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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가상 스타트업 창업기] ⑤ 천군만마였던 팀원이 부담감으로 다가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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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도 준비됐으니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할 시기가 왔다. 사이트와 팀원을 정비하고 그 사이에 물건을 수급해야 하는 등 마음이 급하다. 틈틈이 브랜드 홍보도 겸해야 한다. 이를 다 하려면 시간이 없다. 하루하루를 쪼개서 달려야 한다.

우선 내 하루를 확인해본다. 개인 사정이 있어 당장 회사를 그만 둘 순 없었다. 아침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를 제외한 나머지 시간엔 가지고 있는 물건을 고객에게 알리는 데 집중했다. 구매 문의 연락에 대한 응대는 저녁에 했다. 우리 고객은 1인 가구 비중이 높아서 그런지 CS시간 비율은 퇴근 시간 및 저녁 시간이 많았기 때문이다. 낮 시간과 밤 시간을 나눠 각각 응대를 하고 있다.

하루에 한 두건에 머물던 문의는 대학교 몇 곳을 돌자 10배 정도가 늘었다. 이렇게 점차 후기 및 제품 문의가 많아질수록 조급해졌다. 제품이 어느정도 갖춰져 있어야 고객에게 소개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함께 하는 공동창업자이자 친구에게 제품 영업을 부탁했다. 친구는 먼저 회사를 그만두고 나와서 영업에 집중할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영업의 필요성을 공감했던 공동창업자는 흔쾌히 영업을 하겠다고 응했다.

내심 안도하면서도 한편 제품 수급에 어려움이 생길 경우 언제든지 말해달라고 했다. 파트타임으로 함께 해주던 나머지 개발자도 자신이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며 말만 해달라고 햇다. 투자자와 마음 맞는 팀원까지 있으니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었다.

플래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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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공동창업자는 작품 수급 활동을 하며 브랜드 홍보와 마케팅도 해야한다고 의견을 주었다. 나는 반대의 입장이었다. 베타 테스트와 겨우 엔젤투자를 받은 입장에서, 브랜드를 알리는 것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봤다. 양질의 제품이 우선되어야 고객에게 자신 있게 소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내 생각에 그는 ‘재고관리의 어려움’을 들며, 우선은 남아있는 제품부터 소진하고 브랜드를 알리는 게 맞지 않느냐며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직접 고객을 만나보지 않았으면 말을 마라. 공급자 입장에서도 우리 플랫폼이 정확히 어떤 곳인지 알아야 제품을 위탁한다. 당장 그들도 우리 서비스가 사기가 아닌지 의심한다.”

이 말을 들으니 일순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홍보가 먼저인지, 제품 수급이 먼저인지에 대한 생각이 우리 둘 사이에서 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솔직히 억울했다. 주말마다, 밤마다 틈나는 대로 베타테스트 및 아이디어 구상을 위해 모이고 열심히 했는데 말이다. 투자금은 누가 끌어왔으며, 그 사이에 이 친구는 뭘 했는지. 순간적으로 비즈니스 파트너이기 전에 감정적인 생각이 치밀었다.

그러다 곰곰이 따져보게 됐다. 투자금은 내가 하기 전에 동업자의 미술관 큐레이터 경력 등 레퍼런스와 친구 사이임을 감안해 받게 된 것이다. 이 친구 없인 이 사업을 제대로 하긴 어렵다. 동업자의 말이 맞다. 그래서 우선 그가 하자는 대로 하기로 했다.

그는 본격적인 영업과 홍보를 위해 참석할 만한 ‘네트워킹’행사가 있으면 빠지지는 않겠다고 했다. 그간 스타트업 현장을 다니면서 봐왔던 네트워킹은, 강연을 듣고 잘 준비된 음식을 먹으며 서로의 관심사를 얘기하며 교류하는 장이었다. 개중에 많은 이들이 그 곳에서 개발자, 디자이너 등 팀원을 만나기도 하고, 어떤 이는 공동창업자를 찾기도 했단다. 주위를 조금만 돌아봐도 좋은 후기가 많다. 게다가 네트워킹을 통해 학교 선후배를 만나게 되면 자연스러운 업계 관계자간 소개가 가능하단 업계 관계자의 전언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문제는, 지금 이 시기에서의 네트워킹이 과연 맞느냐 하는 것이었다. 지금은 사업의 기틀을 다져야 하는 중요한 시기인데 어쩌면 ‘명함 돌리기’에만 빠져 본업을 게을리 하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고민이 시작됐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네트워킹이 과연 유익하기만 한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든다. 여기다가 그는 우리 사업의 주요한 마케팅 방안이 홍보인 만큼, SNS 채널을 통한 마케팅도 열심히 해보겠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걸 하다 보면 다른 SNS 소통에만 집중하는 건 아닐지 하는 걱정이 앞서기 시작했다. 물론 내 생각도, 그의 생각도 정답일 수도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엄연히 회사는 2인으로 운영되고 있는 만큼 더욱 나은 방향으로 가고 있어야 함이 맞는 것 아닐까.

