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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대선편] 좋은 마케팅, 나쁜 마케팅, 이상한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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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가 채 남지 않은 선거를 향해 모든 대선 후보들이 전력 질주 중이다.

스타트업으로 치자면 문재인 캠프는 자금과 인력, 인지도가 충분한 1등 주자 기업, 안철수 캠프는 파격적·전투적인 전략으로 빠르게 치고 올라오는 패스트팔로어 기업, 심상정 캠프는 열정과 재치가 넘치는 초기 기업으로 비유할 수 있다. 치열한 대선 캠페인 중 어떤 전략이 성공하고, 또 실패했을까. 좋았던, 나빴던, 이상했던 캠페인 사례를 정리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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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 & WEIRD 안철수 캠프의 당명없는 포스터 : 파격과 실격 사이

포스터 공개 이후부터 약 열흘이 지난 지금까지도 안 후보의 ‘당명없는 포스터’에 대한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다. 바이럴 측면에서는 성공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포스터 벽보가 붙고난 후 마치 ‘실물 확인’이라도 하려는 듯 안 후보의 포스터를 힐끔거리게 되니 말이다. 주요 후보 다섯 명 중 정중앙을 차지하게 되는 ‘기호 3번’의 위치적 이점을 활용해 벽보 전체를 프레임 삼은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그 만듦새가 아마추어 수준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대선 포스터의 기본 중 기본인 후보의 소속 당명과 선거 번호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초기 소문과는 달리 광고 천재라 불리는 이제석 광고연구소 대표는 포스터 제작에 ‘조언만 줬다’고 해명했다. 이와같이 파격에 따른 초기 바이럴 효과는 대단했으나, 그 추후 행보에서는 단점이 드러나고 있다.

그 예로 재외국민에게 이메일로 발송되는 대통령선거 홍보물에 안 캠프는 별도의 공약 소개가 없는 벽보 하나만을 덜렁 첨부했다. 타 후보의 경우 자신들의 공약이 빼곡히 적힌 지면을 동봉했다. 이에 몇몇 누리꾼들은 ‘재외국민의 표는 필요없다는 건가’, ‘성의가 없다’, ‘어쩌라는건지…’ 등의 아쉬움을 토로했다. 해외에 거주하는 국민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웹 홍보물을 통해 정책과 후보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런데 안 캠프는 파격과 단순함이라는 모토를 너무 강조한 나머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실격 수준의 홍보물을 배포했다.

타입모션 방식으로 제작된 TV 광고 역시, 논란의 대상이다. 분명 국내 대선 역사 상 파격적인 시도이긴 하나, 글로벌 트렌드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에게는 그리 새롭지도 않다. 특히 이 광고는 일부 누리꾼으로부터 ‘아이폰7 광고를 배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총체적으로 안 캠프의 파격 전략은 대중의 관심을 끌고 있다는 점에서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GOOD 문재인 캠프의 온라인 총력전 전반 : 돈, 스타 인재, 인지도의 삼박자

성공한 IT 기업인인 안철수 후보가 강점을 가지고 있으리라는 예측과 달리, 온라인 마케팅 면에서는 문재인 캠프가 압승을 거뒀다. 멋진 캠페인은 더불어민주당 자체 이미지까지 젊게 쇄신하고 있다. 특히 온라인 캠페인은 다채로운 시도를 하면서도 전체적인 통일감을 잃지 않았다. 문 캠프의 온라인 캠페인이 힘있게 느껴지는 까닭은, 자신의 가장 큰 지지세력인 20, 30대 젊은 층에게 몰입,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 캠프는 크라우드펀딩, 전자 상거래, UCC 등 자신의 주요 지지층이 가장 편하고 재밌게 느끼는 언어로 말을 걸고 있다.

