면 악플러가 매우 불리해지는데다, 특히 유명인 대부분은 인터넷에서 닉네임으로 활동하더라도 ‘닉네임=자연인’일 정도로 신상정보가 공개된 경우가 많다”며 “사실 유명인 닉네임을 모욕해 고소당하고서 무사히 넘어가는 게 더 드물 지경”이라고 했다.

더군다나 페이스북 등 실명을 닉네임으로 쓰는 경우가 많은 사이트에서 욕설을 퍼부었다간 덜미를 잡혀 경찰서 바닥을 구르게 될 위험이 크다. 어차피 욕이랄 게 하건 듣건 별로 좋을 게 없는 말이다. 또한 욕 한마디 때문에 타인의 ATM 신세가 되는 건 그다지 유쾌한 경험이 아닐 것이다. 그러니 현실뿐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맑고 곱고 깨끗한 말을 쓰도록 노력해 보자.

[문현웅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