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19 (화)

‘우병우 검찰 압박설’이 잦아들지 않는 이유

댓글 3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강희철의 법조외전

우 전 수석 구속영장 12일 기각된 뒤

최근까지도 ‘검찰에 압박’ 소문 무성

“‘윤갑근팀’ 수사가 원죄” 지적 속

검찰 수뇌부와의 관계·통화내용 주목



한겨레

우병우(왼쪽)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6일 밤 9시 25분께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11층 특수2부장실 옆에 딸린 부속실에서 점퍼의 지퍼를 반쯤 내린 채 팔짱을 끼고 여유 있는 표정으로 서 있다. 〈조선일보〉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겨레

“요즘 아주 흉흉한 얘기가 돕디다. 어쩌다 이런 얘기까지 나오게 된 건지.”

12년 만에 ‘서초동 현장’에 다시 돌아왔노라고 ‘신고’ 전화를 걸었는데, ‘그’의 입에서 뜻밖의 얘기가 흘러나왔다. 검찰에서 고위직을 지낸 뒤 요즘 잠시 쉬고 있는 이다. 마침 우병우 전 대통령 민정수석의 두번째 구속영장이 기각된 바로 다음날이었다.

“우병우 말이오, (검찰) 내부에 대고 ‘절대 혼자 죽지 않겠다’고 했다는군. 자꾸 건드리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그게 사실이라면 그게 무슨 뜻이겠소? 이게 간단치 않은 일이에요.”

‘뉴스’도 아니고, 가정법 전제까지 붙어 있었지만, 그냥 흘려 듣기엔 말한 사람의 ‘지위’가 마음에 걸렸다. 검찰 안팎 사정에 밝은 이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더러는 찾아가거나 따로 만나서 물어봤다.

“아직은 소문일뿐이다”, “확인된 얘기는 아니다”라면서도 여러 사람이 비슷한 말을 들었다고 했다. 특검 수사가 끝난 뒤 검찰에서 우 전 수석의 두번째 구속영장을 청구하기 전, 그러니까 검찰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일 무렵 우 전 수석이 검찰에 ‘메신저’를 보냈다고 하더라, ‘(민정수석을 한) 내가 때가 묻었다면 그쪽(검찰 수뇌부)도 같이 묻지 않았겠느냐’는 취지로 검찰 수사에 불만을 토로했다는 것이었다. 누군가는 그 메신저가 김수남 검찰총장, 박영수 특별검사와 같은 곳에 근무한 인연이 있는 검찰 출신 ㅈ변호사라고도 했다.

물론 검찰 쪽은 펄쩍 뛰었다. 대검 관계자는 “터무니없다.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지어낸 얘기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검찰은 이달 초 일부 방송 프로그램 등에서 비슷한 의혹을 제기할 때도 비슷한 해명을 내놓았다. 우 전 수석 쪽에서도 그런 일은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럼에도 이 간단치 않은 ‘소문’은 우 전 수석의 영장이 기각된 지 열흘 남짓 지난 지금까지도 서초동 일대에서 회자되고 있다. 왜 그럴까.

무엇보다 영장 기각에서 드러난 검찰의 ‘부실수사’ 탓이 크다. 검찰은 지난 3월 초, 특검이 넘긴 우 전 수석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첨수2부)에 배당하면서 수사 의지를 벼리는 듯했다. 첨수2부 검사 5명에 추가로 파견까지 받아 과거 전성기 대검 중앙수사부 검사 숫자와 맞먹는 규모로 수사팀을 꾸렸다. 우병우 사건은 지난해 ‘윤갑근 특별수사팀’의 부실 수사로 여론의 몰매를 맞은 데다 특검에서 한 차례 영장이 기각된 터라 검찰로서는 명예가 걸린 수사가 됐다. 그러나 결과는 알려진 대로 ‘영장 기각’이었다.

