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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이슈플러스] 많이 챙길수록 스몰웨딩… 소박해도 축복은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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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결혼식 성공 위한 전문가 조언

세계일보

# 다음달 결혼을 앞둔 조모(34·여)씨는 예비신랑과 “결혼식은 최대한 간소화하자”는 약속을 했다. 부모님께도 작은 결혼식 의사를 전달해 허락을 받았다. 첫 출발은 순조로웠지만 난관은 생각보다 빨리 왔다. 시댁에서 개혼(開婚)이라며 하객 수를 늘리자고 말을 바꾸며 결혼식장을 변경했다. 이후 시어머니의 은근한 예단 압박에 조씨가 현금 예단을 드리고 나니 이번엔 친정에서 나서서 “다이아몬드 반지라도 받으라”고 부추겼다. 설상가상으로 스튜디오 촬영을 생략하고 ‘뚜벅이’로 웨딩·헤어숍을 돌아다니며 돈을 아끼려고 했지만 스드메(스튜디오 촬영, 드레스, 메이크업)를 모두 한 친구와 돈도 비슷하게 들었다. 조씨는 “부모님과 우리가 규정하는 작은 결혼식이 완전 달랐다. 처음부터 건방져 보일까봐 하나씩 시키는 대로 하다 보니 결국 돈은 돈대로 다 쓰고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아무런 의미도 살리지 못한 결혼식만 남았다”고 한숨 쉬었다.

# 임모(33)씨는 지난해 어린 시절을 보낸 경기도 본가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한적한 시골 마을의 가정집 앞마당에서 진행된 결혼이니 만큼 마이크 시설과 피로연 음식, 하객이 앉을 테이블 세팅 등 준비할 것이 많았다. 그러나 예비부부는 6개월 동안 화분으로 만드는 입장 통로, 빨래걸이를 활용한 포토테이블 등 본인들이 준비할 것들을 꾸준히 논의했다. 하객 수 200여명의 결혼식이었지만 저렴하게 웨딩드레스, 메이크업, 사진, 부케, 음향기 대여, 신혼여행까지 이용했다.

임씨는 “비용이 적어서 좋은 결혼식이라고 말하는 게 아니다. 둘이 함께 준비하면서 서로의 소중함을 느끼고 하객들과 함께 나누는 결혼을 했다는 데 의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작은 결혼식을 선호하는 예비부부들이 늘고 있다. 허례허식과 1시간짜리 틀에 박힌 ‘붕어빵’ 결혼식에 염증을 느낀 사람들이 기존 결혼식 틀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처음 바람과 달리 시작은 소박했는데 끝은 화려하고 창대한 결혼식으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임씨와 조씨의 사례처럼, 작은 결혼식 성공과 실패의 차이는 뭘까. 결혼식이 끝난 후 “한 번 더 하면 잘할 수 있을 거 같다”는 후회를 하지 않으려면 사전에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 서울시 결혼문화협동조합 조완주 이사장, 웨딩파티 이연진 대표, 베라웨딩 한수연 팀장, 서울문화재단 문지영 서울시민청 결혼 담당, 여성가족부 가족정책과 등 작은 결혼식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예비 신랑 신부들이 결혼을 준비하며 주의해야 할 부분들을 정리했다.

◆내가 원하는 결혼식은?

조완주 이사장은 “내가 원하는 결혼식이 뭔가?”라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부터 던져보길 권한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일반 결혼식 비용은 평균 2425만원. 이걸 꼭 200만원 수준으로 줄여야 작은 결혼식이 되는 것은 아니다. 꼭 관공서에서 해야 하거나, 하객 규모가 100명 이하여야 작은 결혼식 범주에 속한다는 것도 편견이다. 거품과 허례허식만 빼면 된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 많은 사람을 초대해서 축복을 받고 싶어하는 부부도 있고, 하객 수는 최대한 줄이되 예식은 다소 화려하게 하고 싶어하는 부부도 있게 마련이다.

조 이사장은 생략할 예단·예물, 하객 규모, 식순, 예식 분위기, 하객 식사 제공 방법, 준비 과정에서 예비 신랑 신부의 참여 정도 등을 구체적으로 생각해보라고 조언한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이 나올 때 본인이 할 수 있는 결혼식을 확인할 수 있다.

