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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트럼프 100일①] 100일 셀프 성적표 ‘자화자찬’…지지율은 역대 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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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행정명령ㆍ각서로 손쉽게 이룬 것”

-親기업색채, 미국중심주의 뚜렷

-오락가락 외교, 독특한 소통법으로 혼선

-지지율 40% 턱걸이…역대 최저



[헤럴드경제=조민선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29일(현지시간) 취임 100일을 맞는다. 정치경험이 전무한 부동산 사업가 출신으로 대통령이 된 그는 정치, 외교, 경제, 사회 등 전 분야에 걸쳐 전례없는 스타일의 국정운영을 선보이며 좌충우돌했다.

트럼프의 백악관은 취임 100일을 맞아 자신들의 업적을 홍보할 ‘셀프 성적표’를 작성했다고 25일(현지시간) CNN이 전했다. 이 메모에 따르면 백악관은 규제철폐, 일자리창출, 무역, 국가안보 등에 걸쳐 37가지 성과를 강조했다. 백악관도 이날 홈페이지에 ‘트럼프 대통령이 이룬 100일간의 역사적 업적’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게재했다. 자료는 트럼프가 13개 ‘의회검토법’(CRA)에 서명하고, 30개의 행정명령을 발동했으며, 28개의 의회 통과 법안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CNN은 셀프 성과표의 62%(23건)가 손쉽게 할 수 있는 행정명령이나 각서로 이뤄낸 성과라고 꼬집었다. 게다가 백악관이 성과로 올린 ‘반(反)이민’ 행정명령은 두차례나 법원의 제동에 가로막혀 시행이 중단된 상태로 트럼프의 자화자찬이 반영됐다고 지적했다.

헤럴드경제

[사진제공=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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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親기업색채, 미국우선주의 뚜렷 =경제 분야에서 트럼프의 100일은 사업가 출신답게 친시장적이며 미국중심적인 색채가 부각됐다. 규체철폐, 일자리창출, 미국 내 기업의 이익 극대화 등을 우선순위에 뒀다.

백악관의 100일 성과표에서 앞세운 제1 항목도 바로 규제철폐였다. 백악관은 에너지 독립 행정명령,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 개정 행정명령 등 9건의 규제를 없앴다고 강조했다.

대선 기간 ‘아메리카 퍼스트(미국우선주의)’를 천명한 그는 미국산 구입, 미국인 고용을 골자로 한 ‘바이 아메리칸, 하이어 아메리칸’ 행정명령에 사인한데 이어 키스톤, 다코타 송유관 건설 재개 행정명령 등을 통해 일자리 창출에 방점을 찍었다.

26일 발표되는 세제개편안은 트럼프 100일 성과의 하이라이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미국 기업들의 법인세율을 현행 35%에서 15%로 인하하는 방안과 보육비 세금공제 등을 포함시킬 예정이다.

또 미국의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취임 직후 곧바로 TPP 탈퇴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각국과의 무역적자 원인에 대한 종합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하는 등 무역분야에 집중했다. 하지만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는 등 공약을 뒤집어 ‘말바꾸기’ 비난에 직면했고, 족벌기업 경영과 유사한 형태의 친족 등용으로 논란이 됐다. 맏딸 부부인 이방카 트럼프와 재러드 쿠슈너는 기존 사업을 확실히 정리하지 못한 채 국정에 개입해 이해상충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외교 독트린 부재, 전세계 혼란 가중 =트럼프는 100일 성과로 외교 분야에 족적을 남기기 위해 애쓰고 있다. 시리아 화학무기 공격의 보복조치로 시리아 비행장을 타격했고, 북핵문제와 관련해선 중국과 공조하며 연일 메시지 강도를 높이고 있다.

그중 북핵문제에 화력을 집중하는 분위기다. 26일에는 미 상원의원 100명을 모두 백악관으로 불러 새 대북정책을 설명하는 ‘이벤트’를 예고했다. 미 언론들은 내부 정치에서 어려움을 겪고있는 트럼프가 오바마 정부와 차별성을 보이면서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를 북핵으로 삼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는 1950년대 이후 역대 미 대통령 중 가장 낮은 40%(WSJ/NBC)의 지지율을 보이며 고전하고 있다.

문제는 외교의 원칙 없이 트럼프 개인의 판단으로 오락가락한다는 점이다. 외교안보 정책은 한번의 잘못된 판단으로 메가톤급 파장을 일으킬 수 있어 가장 신중해야할 정책으로 꼽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외교 스타일을 보면 그가 신보수주의자인지 현실주의자인지 알 수 없다“며 ”오바마의 경우 중동정책에 있어 독트린이라고 부를만한 원칙이 있었지만 트럼프는 딱히 말로 표현할 만한 원칙이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의 외교전략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허버트 맥매스터 NSC(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의 마음에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뉴욕타임스(NYT)는 “기존의 신념이라도 과감히 버리고 즉흥적인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 향후 전략을 예측 불가능하게 만들어 적대 국가를 혼란에 빠뜨리는 것, 그러면서도 동맹 방어는 소홀히 하지 않는 것을 ‘트럼프 독트린’으로 부를 수 있다”고 규정했다

▶정치 이단아…한손에 트위터, 다른 한손에 TV =트럼프는 취임 후에도 정계의 이단아, 아웃사이더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주류 언론을 ‘가짜뉴스’라고 공격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트위터로 스스로 이슈를 만들고 이에 대한 반응을 통해 국정운영을 이끌어왔다. 팔로워 2800만명을 거느려 ‘트위터 대통령’이라는 별칭도 얻었다. USA투데이에 따르면 1월20일부터 지난 23일까지 94일간 트위터 횟수를 집계하면 총 440회였다. 이는 하루 평균 4.68회꼴로 전세계 2800만명에게 실시간으로 트윗을 날렸다. 트럼프가 트윗에 가장 많이 올린 단어는 ‘가짜 뉴스’였다. 특히 전세계적인 파문을 일으킨 반이민 행정명령이나 북핵문제 등 굵직한 사안에 대한 코멘트를 트위터에 남기는 이례적인 정치스타일로 논란이 됐다.

트럼프 정치의 또다른 매개는 바로 TV다. 과거 TV스타로 이름을 날렸던 그는 미 대법관 내정자 발표를 마치 리얼리티쇼의 한 장면처럼 연출했다. 지난 2월 트럼프가 닐 고서치 대법관 지명자의 이름을 호명하자 고서치와 부인이 깜짝 등장한 것은 트럼프가 만든 TV쇼였다. 텔레그래프는 “TV 시청률 전문가인 그는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끄는지 잘 알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의 TV사랑을 강한 ‘집착’으로 표현하며 “TV를 국정운영의 도구나 참모진 평가를 위한 기준으로 삼을 정도”라며 “참모진들이 (트럼프가 좋아하는 채널인) 폭스뉴스에 얼굴을 내밀기 위해 애쓰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는 과거 의원들이나 참모들과의 쌍방향 소통을 기반으로 하는 백악관의 전통적인 리듬을 뒤흔들었다”고 강조했다.

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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