구속영장이 공개되지 않아 검찰이 우 전 수석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혐의를 적용했는지, 특히 법관을 설득하기 위해 영장 뒤쪽에 붙였을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에 담은 내용이 무엇인지 등이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지난 17일, 영장이 기각된 지 닷새 만에 ‘이월상품’ 처분하듯 공소제기를 하면서 검찰이 밝힌 우 전 수석의 혐의를 보면 ‘개인비리’는 아예 들어 있지 않다.

“영장 청구단계에서도 다르지 않았을 거라고 본다. 특검 수사 때 (우 전 수석) 영장이 ‘소명 부족’으로 기각되지 않았나. 특검은 막판 시간에 쫓겨서 그랬는지 어땠는지 주로 인사권 등 직무 수행과 관련된 걸 걸었는데 그게 소명 부족으로 기각된 거니까, 검찰이 진짜로 (우 전 수석을) 잡아넣을 생각이 있었다면 추가 범죄, 특히 개인 비리를 밝혀냈어야 한다. 그게 뭐가 됐든 간에. 그런데 검찰은 특검이 기각당한 그 길을 그대로 따라갔다, 마치 ‘기각 한 번 더 당하지 뭐’라는 듯이. 인사권 행사를 직권남용으로 걸었는데, 이건 영장은 물론이고 (재판에서) 유죄받기도 어렵다. 법조인이면 다 아는 건데, 검찰 수뇌부가 그걸 모르겠나. 그런데 추가로 밝혀낸 개인 비리가 없으니, 그 결과야 뭐….”(검사장 출신 변호사)

“우 전 수석은 원래 ‘그립’(장악력)이 강한 사람이다, 어딜 가든. 그런데 그게 바로 죄가 되나? 직권남용, 직무유기, 그거 기소해봤자 무죄 난다. 수사해본 사람이면 다 안다. 심하게 얘기하면 거의 99% 무죄? 모두가 다 아는 세월호 사건을 한번 보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로 기소했던 해경 차장, 결국 무죄 났다.”(한 검사)

사실 특검 수사를 넘겨받은 검찰 수사팀으로선 다소 억울할 수 있다. 지난해 윤갑근 팀이 사건을 뭉개다시피 하면서 개인 비리와 관련한 증거의 상당 부분이 없어졌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수사팀은 보존기간이 1년에 불과한, 그래서 하루가 지나면 정확히 하루 치 ‘증거’가 사라지게 돼 있는 휴대전화 통화(수·발신) 내역조차 확보하지 않은 채 시간을 흘려보냈다. 또 우 전 수석의 집은 물론 처가쪽 재산관리인으로 알려진 이아무개씨와 그 동생 집·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도 제때 하지 않았다. 검찰 수사를 누구보다 잘 아는 우 전 수석이 수사 대상이었는데도. 그러니 증거를 없애고도 남을 충분한 시간이 흐른 뒤 되돌아온 사건을 ‘설거지’해야 하는 검찰 수사팀으로선 60여명이 아니라 그 이상의 참고인을 불러 조사하더라도 개인 비리 입증이 쉽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조사하면 다 나온다”는 우스개처럼 수사는 결국 ‘의지’에 달려 있다고 수사 전문가들은 말한다. 멀리 갈 것 없이 지난해 ‘최순실 게이트’의 수사 초기 단계에서 “참고인 조사로 수사하는 시늉만 하고 있던” 검찰이 갑자기 적극 수사 모드로 ‘표변’한 것은 수뇌부의 ‘결심’이 전달되고 나서다.

“원래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에서 미르와 K스포츠를 맡았는데, 그때는 (정권과 수뇌부) 눈치를 보는 상황이라 한심했다. 조사부도 아닌데, 압수수색도 하기 전에 참고인부터 불러서 조사하고 앉았고. 그러다 태블릿PC 보도가 나오고 다음날(25일)부터 분위기가 확 바뀌어서 수사에 피치 올리라고 (대검에서) 지시가 왔는데, 이미 미르·K스포츠는 증거물을 다 폐기한 상태였던 거지.”(그 당시 상황을 잘 아는 한 검사)

그럼에도 결국 수사는 이뤄졌고, 최순실씨는 물론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골인’(구속기소)시키기에 이르렀다. 검찰 스스로 수사는 ‘조건’보다 ‘의지’의 영역임을 확인해준 셈이다. 비슷한 사례는 검찰사에 수도 없이 많다.