홍보 마케팅 시기와 방법 등에 대한 각자의 의견차이가 있음을 점차 깨닫기 시작했다. 그래서 고심하다 이 고민을 동업자에게 말했다. 지금 이 시기에 그런 활동을 적극적으로 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고 말이다.

친구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일단은 적은 금액이긴 하지만 투자도 받았고, 한숨 돌려서 점차 사람들 사이에서 우리 브랜드를 알리는 게 급선무라는 생각은 변함 없다. 그리고 나도 너 없는 사이에 미술계 사람들 만나서 더 좋은 작품 수급을 위해 얘기도 듣고 있고 저녁엔 너와 회의를 한다. 하루를 쪼개 사는 건 나도 마찬가지다. 노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왠지 대화를 주고받을 수록 마음은 더욱 더 답답해졌다. 회사를 그만둬야 할까? 내가 지금 일 하고 있는 이유가 뭐지? 처음 결심한 대로, 대학생을 넘은 예술계 전반 생태계의 전환 아니었나. 이 목표대로 잘 가고 있는 게 맞나.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 우리가 진행한 베타테스트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둔 기업, 미술계 전문가인 공동투자자와 IT 분야 전문 기자 출신의 나, 그리고 곧 풀타임으로 도와 주실 개발자. 이 정도면 비슷한 또래 기업 중 잘 되어가고 있는게 맞나?

동전의 양면처럼 다시 한번 내 상태를 가늠해본다.

우리의 중단기 목표는 ‘2년 내로 전국 모든 예술대학생이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물류 유통 단가 마진 낮추기 현재 20점 정도의 턱없이 적은 작품을 못해도 2만점 이상 수급 및 안정적인 브랜드 포지셔닝이 필요한데, 현재로선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했으며 지금 당장 우린 카드사가 자동 결제 시스템 심사도 어려운 스타트업이다. 장밋빛 미래를 마냥 장밋빛 미래로 치부하기 전 현실적으로 어떻게 실현시킬 것인지에 대한 얘기를 해야 할 때에 네트워킹과 홍보 마케팅 비중을 늘린다는 건 무리라는 판단이 점점 커졌다. 기분 나쁘지 않게 말해야 한다. 개발도 디자인도 둘다 잘 못하는 문과생 출신 대표라면 최소한 이를 타개할 방안을 마련해놓고 나아가야 한다고 말이다.

예상대로 동업자는 서운함을 털어놨다. 그리고 내게 ‘너야말로 회사와 사업 양다리 걸치는 게 적극적인 자세로 보이지 않아 의심스럽다’고 했다. 회사를 그만두고 나를 도와 일해주는 친구, 우리 아이템에 관심이 많아 회사 눈치 보며 우리 일을 도와주는 또 한명의 팀원, 그리고 우리의 초기 아이템을 보고 투자한 투자자까지. 모두 나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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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군만마라고 생각했던 요소가 문득 부담감으로 다가왔다. 인건비 부담과 가장 중요한 공동창업자간 진행방향에 대한 갈등 등 풀어내야 할 요소가 커진 것이다. 이럴 거면 사업을 왜 한다고 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내가 없는 동안 동업자와 개발자는 부쩍 친해져 있다. 왠지 내 흉을 보는 것만 같단 망상에 사로잡히기 시작했다. 의연해져야 한다고 되뇌어 보지만 초조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또한 이 업계에선 일주일에 한번씩은 들려오는 ‘어떤 기업은 A시리즈 투자를 받았다’, ‘글로벌 기업 출신 누가 합류했다’, 하는 소식이 들리면, 이 모든 소소한 얘기가 다 크게 다가왔다. 사업 방향과 속도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려해야 할 때가 왔다.

이 사업아이템이 정말 글로벌 사업화가 가능할까? 아트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한 기업은 몇 없고, 우리에겐 초기 자금 몇 천만원이 전부다. 그리고 우리는 이번 사업이 처음이다. 아마추어로 구성된 팀, 이러다간 초기 자금도 소진하고 이도 저도 안될 것 같다.

점점 스트레스가 쌓인다. 회사에서도, 지금 하고 있는 곳 모두에 마이너스만 만드는 것 같다. 초보 사업가임을 인정하되 어떤 식으로 타개해가면 좋을까?

고민하던 중 뜻밖의 기회로 사업의 전환점을 맞게 됐다.

<⑥편에서 계속됩니다>

글: 서 혜인(s123@platu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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