성공의 가장 큰 요인은 인재다. 문 캠프는 다양한 마케팅 전문가를 영입했다. 먼저 ‘처음처럼’, ‘참이슬’, ‘미녀는 석류를 좋아해’ 등을 탄생시킨 홍보 전문가 손혜원 의원이 현재 문 캠프의 홍보 부본부장이다. 손 의원은 문 후보의 아내인 김정숙 씨의 여중·여고 6년 동창이기도 하다. 마케팅 전문가인 예종석 아름다운재단 이사장 역시 홍보본부장으로 합류했다. 윤영찬 전 네이버 부사장도 문 캠프에 합류했는데, 윤 부사장은 정치부 기자 경력과 콘텐츠 비즈니스 경험을 바탕으로 SNS 본부장을 맡고있다. 그러나 캠프 내의 진정한 역군은, 선대위 내 이름 없는 자원봉사자들이다. 문재인펀드, 문재인1번가, 파란 포스터 등 성공한 캠페인들의 첫 아이디어는 모두 이들로부터 나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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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가장 화제가 된 것은 크라우드펀딩 방식으로 이루어진 ‘문재인 펀드’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유시민 전 의원으로부터 시작했던 ‘선거펀드’의 일종인, 문재인펀드는 1시간 만에 330억 원을 모았다. 이에 문 후보의 지지자들은 ‘돈이 있어도 못 넣는다’, ‘티켓팅보다 더 어렵다’는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한 시간만에 300억’ 이라는 문구는 애걸하지 않아도 모든 매체가 가져다 쓰고싶을만큼 매력적이면서, 동시에 1위 후보로서의 위엄을 자랑하기에도 아주 효과적이었다.

공약 홍보 사이트인 ‘문재인 1번가’ 역시 이번 캠페인의 역작이다. ‘대한민국 최초 정책 쇼핑몰’이라는 소개 문구만 봐도, 무엇을 보게될 것인지 감이 온다. 전반적인 UI도 훌륭하고, ‘국민을 고객으로 모시겠다’는 의미도 잘 전달됐다.

UCC 마케팅도 효과를 거뒀다. ‘나만의 대선 포스터‘, ‘국민공약 포스터’ 등을 통해 재치있는 패러디물들이 계속 탄생하고 있다. 이 밖에도 이들은 유명 게임인 스타크래프트에 ‘문재인 맵’을 만들어 배포했는데, 해외 유명 IT 미디어인 매셔블, 엔가젯 등에서 이 내용을 다루기도 했다.

이러한 다채롭고 신선한 시도들을, ‘파란을 일으키자’라는 슬로건을 내건 온라인 홍보 포스터가 묵직하게 받치고 있다. 문 후보의 상징 색깔인 파란색을 대기오염, 구태의연, 보수세력 등과 반대되는 중의적인 의미로 다양하게 활용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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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 ‘심블리’ 탄생시킨 SNS : 투자 대비 고효율 채널에 집중

인력, 자금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심상정 캠프는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SNS 마케팅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애초에 심 캠프는 SNS 계정 운영자를 뽑기 위해 조금 독특한 공고를 냈다. 공고 내용은 이렇다. ‘근무 조건 : 물 흐르는 듯한 조직력 (개인주의 팽배), 자유로운 기획/발제 환경 (아무말 대잔치 가능), 선진적인 조직문화 (다들 바쁘다고 올해 송년회 회식 안함)’, ‘모시고 싶은 분 : 타 정치세력에 대한 조롱과 적대로 정치적 쾌감을 느끼시지 않는 분’, ‘심상정 의원을 심블리라 믿을 수 있는 자기 세뇌 능력 및 일종의 호연지기’.

당시 이 공고는 ‘무급에 전일 근무 가능한 활발한 성격의 여성을 찾는다’는 문재인 의원실의 채용 공고와 비교되며 더욱 호응을 얻었다. 채용 공고는 해당 조직의 성격을 엿볼 수 있는 컨텐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심상정 의원실은 이 공고로 아주 적합한 인재를 찾았는지, 선거 기간 내내 활발한 SNS 활동을 하고 있다. 결과도 성공적이다. 트위터 내 주요 후보 팔로워 수를 살펴보면 문재인 후보가 130만 여명, 안철수 후보가 80만 여명, 심상정 후보가 68만 여명, 유승민 후보가 2천여 명 수준이다. (홍준표 후보는 공식 계정이 없다.) 가장 높지는 않지만, 2위 후보인 안철수 후보와도 12만 명 가량의 차이를 보이고 있고, 유승민 후보에 비해서는 훨씬 높은 온라인 지지도를 보이고 있다.