“우(병우)와 검찰 수뇌부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지 않냐. (김수남) 총장 그렇지, 김주현 대검차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 다 마찬가지다. 누구는 통화와 문자를 1000번 넘게 했다는 판국이니. 법무부는 대통령의 직접 지휘를 받는 곳이니까 그럴 수 있지만, 수사를 하는 검찰이 그래서는 안 된다. 왜 검찰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이 민정수석과 다이렉트로 통화를 하나. 그러니 의심을 받게 되는 것이다.”(변호사·전직 검사장)

당사자들은 여러 이유를 들어 해명하고 있지만, 곧이듣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예컨대 김수남 총장의 경우 해외 출장과 관련해 우 전 수석과 통화한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한데 평소 대검 돌아가는 상황을 잘 아는 검찰 간부는 “출장 가는 건이면 비서들끼리 통화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총장이 해외 출장 건으로 민정수석과 직접 통화한다는 얘기는 처음 듣는다”고 했다.

그래서 검찰의 수사 의지를 의심하는 사람들은 ‘의도된 부실수사’ 또는 ‘부작위 수사’ 쪽에 무게를 둔다. 우 전 수석 수사가 개인 비리 쪽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은 수사 범위를 넓히지 않고 싶어 한 검찰 수뇌부의 ‘의지’가 관철된 결과이고, 이는 결국 수사 대상이 쥐고 있는 ‘무엇’과 관련이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그렇다고 명시적인 지시가 있었던 것 같지도 않다. 검찰 내부에선 그런 지시가 필요 없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2017년 검찰을 지배하는 정서는 순종과 침묵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을 거치며 검찰 내부는 ‘눈치보기’가 체질화됐다. 두 정권은 검사들의 아킬레스건이 뭔지를 정확히 알고 그걸 최대한 활용했다. 인사지 뭐겠나. 어떤 수사를 해라, 마라 하지 않아도 검사들 스스로 위에서 부담을 갖는 사건인지 아닌지 뻔히 안다. 해라, 마라 지시가 필요하지 않다는 말이다.”(한 부장검사)

우 전 수석과 통화한 검찰 수뇌부의 ‘때’ 혹은 ‘약점’은 대화의 내용과 그에 따른 판단 또는 행위일 수 있지만, 다른 것일 가능성도 있다.

예전 권위주의 시대에는 ‘충성 맹세’라는 것이 있었다고 한다. 검찰이나 경찰, 국세청 같은 곳은 워낙 권한이 큰 데다 온갖 정보가 모이는 곳이다 보니 ‘면종복배’를 우려한 임명권자(최고 권력자)가 공식 인사에 앞서 은밀히 절대 충성을 다짐받곤 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직접 대면해서 노골적인 말을 주고받으면 하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 체면이 구겨질 수 있으므로, 민정수석 같은 ‘메신저’가 당사자를 만나 대화 내용을 녹음하거나 각서를 받았다고 알려져 있다. 또 그 내용도 ‘대통령의 국정철학이 구현될 수 있도록 분골쇄신 노력하겠다’는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내용을 알고 있는 사람이 당사자 등 2~3명에 불과한 데다 철저히 비밀에 부쳐진 까닭에 외부로 드러난 경우는 거의 없다.

“글쎄… 요즘 같은 시대에 충성 맹세라는 게 있을까요?” ‘옛날’ 얘기를 들려주던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이런 말을 했다. “우 전 수석에 대한 수사 범위가 지나치게 협소해 보이는 건 사실이죠. 지금 기소한 혐의로 과연 유죄를 받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긴 합니다. 그러나 김 총장과 우 전 수석 사이에 무엇이 있는지는 우리가 알 수 없죠. 가령 통화를 한 사실은 파악이 돼도 내용이 뭔지까지는 모르는 거니까요. 물론 본인들은 진실을 알고 있겠지만….”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 [주주신청]
[▶ 페이스북] [카카오톡] [위코노미] [정치BAR]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