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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대선 후보 네 번째 TV토론, ‘원탁’의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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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수성(守城)이냐, 반전(反轉)이냐, 대역전(大逆轉)이냐.

5·9대선 ‘D-14’인 25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국민의당 안철수, 바른정당 유승민,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4차 TV토론을 위해 원탁에 둘러앉았다. 각 후보들은 앞선 TV토론에서 드러났던 ‘아킬레스건’은 최대한 방어하고 강점은 확실하게 부각시킬 수 있는 자신만의 ‘필승 전략’으로 토론에 임했다. 토론회에서 후보들은 한반도 안보위기, 일자리 창출 방안 등의 현안을 두고 불꽃 튀는 공방을 벌였다.

◆‘스탠딩 토론’ 대신 ‘원탁토론’

JTBC·중앙일보·한국정치학회가 공동 주관한 대선 후보 4차 TV토론은 이전 토론회에서의 ‘스탠딩 토론’ 방식이 아닌 ‘원탁 토론’으로 진행됐다. 이날 토론 사회를 맡은 JTBC 손석희 사장을 기준으로 시계 방향 순서로 안 후보, 홍 후보, 심 후보, 문 후보, 유 후보가 차례로 자리했다. 특히 최근까지 양강 구도를 형성해왔던 문 후보와 안 후보, 한때 새누리당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홍 후보와 유 후보가 각각 마주보고 격돌했다. 손 사장도 이에 대해 “공교롭게도 자리 배치가 좀 미묘하게 되긴 했다”며 “한때 같은 당이었던 분들끼리 마주보고”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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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고양시 일산동구 빛마루 방송지원센터에서 JTBC·중앙일보·한국정치학회 주최로 열린 2017 제19대 대통령 선거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대선후보들이 토론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각 후보들은 이틀 전 열렸던 3차 토론에서 주제를 벗어나 ‘송민순 문건’, ‘갑(甲)철수·MB(이명박 전 대통령) 아바타’, ‘돼지 흥분제’ 등으로 “정책 토론은 실종됐고, 과거에 매달린 공방전만 연출됐다”는 지적에 따라 토론 주제에 집중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3차 토론에서 ‘셀프 네거티브’를 했다는 비판을 받았던 안 후보는 “TV토론에 대한 국민 실망감이 크셨다. 정말 중요한 대한민국 미래 결정해야 할 순간에 과거 이야기를 했다”며 “저부터 큰 책임감 느꼈다. 오늘 토론부터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서두를 열었다. 이날 토론은 오후 8시40분부터 170여분간 2부로 나뉘어 생방송으로 중계됐다. 1부는 후보당 6분씩 두 차례 주어지는 시간 총량제 자유토론으로 진행됐다. 주제는 ‘경제 불평등 심화와 사회 양극화 해법’과 ‘한반도 안보와 국익을 지킬 적임자’였다.

