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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문체부 지시 따를 수 밖에 없었다”...블랙리스트 시인한 예술위 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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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문화ㆍ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오른 예술인들을 정부 지원에서 배제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직원이 “예술위가 블랙리스트 관련 업무를 일부 했다”며 법정에서 시인했다.

홍모 예술위 부장은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 황병헌) 심리로 열린 김기춘(78)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51)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의 7차 공판에서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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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부장은 문체부에서 예술위 일선 부서에 특정 사업을 지원하지 말라고 요청했다고 털어놨다. 일선 부서에서 지원 신청서를 받은 뒤 문체부에 보고하면, 문체부 측이 부서장들에게 특정 사업을 거론하며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는 “지원 심사는 심사 위원이 하는 것으로 예술위 임직원은 심사에 관여하면 안된다”면서도 “당시 그렇게밖에 할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홍 부장은 특정 예술인의 지원을 끊으면서 예술위 직원들이 괴로워했다고도 증언했다. 그는 “직원들이 현장에서 예술가들을 만나는 걸 두려워했고, 많은 직원들이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그는 “기초 예술 분야는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면 거의 활동이 이뤄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많은 예술가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재판장은 예술위가 문체부의 부당한 지시에 따른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홍 부장은 “예술위는 기금 고갈로 실제 예술가들을 지원할 재원이 없다”며 “문체부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어 “문체부에서 지원 배제를 요청했을 때 이를 따르지 않으면 불이익이 있을 거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예술위 위원장도 장관이 직접 임명하는 구조이므로 문체부의 지시를 따르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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