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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대학가 ‘꼼수 전쟁’①]대리출석 잡는 전자출결…강의실 “네” 소리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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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인증단말기 접촉 ‘출첵’

-대학가 강의 매매 ‘대기제’로 차단

-학생ㆍ교수 “차라리 속 시원하다”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대리 출석’과 ‘강의 매매’ 등 대학 내 각종 편법 사례가 늘어나자 대학마다 내놓은 대책이 큰 효과를 보고 있다. 전자 출결 시스템을 도입해 대리 출석을 막고 수강신청 대기 제도를 만들어 강의 매매를 차단하자 학생들도 오히려 반기는 분위기다.

중앙대학교 재학생 송모(27) 씨는 요즘 강의 시간을 철저하게 지키고 있다. 예전에는 수업에 5분 정도 늦더라도 출석 체크에 문제가 없었지만, 최근 학교가 전자식 출결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강의도 바로 시작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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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에서 교수가 전자 출결 시스템을 이용해 대학생들의 출결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중앙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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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뒤에 친한 조교에게 슬쩍 출석 체크를 부탁하는 방법도 통하지 않게 됐다. 송 씨는 “예전에는 조교와 친하면 결석도 적당히 처리할 수 있었지만, 요즘에는 그런 꼼수는 통하지 않게 됐다”며 “강의 시간도 낭비되지 않는 것 같아 차라리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중앙대는 올해부터 서울캠퍼스와 안성캠퍼스 전 강의실 484곳에 전자출결 시스템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예전에는 교수가 학생명부를 들고 출석 학생들을 모두 호명해야 했지만, 이제는 스마트폰 유심칩을 강의실 앞 출석 인증 단말기에 접촉하면 바로 자신의 출석이 인정된다.

유심칩에 자신의 정보가 없더라도 기존 학생증이나 모바일 학생증 애플리케이션 속 QR코드를 이용해도 출석 확인이 가능하다. 아예 단말기를 거치지 않고 애플리케이션 속 블루투스 기능을 이용해 앉은 자리에서 출석 확인을 할 수도 있다.

시설 투자에 50억원이나 들었지만, 전체 사용률은 도입 한 달 만에 55%까지 오르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교수들도 “대단위 강의에서 호명으로 낭비하는 시간 없이 수업에 집중할 수 있다”며 긍정적인 반응이다. 중앙대 관계자는 “학내 구성원 반응을 살펴 2학기에는 시스템을 개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대리출석과 함께 가장 큰 폐단으로 꼽혀온 ‘강의 매매’ 현상도 대학의 노력으로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경희대학교는 올해부터 수강신청 대기자 제도를 만들어 강의 매매를 방지하고 있다. 기존에는 듣고 싶은 강의를 신청한 학생에게 웃돈을 얹어주고 늦은 밤 몰래 교환하는 식의 강의 매매가 성행해 학생들 사이에서도 “등록금까지 냈는데 돈을 더 주고 수업을 들어야 하느냐”는 불만이 팽배했다.

그러나 학교가 수강신청이 마감되더라도 대기 순번을 받을 수 있게 하면서 강의 매매가 크게 줄어들었다. 실제로 강의 매매가 성행하던 대학 커뮤니티에서는 강의를 사고판다는 게시물이 크게 줄었다. 기존 수강자가 신청을 취소하더라도 대기자에게 수강신청 자격이 생겨 매매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반응도 좋다. 대학생 이모(26) 씨는 “아무리 듣고 싶은 강의라지만, 학생들끼리 돈을 주고 강의를 사고파는 일은 잘못됐다고 본다”며 “아예 매매가 불가능하게 만들어 속이 시원하다”고 말했다.

다른 대학들도 수강신청 강좌마다 인기도에 따라 가중치를 부여해 우선순위를 정하게 만드는 ‘마일리지’ 제도 등을 도입하거나 아예 장바구니 제도를 적용하는 등 수강신청 과열 현상을 막고 있다. 한 대학 관계자는 “각종 매크로 프로그램 등 대학생들의 편법 신청도 점차 진화해 대학에서도 매년 제도 개선에 나서는 등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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