◆자유토론에서 각 세운 후보들

‘경제 불평등 해법’ 자유토론에서는 문 후보와 유 후보 간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유 후보가 “(문 후보가 5년간) 공공일자리 81만개 만든다고 했는데 공무원 수를 국민세금으로 너무 급격히 증가시키는 것 아니냐”며 “81만개 중 공무원 17만4000개 (만든다는데) 정말 계산도 제대로 안 해보고 재원을 너무 낮춰 잡은 게 아니냐”고 캐물었다. 문 후보는 “공공기관들 같은 경우는 자체 재정과 수익으로 해결하기 때문에 그것(일자리)이 다 예산 소요되는 건 아니다”라며 “소요 예산도 초봉으로 계산한 것이 아니다. 우리 발표한 것 보시라”고 답했다. 이에 유 후보가 “꼼꼼히 봤다”고 되묻자 문 후보는 “더 자세한 건 유 후보님이 (우리 캠프의) 정책본부장하고 토론하는 게 맞겠다”고 맞받았다. 유 후보는 “늘 ‘일자리, 일자리’ 하면서 소요 재원도 제대로 이야기 못 하신다”며 “저더러 정책본부장이랑 토론하라니 너무 매너 없으신 것”이라고 불쾌함을 드러냈다. 유 후보는 문 후보의 답변 태도에 대해 “이런 오만한 토론 태도가 어딨느냐”며 “본인의 정책본부장과 토론하라는 말씀은 취소해주셨으면 한다”고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문 후보는 “일자리 정책을 처음 발표할 때 소요 예산 발표를 했다”며 “유 후보는 토론할 때마다 질문하고 제가 답하면 믿어지지 않는다며 같은 얘기를 되풀이한다. 그러면서 제 발언 시간을 다 빼앗아간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안 후보는 5년간 청년 일자리 110만개를 만들겠다는 홍 후보의 뉴딜정책 방안을 놓고 맞붙었다. 안 후보가 “수십년 전 뉴딜처럼 국가가 경제 성장과 일자리를 만들자는 말씀 아니냐”고 묻자 홍 후보는 “그건 아니다. 그것(경제 성장과 일자리)은 민간 주도로 하고 무엇보다 기업의 기를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안 후보가 “그럼 어떻게 (청년일자리) 110만 개가 나오느냐”고 다시 따져 묻자, 홍 후보는 “그것은 실무진이 만든 건데…”라며 설명을 피했다. 홍 후보는 그러면서 “정부는 정책의 틀만 정하고 나머지는 전부 기획재정부나 실·국장이 하는 것”이라면서 “일자리 개수 세는 사람이 대통령이냐”라는 논리를 폈다. 안 후보는 “전체적으로 기업이 일자리 주체가 돼야 한다는 것 같은데 이는 홍 후보의 공약인 뉴딜 정책과 맞지 않는다”며 홍 후보 정책의 모순점을 지적했다. 직전 토론에서 ‘돼지 흥분제’ 문제와 관련해 홍 후보에게 질문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안 후보는 이날 토론에서는 질문을 던지자 홍 후보는 “오늘은 제게 질문하느냐”고 반문해 좌중을 웃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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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JTBC-한국정치학회 공동주최 2017 대통령 후보 초청 토론회가 25일 경기도 고양시 빛마루 방송지원센터에서 열렸다. 후보들이 토론 시작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안보’ 문제 두고 다시 맞붙은 文·劉

2차 TV토론에서 ‘주적’ 논란의 불씨를 댕긴 유 후보는 이날도 문 후보를 향해 ‘안보’ 관련 질문을 이어갔다. 유 후보는 “(문 후보가)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데 사드(THAD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는 반대하고, 중국과 외교를 잘하면 된다, 방법이 있다고 한다”며 “북핵 문제와 미사일 문제를 무슨 수로,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문 후보는 “제가 거꾸로 물어보겠다”며 “사드배치가 필요하다면 왜 우리가 우리의 자체적인 북핵 미사일 방어체계를 노력하지 않았나. 유 후보가 (국회) 국방위원장을 할 때 무엇을 했느냐”고 따졌다.

유 후보는 “사드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드는) 한·미동맹의 상징”이라며 “사드를 반대하면서 어떻게 한·미동맹을 굳건히 지킬 것이냐”고 다시 문 후보를 압박했다. 문 후보는 “미국이 그렇게 무시할 나라를 누가 만들었느냐”며 “오로지 미국의 주장만 추종하니 이제 미국이 우리하고는 협의할 필요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보수정당들은)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최근 육군에서 불거진 동성애 장병 논란과 관련해 홍 후보는 문 후보에게 ‘동성애’ 입장을 묻기도 했다. 홍 후보는 문 후보에게 “동성애 문제가 심각하다”며 “군 동성애는 국방전력을 약화시킨다. (동성애) 반대하느냐”고 질문을 던졌다. 이에 문 후보는 “반대한다”고 짧게 답했다. 이에 홍 후보가 재차 반대 입장을 묻자 문 후보는 “분명히 동성애는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2부는 후보 간 주도권 토론으로 정책·리더십 검증 순서에 따라 후보당 6분씩 두 차례 주도권이 주어졌다. 이날 토론은 각 후보들이 상호 네거티브보다는 공약과 각종 이슈에 대한 입장 확인 등에 집중해 1∼3차 TV토론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유권자에게 도움이 되는 토론회였다는 평이 나왔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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