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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북한은 왜 핵실험·ICBM 대신 '장사정포'를 쐈나(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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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건 85주년 기념일 맞아 원산 일대서 '한반도用' 장사정포 훈련

미·중 동시 압박에 일단 후퇴..靑, 긴급 '국가안보점검회의' 개최

이데일리

[이데일리 이준기 김관용 장영은 기자] 북한이 인민군 창건 85주년 기념일인 25일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장사정포를 동원한 역대 최대 규모의 화력훈련을 강행해 주목됐다. 제6차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대형도발이 아닌 ‘수도권이 사정권인’ 장사정포 등을 활용한 중소형급 도발을 감행한 건 미국·중국의 레드라인(저지선)을 넘지 않으면서도 국제사회에 ‘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한편 우리 군에 대해 ‘수도권이 제1타격지점’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대한(對韓) 무력도발로 보인다.

합동참모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북한의 훈련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직접 참관하에 장사정포 등 300∼400문의 포병 장비를 투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합참은 이날 이같이 밝히며 “우리 군은 북한군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확고한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장사정포란 40km 이상 사거리를 가진 야포와 방사포를 의미한다. 북한은 최전방 지역에 장사정포를 집중 배치해 수도권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재 평양~원산 이남 지역에 170㎜ 자주포와 240㎜ 방사포를 두고 수도권에 대한 기습·대량 공격 태세를 갖췄다. 야포 8600여문, 방사포 5500여문을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신형 300㎜ 방사포도 실전배치 했다.

군은 북한의 이번 훈련을 자신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는 한·미 양국을 포함한 중국 등 국제사회에 대해 ‘북한은 건제하다’는 메시지를 담은 일종의 무력시위이자, 인민군 창건일을 맞은 ‘내부결속용’으로 분석했다. 일각에선 핵실험이나 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를 자제한 만큼 도발 ‘수위’를 조절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실제 미국은 핵 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CVN 70)와 세계 최대의 핵잠수함인 미시간호(SSGN 727) 등을 한반도 해역으로 보내 북한의 대형 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군사적 압박을 강화했고, 우방인 중국 역시 관영매체를 통해 ‘핵실험을 하면 막대한 피해를 볼 것’이라는 강력 경고한 상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자칫 ‘레드라인’을 넘어갈 경우 당장 중국 원유 공급 대폭 축소와 유엔 안정보장이사회의 전례 없는 강력 제재로 치명상을 입는 것은 물론 향후 북·미, 북·중 간 협상에서도 ‘벼랑 끝’에 몰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공산이 크다. 이와 관련,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중국의 고강도 압박과 북한 내부적인 판단이 상호 작용하면서 일단은 조용히 넘어가는 분위기”라면서도 “미·중의 대북압박 일변도 정책이 지속한다면 핵실험 등 전략도발에 나설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이달 말이나 내달까지 지속적으로 북한군의 움직임을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우리로선 장사정포가 수도권을 사정권에 둔 위협적인 무기라는 점에서 한국을 정면 겨냥한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낳았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이날 긴급 국가안보현안점검회의를 개최한 배경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실장은 합참으로부터 화상보고를 청취하고 우리 군의 대비태세를 점검했다”며 “장사정포가 미국이 아닌 한국, 특히 수도권 타격 무기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북한군 동향을 주시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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