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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5년 전 오늘, 첼시가 캄프 누에서 '기적'을 만든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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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스포츠투데이 황덕연 인턴기자] 2012년 4월 25일 오전 5시 45분께(한국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캄프 누에서는 홈팬들의 탄식과 원정 팬들의 함성이 공존하고 있었다.

이 탄식과 함성 사이 페르난도 토레스는 첼시 유니폼을 입은 이래 가장 당당하게 골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었고 그 옆을 고개를 숙인 바르셀로나 선수들이 장식하고 있었다. 이 날의 주인공은 동점골을 터트린 토레스였고, 이 경기는 첼시의 역사상 첫 번째 챔피언스리그 우승의 발판과도 같은 경기였다.

첼시와 바르셀로나는 2011-2012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에서 맞붙었다. 첼시는 본인들의 홈인 잉글랜드 런던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치러진 1차전에서 디디에 드록바의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뒀다.

보통 홈팀이 1차전에서 승리하면 유리한 쪽은 당연히 홈팀이지만 당시 분위기는 '2차전 캄프 누(바르셀로나의 홈)에서는 큰 점수 차로 바르셀로나 승리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첼시에겐 미안하지만 합당한 예측이었다. 당시 펩 과르디올라 체제하 바르셀로나는 전 유럽 팀들이 한 수 접고 들어가는 그야말로 '끝판 왕' 포스를 풍기던 팀이었다. 또 바르셀로나는 첼시에게 1차전에서 패하기 전까지 챔피언스리그 16경기 무패를 달리고 있었다. 반면 첼시는 주전 선수들의 노쇠화와 안드레 빌라스 보아스 감독 경질까지 맞물려 '이빨 빠진 사자'라는 오명을 쓰고 있었다.

운명의 날은 다가왔고 4강 2차전이 시작됐다. 예상대로 바르셀로나는 시작부터 첼시를 거세게 압박했다. 그리고 전반 35분 이삭 쿠엔카의 패스를 받은 세르히오 부스케츠가 가볍게 득점을 기록하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첼시는 악재는 계속됐다. 전반 37분 주장 존 테리가 알렉시스 산체스를 무릎으로 가격하며 퇴장 명령을 받았고, 8분 뒤에는 이니에스타에 추가 실점을 허용하며 합산스코어 1-2로 끌려갔다.

이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승부는 이미 결정 났다고 생각했다. 바르셀로나의 경기력은 경이로운 수준이었고, 첼시는 이를 막는데 급급했을 뿐 더러 10명이서 싸워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반 종료직전, 프랭크 램파드의 침투패스를 받은 하미레스가 발데스 골키퍼의 키를 넘기는 득점을 기록하며 합산 스코어 2-2 원정 다득점에서 첼시가 앞서가기 시작했다.

마음이 급해진 바르셀로나는 후반 시작과 동시에 총공세를 펼쳤다. 하지만 후반 2분 페널티박스 우측면을 돌파하던 파브레가스에게 드록바가 반칙을 범해 페널티킥을 얻어냈지만 이를 리오넬 메시가 실축하며 분위기 반전에 실패했다.

바르셀로나의 공격은 변함없이 거셌지만 첼시의 전원수비는 생각보다 단단했다. 그리고 경기 종료가 다가오던 후반 35분 첼시의 디 마테오 감독대행은 토레스를 교체 투입했다. 드록바가 교체 아웃 될 때까지만 해도 모두가 수비수 투입을 예상했지만 디 마테오가 꺼내든 카드는 공격수 토레스였다.

당시 토레스는 리버풀에서의 뛰어난 활약을 바탕으로 900억원의 이적료를 기록하며 첼시에 입성했다. 하지만 토레스의 활약은 기대를 한참 밑도는 수준이었고, 과거 첼시에서 '먹튀 공격수'로 비판받던 안드리 셰브첸코와 심심찮게 비교되곤 했다.

모든 첼시 선수들이 수비에 몰두했지만 토레스는 계속해서 무리한 드리블을 시도하며 볼 소유권을 바르셀로나에 넘겨줬다. 당시 경기를 중계하던 중계진 마저 "아 걷어내야죠"라며 탄식했고 그 누구도 토레스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골이 터졌다.

후반 45분 첼시의 수비진은 볼을 잡자마자 멀리 걷어냈다. 추가 시간은 3분이었고 바르셀로나가 2, 3번 정도의 공격을 시도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걷어낸 공은 하프라인 아래쪽에 자리 잡고 있던 토레스에게 향했다. 토레스는 완벽한 퍼스트 터치와 함께 공을 몰고 달리기 시작했다. 토레스의 앞을 막는 바르셀로나의 수비수는 단 한명도 없었다. 마침내 골문 앞에 도달한 토레스는 발데스 골키퍼를 제쳐내고 빈 골문에 공을 밀어 넣었다. 그 유명한 토레스의 '900억 일시불 결제 골'이 터졌다.

사실 첼시는 원정 다득점 원칙에서 앞서고 있었기 때문에 토레스의 골 없이도 결승전에 진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토레스의 골이 그토록 강렬했던 이유는 당대 최강을 넘어 역대 최강으로 평가받던 바르셀로나의 추격의지를 완벽하게 꺾어버린 골이었기 때문이다. 우스갯소리이긴 하지만 팬들 사이에서는 '토레스가 시도한 무리한 드리블 돌파가 사실은 골을 위한 복선이었다'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결국 이 골로 첼시는 여유로운 리드 속에 경기를 마무리했고 결승전에 진출했다. 그리고 독일의 바이에른 뮌헨을 꺾으며 구단 역사상 최초로 '빅 이어'를 들어올렸다.

첼시는 2016-2017시즌 현재 프리미어리그 종료를 6경기 남긴 시점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2011-2012 시즌 이후 챔피언스리그 우승과는 인연이 없던 첼시가 다음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도전한다.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명승부를 꼭 5년 전 오늘 선보였던 첼시가 다음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또 어떤 드라마를 쓸지 축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황덕연 인턴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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