하객 수가 100여명 수준이라면 관공서에서 저비용 결혼이 가능하고, 하객 수를 줄일 수 없다면 임씨처럼 의미 있는 장소나 야외 공원 등을 선택할 수도 있고, 단순히 알뜰한 결혼을 원한다면 길일을 포기하고 비인기 시간대에 웨딩홀에서 할인가에 제공하는 ‘실용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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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설득은 어떻게? 각자 알아서

육아정책연구소가 발표한 ‘육아 문화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기혼 여성의 많은 경우 작은 결혼식을 할 수 없었던 이유로 ‘가족 반대’를 꼽았다.

예비부부가 아무리 작은 결혼식을 주장해도 결혼이 가족 행사인 우리나라에서는 부모의 동참이 필수다. 이 과정에서 양가 부모 설득에 잘못 나섰다간 부부간 불화가 생기기도 한다. 그래서 각자 부모님 설득은 각자 몫이어야 한다.

서울문화재단 문지영씨는 “매년 서울시민청 결혼식 예약의 10%가 부도나는데 이 중 절반이 부모 반대에 따른 작은 결혼식 무산”이라고 설명했다. 부모의 반대에 부딪혔을 때 ‘내가 원하는 결혼’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대부분 무너지고 정형화된 틀을 따라가게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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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역시 현실적으로 고려해야 할 요소다. 예비부부는 본인들이 모은 돈과 이 중 결혼식에 쓸 비용을 먼저 정해야 한다. 정확한 예산 범위를 정하지 않으면 결정의 순간이 올 때마다 흔들리게 된다. 이 경우 작심하고 쓴 큰 돈도 없는데 돈이 줄줄 새는 결과만 남게 된다. 이연진 대표는 “결혼식이 우아한 백조라면 준비 과정과 각자 재산 공개는 주방에서 진행되는 물밑에서 힘겹게 휘젓는 다리라고 보면 된다”며 “의외로 많은 예비부부들이 결혼 후 당장 상대방이 쓸 수 있는 결혼비용조차 모른 채 결혼 준비를 진행하며 좌충우돌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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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꽃장식, 포토테이블, 접객 테이블, 피로연장, 폐백실 등이 모두 준비된 일반 예식장과 달리 관공서 등에서 이뤄지는 작은 결혼식은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모든 것이 부부의 몫이다.

조 이사장은 “결혼식 전날 친구들을 동원해 식장 세팅을 직접 하는 커플도 있고, ‘지인 찬스’를 써서 포토테이블, 꽃장식을 하는 사례도 있는 반면 일부는 준비 과정에서 힘들다며 일반 예식장으로 돌아가기도 한다”며 “자신이 참여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을 정확하게 파악해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포토테이블과 식전 영상, 스냅 사진, 꽃장식 등은 주변 도움이나 본인이 직접 할 수 있는 범위로 바라봤다. 반면 친구들을 동원해 결혼식 전날까지 엄청난 품을 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커플이라면 하객 식사와 테이블 세팅 등은 전문업체에 맡기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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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준비에서 자주 언급되는 스드메의 경우 전문업체에 맡기는 것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결혼식에는 개인 단골이 없기 때문이다. 헤어·웨딩숍·촬영 업체를 따로 다녀봤자 대부분 결혼은 한 번만 하기 때문에 한 명의 고객은 단 한 번만 스쳐가는 ‘어중이떠중이’일 뿐이다. 그래서 공동구매 혹은 단체 고객인 업체 이용이 더 경제적인 선택이다. 인터넷에서 스드메 견적표를 챙겨 보면 도움이 된다.

한수연 팀장은 “작은 결혼식이 많은 게 생략되면서 준비할 게 적다는 것은 착각이다. 특히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면 본인이 준비할 몫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며 “비용 절감을 위해서는 업체에 맡길 부분과 아닌 부분을 정확하게 나눠서 한곳에 몰아서 맡기는 것이 더 저렴하다”고 말했다.

서울시민청이 작은결혼식을 진행한 부부들을 대상으로 후기를 받은 결과 이들의 성공 비결은 하나였다. 이들은 모두 중간에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도 작은 결혼을 하겠다는 ‘각오’를 다져서 가능했다고 입을 모았다. 그리고 작은 결혼이라는 과정을 통해 이들은 남들보다 좀 빨리, 더 많이 상대방과 소통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법을 익혔다. 그래서 이들은 말한다. “작은 결혼은 결혼 후에 더 많은 의미를 남긴다. 어려워도 할 만하다. 굳은 의지와 결심만 있다면”이라고.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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