BAD 엠비아바타, 갑철수 … 공약보다 더 기억에 남네요 : 단어 선점도 단어 나름

사실 23일 개최된 3차 토론 이전까지 ‘엠비아바타’, ‘갑철수’라는 별명을 몰랐다는 시청자들이 많다. 그러나 감정 싸움으로 번진 토론회가 끝나고 뇌리에 남은 단어는 그 둘뿐. 안 후보는 문 후보의 네거티브 공격을 비난하기 위해 그 말을 꺼낸 것일테지만, 분위기가 민망하게 흘러가면서 결국 후보 본인의 이미지만 나빠지고 말았다. 국민의당 박지원 상임선대위원장 마자 25일 매체 인터뷰를 통해 ‘네거티브 방어에 너무 집착하면 안된다’고 말했으니, 당 내부적으로도 실패를 인정하고 있는 분위기다.

토론회를 보다가, 몇몇 후보들이 같은 단어를 여러 번 언급하는 것 역시 전략의 일부라고 느꼈다. 자극적인 단어로 상대방을 공격하면서도,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특정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다. 예를 들어 안철수 후보는 지난 1,2차 토론회를 통해 문재인 후보가 언급했던 ‘적폐 세력’이라는 단어를 여러 번 꺼내놓으면서, ‘나를 지지하는 국민들을 놓고 적폐세력이라는 거냐’고 공격했다. 다음 날 많은 매체가 이를 헤드라인으로 다루었으니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셈이다. 그런데 ‘엠비아바타’, ‘갑철수’ 는 오히려 자기 살 깎아먹기라는 점에서 완전한 실패다. 특히 토론 주제와 전혀 동떨어진 질문을 반복하는 감정적인 모습은, 후보의 신뢰도 문제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사실 이 전략을 토론회 동안 제일 잘 구사하고 있는 것은 홍준표 후보같다. 홍 후보는 1차 토론회 때부터 꾸준히 문재인 후보에게는 ‘거짓말쟁이’, ‘주적’, 자신을 공격하는 유승민 후보에게는 ‘이정희같다’, 안철수 후보에게는 ‘보수 코스프레’, ‘오락가락한다’는 굴레를 덮어 씌우고 있다.)

BAD 홍준표 후보 ‘돼지 발정제’ 논란 : 실패한 위기 관리의 대표적인 예

3차 대선 토론회에 앞서 참여한 네 후보가 모두 홍준표 후보에게 사퇴를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홍 후보는 다음과 같이 얼버무렸다. ‘이미 12년 전 고해성사를 한 일을 잘못됐다고 하는데 또 문제 삼는 것은 그렇습니다만, 또 말씀드리면 45년 전 일 정말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린다.’

서울신문 보도에 따르면 미국 오하이오 대학교 과학자들은 연구를 통해 ‘사과문에 꼭 들어가야 할 6가지 요소’를 발표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나의 잘못입니다(책임 인정)▲제가 복구해 놓겠습니다(보상 약속)▲그러면 안되는 것이었는데…(후회 표현)▲그 때 이런 일이 벌어졌습니다(일이 잘못된 경위 설명)▲나는 분명히 반성하고 있습니다(뉘우침 선언)▲제발 용서해주세요(용서 호소)

홍 후보의 발언에는 이 중 어느 한가지도 제대로 담겨있지 않다. 심지어 사과의 대상도 불분명했다. 해당 피해자에 대한 염려와 사죄의 내용은 조금도 없고, 그저 논란 잠재우기에만 급급한 태도를 보였다. 홍준표 후보를 옹호하겠다고 나선 정갑윤 의원은 ‘오바마도 마약 청년이었다’는 발언을 내뱉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걸까.

글: 정새롬(sr.jung@platu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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