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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우대금리 폐지하거나 줄이거나"…예대마진 확보 나선 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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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전상희 기자] 국내 은행이 우대금리 축소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결국 수익성 때문이다. 당국의 가계대출 옥죄기로 대출자산을 적극적으로 늘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최근 대출금리 체계 모범규준 개정으로 가산금리 확대에도 제동이 걸리자 우대금리라도 없애 수익을 보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은행의 핵심 수익성 지표인 예대마진이 개선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은행이 너무 금리장사에 매진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은행 고객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이 줄어드는 만큼 금융수요자편에서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NH농협은행, 5개 입출식예금 우대금리 폐지

NH농협은행은 샐러리맨특급통장·콤보(COMBO)통장·브라보백년저축·Asset증권통장·채움증권통장 등 총 5개 입출식예금 통장의 우대금리를 폐지할 예정이라고 25일 밝혔다. NH농협은행은 오는 6월 25일 적용에 앞서 고객들에게 지난 3월부터 문자메시지와 이메일, 홈페이지 등을 통해 해당 사항을 안내하고 있다.

이들 상품은 전 결산기간 평잔 금액이나 증권 거래 실적 등에 따라 최대 1.9%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제공해왔다. 5개 통장은 현재 판매가 중단돼 신규 가입은 불가능한 상품들이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과거 고금리 시대 기획된 상품으로 우대금리 조건이 현재 시장 상황과 맞지 않다”며 “현재 판매 중인 주력 상품으로 마케팅 역량을 집중하려 한다. 과거에 단종된 상품이라 현재 가입자도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날 기준 5개 통장의 예금 잔액은 농협은행 전체 77종의 입출식통장 예금잔액(45조원)의 약 4%(2조원)를 차지한다.

은행들의 우대금리 축소 및 폐지 추세는 지난해부터 이어져 왔다. 지난해 11월 KB국민은행은 KB골든라이프연금우대통장과 KB연금우대통장, 국민APT생활통, 인터넷저축예금, 명품여성종합통장의 우대금리를 최대 1%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우리은행도 주거래직장인대출 고객의 대출 우대금리 조항을 없애고 우리신세대플로서론 대출상품의 우대금리 혜택을 폐지했다. KEB하나은행도 정기예금과 정기적금, 상호부금에 대해 만기 이후 지급하는 금리를 기존의 절반 수준으로 낮췄다.

반면 시장금리 상승세와 가계부채 조절을 명분으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해 7월 연 2.66%에서 지난 2월 연 3.19%까지 7개월 연속 상승했다. 이에 은행들의 가계대출 증가세는 꺾였으나 예대마진(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 확보로 이자수익은 증가했다.

신한은행의 경우 예대금리 차이가 1분기(1∼3월) 연 1.75%로 전분기(1.69%) 대비 0.06%포인트 상승했으며 우리은행은 1.66%에서 1.74%로 0.08%포인트 확대됐다.

◇“대출금리 제한에 수익방어”vs“인터넷은행과 금리경쟁”

전문가들은 시중은행들의 수신 중요도 감소와 대출 가산 금리 제한에 따른 수익 방어 전략 등을 이유로 꼽았다.

대출 가산금리 산정이 더욱 깐깐해지면서 대출금리를 확대하는 데 제한이 생기자 은행권이 우대금리 축소 등으로 수익 방어 전략을 강화했다는 분석이다. 전국은행연합회는 ‘대출금리체계모범규준’과 ‘은행상품 통일 공시기준’을 개정해 이르면 다음 달 중 시행에 나선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기준·가산·우대·최종금리 등의 공시가 의무화되며 금리 적정성 점검도 수시로 이루어질 예정이다.

대출 규모 감소로 자금 조달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덜해진 만큼 우대금리 등의 혜택이 더 줄어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손상호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시장 상황에 따라 금리가 조절된 부분도 있으나 정부 규제 하에 대출 규모가 줄다보니 필요한 자금 규모도 줄어 우대금리로 고객을 끌어오려는 유인도 감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시중은행들의 수신 중요도는 점차 감소하고 다른 분야를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려는 전략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인터넷전문은행의 출범으로 은행 간 금리 경쟁이 시작되면서 우대금리 축소기조가 계속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는 “케이뱅크가 금리 경쟁력을 앞세우고 있고 카카오뱅크도 출범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시중은행들도 예금금리를 계속 낮게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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